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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이젠 재벌 3세들의 격전지로

  • 2015.12.22(화) 16:30

한화 김동선, 면세점 공식행사 첫 등장
두산·신세계도 총수 자녀 전진배치

삼성·한화·두산·신세계 등 재벌 3세들이 국내 면세점 시장을 두고 불꽃 튀는 경쟁에 나선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이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올해 7월 서울 시내면세점을 신규로 따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안팎에 과시한데 이어 한화 김동선(26·김승연 회장의 삼남) 과장, 두산 박서원(36·박용만 회장의 장남) 전무, 신세계 정유경(43·이명희 회장의 장녀) 총괄사장도 면세점 사업의 전면에 등장해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 재벌3세들이 면세점 경영의 전면에 등장했다.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 박서원 두산 전무, 정유경 신세계 사장.

 

◇ 자리배치부터 달랐던 회장님의 아들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갤러리아면세점 63' 사전 오픈 기자간담회에는 한화 김 회장의 막내아들인 동선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선 씨가 한화 임직원 자격으로 공개적인 자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현재 과장 직급을 달고 있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자리배치부터 달랐다. 동선 씨는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 바로 옆자리에 앉아 기자들의 질문에 스스럼없이 답변했다.

지난해 10월 한화건설에 입사한 동선 씨는 올해 8월 '면세 태스크포스(TF)'에 합류해 해외 명품브랜드 유치를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1989년생인 그는 고등학생 때인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부터 시작해 3연속(2006년 도하, 2010 광저우, 2014 인천)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도 획득했다.

동선 씨는 자신의 경력을 면세점 사업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화건설은 중동에 많은 발주처가 있고 면세점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주요 브랜드가 있는데 그쪽에서 먼저 올림픽 출전 사실을 묻곤 한다"며 "제 경험이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자리도 면세점 홍보의 도구 역할을 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한화갤러리아는 5개월간의 준비 끝에 오는 28일 63빌딩에 1만153㎡(약 3072평)규모의 면세점을 연다. 우선은 전체 면적의 60%에 369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명품 브랜드 입점이 끝나는 내년 6월에는 정식으로 오픈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메달리스트인 동선 씨가 자신을 활용한 스타마케팅으로 콧대 높은 명품을 63빌딩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할지 주목된다.

 

▲ 김승연 한화그룹 삼남 동선(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씨가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갤러리아면세점 63' 프리오픈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선 씨는 황용득(사진 가운데) 갤러리아면세점 대표 옆자리에 앉았다.


◇ 사업권 따자마자 오너 일가 전면에

두산도 박 회장의 장남 서원 씨를 면세점 사업의 전면에 배치했다. 광고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서원 씨는 이달 초 오리콤 부사장과 두산 면세점사업의 전무직을 겸직하게 됐다. 그는 면세점과 두산타워 등 그룹 내 유통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재무적 어려움에 빠지면서 새로운 캐시카우로 시내면세점을 선정하고 다른 대기업과 경쟁 끝에 지난달 초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했다. 당시 박 회장은 사재 100억원을 동대문 상권 활성화를 위한 재단에 기부하는 등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고는 서원 씨를 면세점에 발령냈다.

신세계는 이 회장의 장녀인 정유경 씨가 이달 초 6년간의 부사장 꼬리표를 떼고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유경 씨는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사이먼 등의 업무를 관장할 전망이다. 그는 특히 지난달 초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딴 신세계DF를 직접 챙기는 역할을 맡는다. 신세계DF는 신세계백화점이 100% 출자한 회사다.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신세계그룹 후계구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경영을 총괄해왔다면 앞으로 백화점부문은 동생(정유경)에게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 '황금알 거위' 계속될까 

 

재벌 3세들이 면세점 경영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사업기한(5년) 등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사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각 그룹에 폭넓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8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0% 이상 늘었다. 특히 시내면세점은 5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30% 이상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줄면서 면세점 매출이 주춤했으나 10월부터는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다만 면세점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초기 투자 부담이 커 예전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항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조선호텔은 최근 김해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키로 했고, 호텔신라도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실적 부진 등으로 신용등급 전망이 떨어졌다. 면세점 사업을 맡게 된 재벌 3세들에게 기회가 되레 위기로 돌아올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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