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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먹고 알먹고..연속 무상증자의 '매직'

  • 2015.12.20(일) 16:33

무상증자, 회사 현금유출 없이 `배당` 효과
한미약품·보령제약, 오너 지분율 증가 `쏠쏠`

한미약품과 보령제약 오너들이 무상증자를 통해 회사지배력 강화와 주주친화 정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무상증자는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장부상에서는 통상적으로 자본잉여금에 속하는 주식발행초과금을 자본금으로 계정만 이동하면 되므로 회사가 실제로 지출하는 현금은 없다시피한다. 무상증자후에는 주식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어 주주들 사이에서는 무상증자가 또 하나의 '배당'으로 여겨진다.

 

한미약품, 보령제약 등 제약사들은 수년에 걸쳐 연속으로 무상증자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오너들의 지분율이 확대됐다. 개인 호주머니를 털어 회사 지분을 매입하지 않고서도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의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주지 않고도 배당의 효과도 볼 수 있어 오너들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다.

 

◇연속 무상증자..오너에게는 '호재'

 

무상증자는 연속으로 실시할 경우 '복리이자'가 붙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원금에 5%의 복리이자가 붙는다고 가정한다면, 5년 후에는 원금에 비해 약 25%의 이자가 불어난다. 무상증자도 마찬가지로 5년에 걸쳐 매년 실시할 경우 주식총수가 25% 가량 늘어난다.
 
여기서 신주배정권이 없는 '자기주식'은 오너의 지분율이 강화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상법에 따라 자기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무상증자 대상에서 제외돼 결과적으로 주주들의 지분율을 늘리는 효과를 줄 수 있다.

 

한미약품과 보령제약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모두 40%를 넘는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필요성은 크지 않더라도, 사재를 털지 않고 지분율이 '저절로' 증가한다는 것은 오너 입장에서 호재다.

 

◇임성기 회장, 지분율 증가..300억 효과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무상증자'의 효과를 보고 있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보통주 1주당 0.05주를 신주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시행했다. 내년 1월에는 보통주 1주당 0.02주를 신주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율은 무상증자를 통해 2010년 말 기준 39.30%에서 현재 41.37%로 늘었다. 지분율이 5년만에 2.07% 증가한 것이다.

 

한미사이언스가 무상증자가 아니라 장내매수를 통해 직접 2.07%에 해당하는 한미약품의 지분을 사들일 경우(지난 18일 종가 기준)에는 1420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한미사이언스(전 한미홀딩스)도 앞서 2005년부터 매년 무상증자를 단행해 왔다. 임 회장은 2005년 10월 자녀 3명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지분율이 낮아졌다가, 다시 2006~2010년에 걸쳐 0.17% 증가했다. 2010년 7월 한미사이언스가 인적분할한 후 2012년 5월 주식분할을 거치기 전까지 늘어난 임 회장의 지분율은 0.08%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은 무상증자를 통해 임 회장의 지분율이 0.12% 늘었다.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무상증자를 통해 임 회장의 지분율은 0.37% 증가했다. 이는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277억원에 해당한다.

 

◇보령, 2세경영 더불어 무상증자 시작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도 무상증자를 통해 회사 지분율이 꾸준히 늘었다.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의 딸인 김은선 회장은 지난 2009년 본격적인 2세 경영을 시작했다.

 

무상증자는 김은선 회장의 취임과 궤를 같이한다. 보령제약은 지난 2009년 12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보령제약은 2010년부터 1주당 약 0.05주를 신주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매년 해왔으며, 지난 15일에는 내년도 무상증자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2009년 말 지분율이 12.10% 였던 김은선 회장의 지분은 현재 12.20%까지 늘어난 상태다.

 

보령제약이 회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매입한 자기주식을 고려해도, 김은선 회장의 지분율은 무상증자를 통해 0.10% 증가했다. 이에 해당하는 주식을 장내매수할 경우에는 4억3000만원(지난 18일 종가 기준)의 금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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