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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외국계 은행의 엇갈린 운명(?)

  • 2015.11.20(금) 15:12

글로벌 위기 땐 씨티, 신흥국 위기 땐 SC 수난
한국씨티 살만해지니 이번엔 SC은행 대규모 감원

국내에 진출한 두 외국계 은행이 잇따라 수난을 겪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이제 좀 살만해지나 싶더니 이번엔 SC(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다.

 

두 은행의 수난은 기본적으로 그룹이 처한 현실과 관련이 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한국씨티은행이 수난을 겪었다면 신흥국 시장이 어려움에 처하자 SC은행에 본격적인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씨티는 구조조정 마무리수순

씨티은행 미국 본사는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기도 했다. 당시 한국씨티은행도 덩달아 철수설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어려움을 겪던 선진국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성은 좋았지만 구조조정의 한파를 피해갈 순 없었다. 게다가 국내 시장도 최근 몇년새 저성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4200명 중 650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구조조정했다. 15%에 달하는 인원 감축이다. 지난해부터 한국씨티은행의 계열사인 한국씨티캐피탈 매각을 추진 중이고, 본점 건물도 내놨다. 씨티그룹은 일본 등 11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업무를 철수했다.

씨티은행은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올해부턴 조직을 추슬러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취임한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고객군을 확대해 자산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 SC은행엔 본격적인 칼바람?

 

SC은행도 SC그룹에 편입된 후 처음으로 한국인 행장인 박종복 행장이 취임하면서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퇴직이 발표되면서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사실 SC은행은 끊임 없이 자산매각과 점포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이번에 실시하는 특별퇴직이야말로 본격적인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다.


SC은행은 만 40세 이상(올해 12월 15일 기준),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실시한다. SC은행은 자발적인 신청이어서 대상 직원 수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선 감원 규모가 10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C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9월말 기준으로 5182명에 이른다.


특별퇴직금(월고정급 기준)은 근속기간에 따라 32~60개월 분을 지급한다. 이외에 자녀 2명까지 최고 2000만 원(1인당 1000만 원)과 재취업 및 창업지원금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한다. 국내 시중은행의 특별퇴직금이 많아야 24~36개월치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씨티은행에서 지급했던 최고 60개월치와 비슷한 규모다. 그만큼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 LG경제연구원, 신흥국의 '신흥'시대 끝났다 보고서 중


SC은행의 구조조정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줄곧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달엔 간부급 직원의 25%에 달하는 1000여명을 감원키로 했다고 그룹 대변인을 통해서 밝혔다. 이달 초엔 오는 2018년까지 직원 1만 5000명을 감축하겠다는 자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던 SC그룹은 올해 신흥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신흥시장이 조정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올해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신흥시장에서 확장정책을 폈던 SC은행의 위기감도 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저성장·저금리 국면에서 소매금융이 70%를 차지하는 SC은행의 편중된 포트폴리오는 수익 악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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