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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까지..` 두산인프라코어, 왜 구조조정 나섰나

  • 2015.12.16(수) 17:11

희망퇴직 대상에 신입사원 포함 논란..사태 확산
업황 부진 따른 실적 저하로 구조조정 불가피

두산인프라코어가 진행중인 인력 구조조정이 비난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 대상자에 신입사원까지 포함시킨 탓이다. 논란이 일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희망퇴직 대상자에서 신입사원은 제외하라고 지시했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이처럼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회사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주력인 굴삭기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업황마저 좋지 않다. 최근에는 알짜인 공작기계 부문도 매물로 내놨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구조조정 '삭풍'..사무직 사원·대리 포함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사무직 직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은 사원, 대리급 직원이 주 대상이다. 과장급 이상의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은 이미 실시한 바 있다. 과장급 이상에 이어 이번에는 사원과 대리급까지 희망퇴직 대상 범위가 확대된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을 전부 퇴직시킨다는 계획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자에게 근속 연수에 따라 최소 10개월에서 최대 20개월분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자녀 학자금과 경조사 지원금은 근속 연수와 무관하게 3년 동안 보장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2월과 9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과장급을 대상으로, 지난 11월에는 생산직 전 직원이 대상이었다. 그 결과 각각 180명, 200명, 450명 등 총 830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이는 전체 직원의 약 15%에 달하는 규모다.


▲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입사원들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회사별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왔고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번 구조조정에 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입사원까지 포함됐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도하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점이다. 지난 15일 회사별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의 두산인프라코어 게시판에 관련 내용들이 공개되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부서별로 최소 40%~70%까지 해고를 당하고 있다. 주로 사원·대리급이 해고 됐다’, ‘어떤 조직은 통째로 사라지면서 약 70명 중 15명 정도 살리는데 사원·대리·과장들 다 잘려나간다’ 등의 내용이 올라왔다. 회사 내부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강압적으로 희망퇴직을 강요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을 강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박 회장은 "절박한 위기감은 이해하지만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하지는 않도록 했다"면서 "계열사에서 곧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까닭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은 작년 2분기를 기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0.1% 줄어든 200억원에 그쳤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건설기계 사업의 부진 때문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계속되며 두산인프라코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과거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건설 수요가 줄어들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사업도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현지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두산인프라코어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굴삭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7년 17%를 기록하는 등 점유율 1위를 달렸지만 작년에는 점유율이 8.2%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지난 10월까지 점유율은 7.3%로 하락한 상태다. 주력 사업이 주력 시장에서 부진을 거듭하면서 두산인프라코어 실적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대규모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3분기 말 순차입금은 5조2888억원, 총 부채는 8조6691억원에 부채비율은 227%다. 누적 이자비용도 2217억원이다. 순손실 규모도 작년 267억원에서 올해 3분기에 이미 세전손실액이 1871억원에 달한다. 업황이 회복된다고 해도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자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기로 하고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 11월에는 주력 사업부문중 하나인 공작기계 사업을 매각키로 했다. 당초 공작기계 사업부문 분할 후 일부 지분을 매각하려 했으나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포함한 완전 매각을 원하자 방향을 전환했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자회사 ‘몽따베르’를 총 1350억원에 매각했고 지난 8월에는 밥캣의 프리IPO를 통해 모두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올해에만 이미 세 차례에 걸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 업황 회복이 관건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건설기계 시장 업황이 좋지 않은 점은 리스크라는 분석이다. 건설기계 사업의 경우 신흥국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하지만 신흥국 시장은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침체되기 시작해 두산인프라코어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을 제외한 지난 3분기 건설기계 부문 매출액은 전년대비 32.8% 줄었다. 3분기 중국 굴삭기 판매량이 전년대비 29.4% 감소한 탓이 컸다. 그밖에 CIS, 중동 등 이머징 국가에서 시장 침체도 이어져 당분간 밥캣을 제외한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부문이 의미 있는 실적 회복을 이뤄내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울한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부문이 올해 단행한 인력 및 해외법인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내년부터는 조금씩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여기에는 추가적인 업황 침체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다.

 

▲ 업계와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건설기계 업황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밥캣이 계속 실적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두산인프라코어에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밥캣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244억원, 900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대비 12.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8.8%로 전년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북미지역 주택 및 상업용 빌딩 건설 시장이 견조하고 주력 제품인 소형트랙로더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판매대수 증가도 점진적으로 이뤄져 전년대비 실적 개선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4분기부터 내년 1분기 사이에 진행 예정인 공작기계 사업부의 성공적인 매각 성사 여부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건설기계 및 엔진사업부의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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