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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매각으로 짐 덜어낸 홍기택 회장

  • 2015.12.28(월) 15:08

민영화로 가던 산업은행 기능 조정에 집중
STX조선·대우조선 구조조정 책임론은 부담

"저는 딜리버리맨이에요."

내년 4월이면 임기 3년을 채우는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이번 정권 '실세'로 언론에 처음 노출됐을 때 그의 첫 마디는 바로 '나는 딜리버리맨(배달원)이다'였다.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발탁된 뒤, 첫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귤을 나눠주다가 "누구시냐"는 물음에 한 말이다.

3개월 뒤 산업은행 수장으로 취임한 홍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딜리버리 맨이란 (귤 배달원이 아니라) 인수위원을 뜻했다"며 "정권을 다음 정권으로 잘 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지난 홍 회장의 지난 3년은 어쩌면 '딜리버리 맨'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지난 정권 민영화로 기울었던 산업은행을 다시 정책금융 강화로 돌려놓고, 후임자에게 물려주는 게 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듯하다. 최근 대우증권 매각 성사로 그가 안고 있던 과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한 모양새다. 관련 기사 : 미래에셋, 대우증권 품었다…초대형 증권사 탄생

 


◇ 은행 통합·자회사 매각 등 기능 조정에 3년

홍 회장은 취임할 때부터 산업은행의 민영화 백지화와 정책금융 기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최근 세계 경제가 나빠지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민영화 여건은 악화하고 정책금융의 필요성이 확대했다"며 "정책금융은 KDB 그룹이 강점을 가진 분야로서 역량과 노하우를 100%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몇 개월 뒤 정책금융공사를 산업은행에 다시 통합하는 내용의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내놨고, 결국 올해 1월 통합산업은행이 출범하게 됐다. 홍 회장은 통합 산은의 수장으로 혼란한 조직 추스르기에 집중했다.

통합 산은 출범 뒤엔 민간 영역에서의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대우증권을 비롯한 금융·비금융 자회사 매각이 그것이다. 최근 대우증권 매각이 성사하면서 자회사 처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비금융 자회사 91곳을 내년부터 2018년까지 집중적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이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대우증권 매각과 관련 "금융개혁 차원에서 추진한 금융·비금융 자회사 매각의 시발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며 "비금융 자회사도 (대우증권 매각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당사자 간 조율을 통해 빠르게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전문성 부족한 낙하산 논란 vs 잡음 없이 임기 완료

홍 회장은 이런 큰 틀의 기능 조정을 추진하는 와중에 STX조선과 대우조선 등 구조조정 이슈로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대우조선의 경우 3조 원 이상의 추가 손실이 드러나면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들의 손실이 커지면서 산업은행의 실적도 악화 일로를 걸었다. 2013년엔 13년 만에 적자를 냈고, 지난해 1800억 원 흑자에 이어 올해도 초라한 성적에 그칠 전망이다. 2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대우증권 매각으로 남긴 차익은 올해 실적에 반영하지 않는다.

이런 탓에 홍 회장에 대한 '낙하산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금융사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교수 출신' 인사가 산업은행 수장으로 온 것은 홍 회장이 처음이었다. 여기에 '서강대 출신'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으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산은 내부에서는 정권 실세임에도 무리하지 않으면서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는 평가도 있다.

대우증권 매각을 성사한 홍 회장은 내년 초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 등을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한다. 임기가 끝나는 부행장 3명 등 큰 폭의 인사가 예정돼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홍 회장이 정책금융 방향의 새 밑그림을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구조조정 등을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사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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