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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되찾기 '마침표'

  • 2015.12.29(화) 15:34

2009년 워크아웃 돌입 이후 6년만에
금호기업 설립, 주요 계열사 경영권 확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되찾기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2009년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6년 만이다.

 

박삼구 회장은 29일 금호산업 채권단 보유 지분 매각대금인 7228억원을 납입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지으며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고, 그룹 재건을 위해 도움을 준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며 “금호아시아나를 지켜본 많은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워크아웃부터 재인수까지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을 떠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6.4조원)과 대한통운(4.12조원)의 무리한 인수로 재무구조가 악화, 인수한 기업(대우건설·대한통운)을 되파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2009년 6월 금호아시아나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고, 그해 12월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을 비롯해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자율협약을 맺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박삼구 회장은 2010년 11월 다시 그룹경영에 복귀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의 신분이었다. 2013년 11월에는 금호산업 대표 자리로 돌아온다. 이후 지난해 10월 금호산업은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된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금호산업 채권단은 올 1월 금호산업 지분 매각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4월 진행된 본입찰 결과, 호반건설이 6007억원에 단독으로 응찰했고 채권단이 이를 거부하며 결국 유찰됐다.

 

이후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간의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박 회장이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지분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최대한 비싼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박삼구 회장은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하려했다.

 

 

실제 지난 7월23일 금호산업 채권단은 인수가격으로 1조218억원을 제시했고, 한달 뒤 박삼구 회장은 매입 희망가로 6503억원을 불렀다. 양측 간 약 3715억원의 금액 차이가 발생했다.

 

이후 9월10일 박삼구 회장은 희망가를 7047억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채권단은 최종 매각가격을 7228억원으로 결정한다. 양측은 9월 24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 재계 도움으로 마련한 7228억

 

계약체결 이후, 재계의 관심은 박삼구 회장이 인수 자금인 7228억원을 어떻게 모을까 하는 것이었다. 당시 재계에선 박 회장이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수백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했고, 금호고속 매각 등의 순환출자 방식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은 매각 대금 마련에 성공한다. 재계에 쌓아놓은 인맥들이 결정적인 역할들을 했다. CJ와 코오롱 등 재계 우군들이 백기사로 나섰다.

 

지난달 박삼구 회장 측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한 인수대금 자금조달 계획을 보면, 박 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각각 금호산업 지분 9.85%와 금호타이어 지분 7.99%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1521억원을 마련했고, 이 돈을 금호기업에 출자해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와 함께 NH투자증권이 주선한 신디케이트론(금용기관이 차관단을 구성해 제공하는 중장기 대출)을 통해 3000억원을 마련하고, 금호기업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2700억원을 확보한다.

 

RCPS는 주주 선택에 따라 일정 시기가 되면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이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우선주다. RCPS 중 약 500억원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및 박 회장 부자가 인수하고 나머지는 CJ와 코오롱, 효성 등 금호와 사업 관계가 있는 기업들이 참여해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박삼구 회장은 최대주주인 금호기업을 통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를 갖췄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남은 과제들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품에 안으며 그룹을 재건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은 금호타이어다. 현재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가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14.15%, 산업은행이 13.51%를 보유중이다. 금호타이어는 아직 매각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금호산업 매각이 마무리된 만큼 내년에는 매각이 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가지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은 박 회장 2.7%, 아들인 박세창 부사장 2.6%, 금호문화재단 2.8% 등 9.1% 수준이다. 채권단 보유지분중 상당부분을 가져와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 지분도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를 놓고 가격경쟁이 벌어질 경우 박 회장의 인수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2위, 세계 12위 업체다. 해외업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모펀드로부터 인수해 다시 재매각한 금호고속 인수도 과제중 하나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9월 칸서스HKB 사모펀드에 금호고속 지분 100%를 팔았다. 매각대금은 3900억원이었다. 단, 2년3개월내 이를 다시 살 수 있는 조건을 붙인 만큼 재인수를 위한 여력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그룹 경영권을 되찾아왔지만 주력 계열사들의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과거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초래되면서 금호산업이나 아시아나항공 등은 그동안 사실상 성장보다는 생존에 초점을 맞춰왔다.

 

박 회장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대금을 납입한 29일 박 회장이 내년 경영화두로 '창업초심(創業初心)을 제시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이날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항공, 타이어, 건설 등 그룹 주력사업분야가 비상(飛上)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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