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선 기자, 이세정 수습기자] 지난달(12월) 30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에 중국어가 울려 퍼졌다.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절정에 달했을 때다. 이들은 하루 동안 서울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기 전 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긴다. 이날도 관광버스에서 수십 명이 내려 로비가 시끌벅적했다. 이들은 이내 삼삼오오 흩어져 63빌딩 본관 1층의 그라운드플로어 곳곳을 살폈다.
이틀전(28일) 임시 개장한 갤러리아면세점63은 요우커의 취향을 반영하려 한 시도가 눈에 띄었다. 63빌딩에 ‘골드바’라는 별칭을 붙여 요우커의 쇼핑과 관광 거점지로 만들고, 63빌딩에서 시작해 한류 드라마 촬영장소 등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로 이어지는 관광코스도 개발했다.
| ▲ 갤러리아면세점63은 중국인 관광객을 고려해 '금빛'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다. 자연채광창 아래에 설치된 금빛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
◇ '63빌딩=골드바' 감성을 노리다
63빌딩 정문 로비의 천장에는 자연채광창이 나있다. 커다란 자연채광창 너머로 63빌딩이 보인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햇빛을 받으면 황금빛을 띠는 63빌딩의 모습을 ‘골드바’라고 표현했다. 금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것이다. 몇몇 요우커들은 천장을 향해 스마트폰을 들고 63빌딩을 찍었다.
면세점 내부 또한 금색 위주로 꾸몄다. 안정호 한화갤러리아 면세사업본부 대외협력팀 과장은 “바닥과 벽면은 흰색, 회색으로 깔끔하게 구성한 반면 매장 로고에는 금색을 써 중국인의 감성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정문에 배치된 전시물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과 금색을 섞어 연출했다. 정문 옆 쇼윈도에도 금색 풍선을 가득 채워 날이 어두워질수록 환히 빛나게 했다.
◇ "한국 인기제품, 중국에도 입소문"
그라운드플로어에서는 국내외 인기 화장품을 판매한다. 토니모리 매장 앞쪽에는 복숭아 핸드크림 10개가량을 담은 세트가 진열되어 있었다. 복숭아 핸드크림은 복숭아 모양을 한 독특한 용기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이다. 복숭아는 중국에서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져 토니모리가 중국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잇츠스킨 매장 직원인 한은희씨는 “‘달팽이크림’이 많이 팔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보습 및 미백 제품인 달팽이크림은 잇츠스킨의 대표상품으로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한씨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 중국에서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중국인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화장품매장 뒤쪽에선 코치 매장이 개점을 준비하고 있었다. 임시 개장인 만큼 명품 브랜드 매장이 모두 열리진 않았다. 제품에 대해 묻는 요우커에게 유창한 중국어로 응대하는 매장 직원의 목소리가 빈 공간에 울려 퍼졌다. 매장 직원들은 모두 한국어와 중국어 회화를 할 수 있는 다국어 능력 보유자로 구성되어 있다.
◇ 쇼핑하면 끝? 여의도 둘러보는 관광객
방문객들은 커다란 지도를 든 채 매장을 오갔다. 갤러리아면세점63이 4개 관광코스를 지도에 나타낸 ‘여의도 관광맵’이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은 여의도 관광맵을 보며 다음 방문 장소를 살피고 있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63빌딩을 중심으로 한 4개 여의도 관광코스를 직접 개발했다. 이중 ‘한류코스’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추격전 촬영이 이뤄진 63빌딩에서 시작해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꽃보다 남자’, ‘궁’ 등 인기 드라마 촬영지에 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안 과장은 “다른 면세점들과 달리 시내에서 떨어져있지만 여의도의 문화적 자원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방송국을 중심으로 한류에 관심 있는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현재 369개 브랜드를 선보인 상태이며 올해 상반기에 정식 개장한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는 “갤러리아면세점63을 통해 여의도, 영등포 지역을 미국의 맨해튼처럼 선진국형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