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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쇼크]①절세와 탈세 사이

  • 2013.04.25(목) 00:00

부호들의 재산증식 수단…과세 숨바꼭질 무한반복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가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달 초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는 이곳을 근거지로 삼아 탈세를 자행한 세계 각국 부호들의 명단 일부를 공개했다.
 
ICIJ가 입수해 분석 중인 버진아일랜드 금융계좌 명단에는 국내 재산가들 70여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후속 공개 명단에 관심이 쏠린다. 국세청과 관세청 등 과세당국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명단을 파악하려고 혈안이 되고 있다.
 
버진아일랜드 금융계좌 중에서도 정상적인 투자 목적인 경우를 솎아내야 하는데, 만일 비자금이나 탈세 수단으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 알리데와 히딩크의 차이
 
▲'탈세' 거스 히딩크(左)와 '절세' 조니 알리데(右)
세금을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Tax haven)를 이용하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따라 절세(絶稅)와 탈세(脫稅)로 구분된다.

 
프랑스의 국민가수 조니 알리데는 2006년 자신의 소득 중 70%가 부유세로 나간다며 스위스로 떠났다. 그의 "일만 하는 소가 되기는 싫다"는 발언은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렸다. 프랑스에서 부유세를 피해 스위스로 이주한 국민은 10만여명에 달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은 고국인 네덜란드에서 탈세 혐의로 법정에 섰다. 2002년 월드컵 직후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벨기에에 집을 얻어 140만유로(17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실제로는 벨기에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위장 전입한 것으로 드러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알리데와 히딩크는 모두 자국의 높은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조세피난처를 활용했고, 절세와 탈세의 경계선을 넘나 들었다.
 
◇ '먹튀' 론스타의 비법
 
국내에서 수조원대 차익을 남기고 떠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Lonestar Fund)도 조세피난처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론스타는 버뮤다와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 세금 부담이 없는 조세피난처에 근거지를 두고 공격적인 투자와 세금 절감을 병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론스타가 만든 벨기에 법인(LSF-KEB 홀딩스)은 조세조약에 따라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로 무장했고, 법정 공방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세청은 론스타가 2007년 외환은행 및 극동건설, 스타리스 주식을 매각하면서 얻은 차익 등에 법인세 1700억원을 매겼지만, 지난 2월 법원에서 취소 판결을 받았다. 앞서 대법원도 국세청이 론스타에 매긴 1000억원대 소득세를 걷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론스타가 1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3조9156억원에 매각한 것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3915억원의 세금을 부과했으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세무 전략은 법률적으로 제동을 걸 장치가 충분치 않다. 부호들은 끊임없이 세금을 피하려하고, 대형 로펌을 고용해 강력한 논리로 무장한다. 조세피난처를 둘러싼 과세당국과 부호들의 숨바꼭질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 조세피난처의 明暗
 
법인세나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매우 낮은 세금을 적용하는 등 세제 상의 특혜를 제공하는 장소를 '조세피난처'라고 한다. 회사 설립이나 외국환 업무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기업이나 재산가 입장에서는 절세가 가능하지만, 탈세의 온상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기업은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세금을 피할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막대한 세수를 손해보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세계 38개국을 조세피난처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ICIJ)
전세계 60개국 출신 160여명의 언론인이 공동 작업하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다. 지난해 인체조직의 국제 불법유통에 대해 폭로한 데 이어 최근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숨겨둔 세계 부호 명단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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