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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떨어져도 세금은 더 걷힌다는 ‘진실’

  • 2015.12.10(목) 08:22

종량세로 유가 하락해도 세금은 요지부동
소비 늘면서 세수입도 늘어..정부 "내년엔 더 걷힐 것"

 

국제유가가 폭락하고 있지만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제품에 부가되는 세금 수입은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유류세목인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수입 실적은 2013년에 예산안 보다 2000억원이 더 걷힌 13조2000억원이었고, 2014년에는 이보다 2000억원이 더 많은 13조4000억원이 걷혔다. 유가 하락폭이 특히 컸던 올해는 13조9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유가하락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가 징수할 것으로 예상한 세수입 예산은 더 높게 잡혔다.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2016년 세입예산안 중 교통에너지환경세수입은 14조2000억원으로 3년 전인 2013년 실적대비로는 1조원이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원유인 두바이유 가격은 2013년 2월 8일 배럴당 112.8달러를 고점으로 100달러선을 유지하다가 2014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하락했다. 2014년 11월에 80달러선이 붕괴됐고, 올해 1월에 4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5월과 6월에 60달러선까지 회복했지만 12월 들어서는 다시 하락해 배럴당 40달러선도 무너졌다.

 

# 가격이 아닌 부피에 부과되는 종량세의 비밀

 

유류세는 소비할 때 부과되는 소비세임에도 제품의 가격과 연동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대표적인 소비세인 부가가치세는 물건이나 제공되는 용역의 가격에 단일세율로 10%가 부과된다. 100원짜리 물건에는 10원의 세금이, 1000원짜리 물건에는 100원의 세금이 붙는다. 값이 오를수록 거둬들이는 세금이 늘고 값이 내리면 세금도 줄어든다.

 

그런데 유류세는 좀 다르다. 유류세는 휘발유나 경유 등 유류에 붙는 세금을 통칭하는 것인데, 이중 상당수는 제품의 가격이 아닌 양에 부가되는 종량세 제도를 취하고 있다.
 
유류세는 수입할 때 붙는 관세 이외에도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포함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 교육세가 모두 종량세다. 휘발유에는 리터당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와 138원의 주행세(교통세의 26%), 79원의 교육세(교통세의 15%)가 붙는다. 여기에 물품의 가격에 부가되는 관세 3%와 부가가치세 10%까지 추가된다.

 

유가가 떨어져도 가격이 아닌 리터당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 교육세는 전혀 변동이 없다. 때문에 휘발유값이 리터당 1800원대일 때에는 휘발유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대에 불과하지만 요즘처럼 1400원대일 때에는 세금의 비중은 60%대로 치솟게 된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국내유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세금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함께 치솟을 수 밖에 없다.

 

 

# 탄력 없는 탄력세율

 

종량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도 '탄력세율'이라는 것을 통해서 국제유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대 30%까지 높이거나 낮출 수 있도록 세법에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탄력세율이 실제로 적용된 경우는 많지 않다. 유가폭등으로 국내 휘발유값이 2000원대까지 치솟았던 2009년에 한시적으로 내린적이 있을 뿐, 이후에는 탄력세율 적용으로 오히려 세율이 올랐다.

 

실제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기본세율은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475원이지만 탄력세율을 적용해서 현재 529원을 세금으로 걷고 있다. 경유는 기본세율이 리터당 340원이지만 탄력세율은 375원이 적용된다.

 

특히 정부가 유가의 상승이 아닌 하락할 때에 탄력세율을 적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유가가 상승하면 소비가 줄기 때문에 가격을 내려 소비를 유도하고 세수를 확보할 필요가 생기지만 유가가 하락하면 소비가 자연스럽게 늘기 때문에 세금까지 낮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목적 자체가 유류소비에 따른 환경보호차원의 세금이라는 것도 세율을 내리지 않는 명분으로 활용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유가에 대한 세금 인하에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유가 하락분을 정유사와 주유소에서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유류의 소비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5억7074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7%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경유 소비도 전년대비 11%나 늘었다. 경유값 하락과 경유차량 등록이 늘면서 소비도 늘어났다.

 

소비가 늘면서 유류세로 거둬들이는 세금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에 교통에너지환경세로만 14조2000억원을 걷을 수 있을 걸로 보고 세입예산을 책정했고 국회 승인도 받았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를 걷는 주행세와 15%를 부가하는 교육세, 그리고 10%의 부가가치세 및 3% 관세까지 감안하면 내년에 기름값으로 벌어들이는 세금만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국세수입의 10%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유가 하락으로 유류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수입 증대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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