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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연일체' 금융위·금감원이 멀어지는 이유

  • 2015.12.10(목) 15:01

금감원, 규제 완화로 권한 축소…사고 책임은?
기존 틀 유지한 채 '한목소리' 모양새만

"순서상 금융 당국이 먼저 변해야 했다. 각종 규제를 풀었다. 둘째는 금융 산업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계좌이동제가 그 예다. 셋째는 이렇게 바뀐 상황에서 금융회사와 금융인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 성과주의 확산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금융개혁의 '큰 틀'이다. 그는 취임 직후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금융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진웅섭 금감원장에게 '금융개혁 혼연일체'라고 적힌 액자를 전달하며 "금감원과 한몸이 돼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금융개혁의 첫 단계인 금융당국 혼연일체의 기조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금융개혁 추진 9개월 만에 두 기관의 갈등이 공공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 임종룡(왼쪽)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보험업 규제 완화·증권조사 기능 이관 갈등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 원인은 금융개혁으로 업권 곳곳에 규제 완화가 확대하면서 금감원의 권한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금감원의 기능이 몸집을 불린 금융위로 이관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 입장에선 금감원 실무자들이 금융개혁의 '변화'에 발맞추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최근 금감원에선 증권 범죄 신고 통합 홈페이지 신설 문제를 놓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금감원이 운영하던 기존 홈페이지와 별도로 금융위가 새 홈페이지를 만들려 하자 아예 '통합 홈페이지'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2013년 9월 증권범죄 조사를 전담하는 자본시장조사단을 만들면서 금감원의 기능이 축소되고 있는데, 홈페이지까지 빼앗긴다는 웃지 못할 사연이다.

보험업 규제 완화를 둘러싼 두 기관 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최근 열린 금융개혁 관련 공청회에서 금감원 직원이 보험업계 관계자의 참석을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감원이 관련자 색출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금감원 측에선 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가 '금감원 눈치가 보인다'며 알아서 한 일인데, 마치 압력을 넣은 것처럼 잘 못 알려졌다며 억울해한다.

◇ 오랜 기간 쌓인 갈등 다시 표면으로

금융권에선 이 '두 사건'이 갑자기 벌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숨겨왔던 갈등이 인제야 터져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보험업 규제 완화는 보험사에 자율성을 주는 대신 금감원의 권한은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무작정 규제를 완화했다가 사고가 터지면 결국 금감원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왔다.

이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해 2013년 동양 사태, 지난해 카드 정보 유출 사태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금융위는 뒤로 빠지고 금감원만 곤욕을 치렀다는 '경험'에 따른 불만이다. 증권범죄 조사 기능 이관 역시, 금융위가 몸집을 불리며 금감원의 기능을 조금씩 가져가면서 쌓여온 불만의 하나로 봐야 한다.

이런 흐름이 지속하고 있는데, 임 위원장과 진 원장 등 '수뇌부'는 혼연일체를 외치며 불만의 목소리를 막아왔다는 지적이다. 최근 임 위원장이 금감원을 향해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감독시스템 재편 등 근본 해결책 필요"

금융권 안팎에선 현재의 금융감독 체계에선 이런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금융정책 및 금융감독시스템 재편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합을 비롯해 이번 정권 초에 추진하다 좌초한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 큰 틀의 변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 임 위원장이 처음 '혼연일체'를 강조했을 때부터, 금감원 내부에선 '이제 금융위 말만 따르라는 의미'라며 불만을 내비치는 목소리가 많았다. 현재 시스템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조직은 엄연히 분리돼 있고, 수장도 다르므로 '혼연일체'라는 말은 그럴듯한 구호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수뇌부가 바뀌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며 "'혼연일체'라는 말로 갈등을 그럴듯하게 잠재웠지만, 수장이 바뀌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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