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저유가 역습,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 2015.12.11(금) 08:21

[Watcher's Insight]

 

저유가 역풍이 매섭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가뜩이나 힘든 국내 중후장대 산업이 저유가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난 것이다.

 

당초 저유가는 원재료 가격을 낮춰 국내 기업들의 제품 생산비용을 줄이고, 국민들의 소비여력을 개선시켜 침체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호재로 여겨졌다. 정부는 유가 하락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이럴 경우 수출주도형인 우리나라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유가가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경제를 살리는데 실패하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원유 생산량은 꾸준한데 수요가 늘지 않으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수출 단가도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7.4% 가량 감소했다. 국민들의 소비여력 개선도 힘든 상태여서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정부가 자신했던 3% 성장은 이미 물 건너갔다.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당분간 저유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국제유가는 배럴 당 50달러선을 유지하고 향후 2~3년 동안은 60달러 정도의 저유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저유가 현상은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외생변수다. 자체적으로 저유가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결국 저유가 시대를 대비하고, 자체 경쟁력을 높여 험난해진 수출 길을 확보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저유가의 역습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에 집중해 체질을 변화시키는 혁신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을 통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루고, 생산기술 향상과 원재료 수입처 및 결제시점 다변화 등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 기업의 사례를 보면, 캐논은 채산성이 낮고 기술기반이 없는 사업은 버리고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도요타는 원가절감 운동을 통해 3년 동안 생산비용의 30%를 절감했고, 이 비용을 신사업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국내 기업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은 한화와 롯데에 비주력이던 화학계열사를 넘기며 사업을 정리했고, 한화와 롯데는 화학사업 규모를 키워 역량을 강화했다. 효성은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SK이노베이션은 넥슬렌 등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해 개발한 고부가제품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수입처 다변화 및 직거래 비중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반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SK이노베이션의 정철길 사장은 “알래스카의 여름은 짧고, 이제 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에 맞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저유가는 분명 장단점이 존재한다. 저유가로 인해 원재료 가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은 최대한 살리면서도 경쟁력을 갖춰 수출 시장을 개척하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정부도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국민들의 소비여력을 개선시켜 침체된 내수를 살린다면 저유가가 우리 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