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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 빠진 두산인프라코어 공갈빵되나

  • 2015.12.30(수) 10:03

공작기계부문 매각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
매각 대금 효과는 단기적..업황 회복이 관건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부문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우려섞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공작기계사업이 알짜사업이었던 만큼 매각 이후 그 빈자리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공작기계부문 매각이후 남아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부진한 상태여서 향후 실적 턴어라운드는 더욱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차포(공작기계) 뗀 승부수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공작기계부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를 선정했다. SC PE가 제시한 금액은 1조3600억원이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부문에 대해 분할 후 일부 지분을 매각하려고 했다. 알짜사업인 만큼 사업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적이 점점 악화되고 현금이 필요하게 되자 경영권을 포함한 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0.1% 감소한 200억원에 그쳤다.

작년 2분기를 정점으로 추세적으로 계속 떨어지는 모습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건설기계부문의 실적이 좋지 않아서다. 특히 주력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의 추락이 전체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 여기에 중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요도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07년 중국 굴삭기 점유율이 17%에 달할만큼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로컬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대규모 인프라 공사가 줄어들면서 점유율은 급락했다. 올해들어 지난 10월까지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굴삭기 점유율은 7.3%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두산인프라코어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공작기계부문 매각도 이런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두산인프라코어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올해들어서만 네 차례에 걸쳐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아울러 프랑스의 자회사 ‘몽따베르’를 총 1350억원에 매각했고 지난 8월에는 밥캣의 프리IPO를 통해 약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이처럼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된 것은 밥캣 인수시 끌어들였던 차입금 때문이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 승부수 통할까?

두산인프라코어의 3분기 말 현재 순차입금은 5조2888억원, 총 부채는 8조6691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27%에 달한다. 누적 이자비용도 2217억원이다. 순손실 규모는 작년 267억원이었다. 올해 3분기에는 이미 세전손실액이 1871억원을 기록했다.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자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부문 매각대금으로 부채비율을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많은 돈을 들여 인수한 밥캣은 조금씩 실적 턴어라운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모기업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작기계사업을 울며 겨자먹기로 매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자료:나이스신용평가. 2010년~2014년 기준.

문제는 공작기계사업을 매각한 이후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사업을 예정대로 매각하게 되면 남아있는 사업은 건설기계사업과 엔진사업이다. 그러나 이 두 사업 모두 신통치 않다.
 
지난 3분기 건설기계BG(Business Group)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4%, 영업이익은 66.2% 감소했다. 엔진BG는 그나마 상황이 좀 나았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4.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3.2% 증가했다. 하지만 엔진BG의 영업이익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공작기계부문이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년 평균치로 약 17.1%에 달한다. 특히 지난 2012년 이후 건설기계부문의 영업수익성 저하에도 불구 공작기계부문은 꾸준히 10% 이상의 EBIT(조정영업이익) 마진을 내왔다. 건설기계부문의 부진을 공작기계부문이 메워왔던 셈이다.
 
▲ 자료:나이스신용평가, 2010년~2014년 기준.
 
공작기계부문의 매각은 결국 든든한 실적 버팀목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부문을 매각한 이후 양호한 현금창출능력을 보유할 수 있느냐 여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전문위원은 "공작기계부문 매각으로 사업부문간 상호 보완을 통한 실적 변동성 완충 능력이 떨어져 두산인프라코어의 전반적인 사업기반 안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결과는 오리무중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부문을 매각할 경우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SC PE가 제시한 1조3600억원이 유입되면 9월 현재 227%에 달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체비율은 150.7%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순차입금 의존도도 종전 42.8%에서 34.5%로 낮아진다.

따라서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분명 호재다. 하지만 회사 전체의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매각 대금 유입에 따른 효과는 단기적이라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봤을때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사업이 없어진 만큼 남아있는 사업만으로 양호한 현금창출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시장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 자료: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매각 대금이 모두 차입금 상환에 쓰인다고 가정했을때 EBIT를 매출액으로 나눈 EBIT 이익률은 종전 5.5%에서 공작기계부문 매각 이후 4.3%로 낮아진다. 또 차입금 상환으로 이자 비용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EBITDA/조정금융비용도 1.6배로 나타났다. EBITDA/조정금융비용의 수치가 1을 넘을 경우 영업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부문 매각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매각대금을 통해 단기적으로 재무구조개선을 이룰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측면에서 타격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알짜 사업 부문 매각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넘어야 할 또 다른 큰 산"이라며 "건설기계 업황이 되살아나지 않는 이상 두산인프라코어는 향후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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