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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시장 메커니즘과 주파수권력

  • 2015.11.23(월) 15:10

이통업체간 이해관계 첨예..정부 `요지부동`
법제도 미비점 개선하고 시장원리 반영해야

 

정부가 조만간 2.1GHz 대역 주파수에 대한 경매 여부를 확정 짓는다. 2.1GHz 대역 주파수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사활을 걸고 다퉜던 주제다. 하지만 요사이 통신3사의 분위기는 차분할 정도로 잠잠하다. 왜 그럴까.

 

국내 주파수 대역은 이동통신 1·2·3·4세대(G)를 거치면서 변해왔다. 아날로그 통신시대인 1세대에선 800MHz 대역, 2세대에선 1.8GHz 대역, 3세대에선 2.1GHz 대역이 각각 중심이 됐다. 특히 정부는 2001년 3세대 서비스(IMT-2000) 사업 전략에 따라 2.1GHz 대역 120MHz 폭을 3개 사업자에게 40MHz 폭씩 할당했다. 이중 80MHz 폭은 비동기식(WCDMA·유럽식) 용도로 SK텔레콤과 KT에게, 40MHz 폭은 동기식(CDMA 2000·미국식)용도로 주파수 사용기술을 지정해 LG유플러스(구 LG텔레콤)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글로벌 대다수 사업자가 WCDMA를 기술표준으로 삼으면서 LG유플러스는 CDMA 2000용도의 단말기 및 칩을 공급받기가 힘들었다. 결국 LG유플러스는 2.1GHz 대역 40MHz폭 주파수를 정부에 반납했다. 이후 SK텔레콤이 2010년 2.1GHz 대역 20MHz 폭을 확보했고, LG유플러스도 4세대 서비스로 들어서면서 2011년 2.1GMz 대역의 남은 20MHz 폭을 다시 가져갔다. 또 2014년에는 KT가 2.1GMz 대역 40MHz 폭 중 일부를 LTE 용도로 전환했고, 올해 SK텔레콤도 20MHz 폭에 대한 용도를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사용자는 잘 몰랐겠지만, 통신3사는 효율적 사업진행을 위해 물 밑에서 엄청난 주파수 경쟁을 치뤄왔다"면서 "주파수는 한 번 배분되면 10년 정도씩 배타적 사용권이 인정되고, 향후 통신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만큼 중요한 사업전략이다"고 말했다.

 

◇사용기한 만료때마다 전쟁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2.1GHz 대역 주파수의 사용기한이 2016년말 끝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말까지 새로운 주파수 할당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유력한 안은 SK텔레콤이 사용중인 60MHz 폭 중 40MHz 폭은 재할당하고 20MHz 폭을 반납받아 경매에 부치는 방법이다. 또 KT에게는 40MHz 폭을, LG유플러스에게는 20MHz 폭을 각각 재할당한다.

 

미래부가 이 같은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지난 2013년 주파수 계획을 담은 광개토플랜2.0에 기초한다. 광개토플랜2.0에 따르면 정부는 2.1GHz 대역 100MHz 폭 중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사이에 끼어 있는 20MHz 폭만 경매에 내놓고, 나머지 80MHz 폭은 재할당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주파수 활용방안을 규정한 현행 전파법이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파법 11조는 '주파수를 가격경쟁(입찰)에 의한 대가를 받고 할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동법 16조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이용기간이 끝난 주파수를 이용기간이 끝날 당시의 주파수 이용자에게 재할당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로 엇갈리는 두 조문 때문에 20MHz 폭을 내놓아 막대한 투자비를 날릴 위기에 처한 SK텔레콤은 전파법 16조에 따라 사용중인 주파수 폭 전부에 대한 재할당을, 조금이라도 더 경쟁 주파수를 확보 또는 경쟁사에게 피해를 입혀야 할 LG유플러스는 11조에 따라 전체 재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도 정부도 '전파법 따라' 동상이몽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간 주파수 논쟁은 치열했다. 이미 언론에 노출된 양사 입장만 수 십회에 이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아무리 떠들어봐야 권한을 쥐고 있는 미래부가 움질일 생각을 안하기 때문이다.

 

2.1GHz 대역에 대한 미래부 주파수 정책방안은 확고하다. 이미 광개토플랜2.0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통신3사도 그동안 주파수를 할당·용도변경하는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동의해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내막은 다른데 있다. 정부는 업계간 다툼을 '어린아이 투정' 정도로만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지금 미래부의 고민은 기술적 측면이 아니다"면서 "이미 사업자당 필요 주파수 폭이 얼마인지에 대한 계산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부는 2.1GHz 대역을 모두 회수해 경매하기엔 사용자가 유심(USIM)을 바꿔야 하는 비효율성도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재할당하고, 그 과정에서 경매를 통해 국고수익을 최대한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검토는 끝났고, 비즈니스 측면 검토만 남았다는 뜻이다.

 

즉, 통신사들이 아무리 전파법 규정을 들먹이면서 각사 입장을 주장해도 정부 역시 전파법에 따라 결정하는 만큼 하자가 없어, 정책변화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도 정부도 법 위반이 아니란 소리다.

 

▲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가 10월30일 더프라자 호텔에서 '수요와 기술의 변화에 따른 전파관리제도의 발전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규제를 위한 정책에서 벗어나야

 

사소한 조항까지 법으로 관할 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분쟁의 씨앗이 되어선 안된다는게 학계와 업계의 바램이다. 아울러 통신규제에 대한 정부의 입김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면세점·홈쇼핑사업과 마찬가지로 통신업도 정부규제에 따라 존폐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형택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가 최근 개최한 '수요와 기술의 변화에 따른 전파관리제도의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LTE용 주파수 대역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할당했다"면서 "그런데 할당 폭을 늘리는 것에 대해 주저하는 정책자가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갑자기 주파수 공급이 확대하면 경매대금이 낮아지니, 담당 공무원 입장에선 감사원 감사 및 국회에서 지적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그러니 자신이 담당자로 있는 상황에선 경매대금을 낮추는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재 전파법에는 모순된 부분이 있다"면서 "방송통신의 수평규제 처럼 전파도 수평규제가 필요하데, 현재 주파수는 용도에 따라 할당방식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는 공공 주파수라도 경우에 따라선 민간이 사용할 수 있고, A기술용 주파수라도 필요시 B기술용으로 사용토록 하는 등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해서 정부는 관리역할로 줄이고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경정토록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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