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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성큼]①오감 홀리는 딴세상

  • 2016.01.06(수) 14:39

‘대표 기업’ 오큘러스VR 등장…대중화 예고
스마트폰 이을 차세대 플랫폼…공룡들 경쟁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와 게이머들이 주목해온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가 마침내 상용된다. 페이스북이 지난 2014년 20억달러(한화 2조3750억원)를 들여 인수해 화제를 모았던 신생기업 오큘러스VR이 오는 6일(현지시간) 리프트에 대한 예약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가 관련 제품을 내놓았으나 이 분야 '대표기업' 오큘러스VR이 등장함에 따라 올해는 '가상현실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가상현실이 실생활로 파고들면서 게임과 영화 같은 영상 콘텐츠부터 교육, 의료,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다음으로 IT 생태계에 강한 파급력을 미칠 가상현실 산업을 조명해보고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전망해본다. [편집자]

 

▲ 오큘러스VR은 지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첫 소비자용 가상현실 헤드셋인 '리프트'의 선주문(preorder)을 오는 6일부터 받겠다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드디어! 선주문이 48시간 후에 시작됩니다. 판매는 올 1분기부터!"


오큘러스VR의 창업자이자 개발자 파머 럭키가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이다. '게임광(狂)'인 그가 19살의 나이였던 지난 2012년 투자금을 끌어 모아 설립한 오큘러스VR이 약 3년 반만에 본격적인 성과물을 내는 역사적 순간이기도 하다. 오큘러스VR은 이미 개발자용 기기를 몇차례 출시했으나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이번에 처음 판매한다.

 

◇오큘러스 소비자용 제품 첫선..'가상현실 원년'


고글과 헬멧을 합쳐 놓은 것처럼 생긴 가상현실 체험기기는 삼성전자와 구글 등이 먼저 내놨고, 중국 제조사들도 저가 제품을 들고 시장에 진출했다. 오큘러스VR은 이들보다 한발 늦게 등장한 것이나 관련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리프트야말로 가상현실 업계와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오큘러스VR은 개발자용 제품인 'DK1'을 지난 2012년부터 판매해 관련 생태계를 조성해 왔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손잡고 하드웨어 및 콘텐츠 개발도 이끌어 왔다.

 

무엇보다 리프트의 등장 시기가 세계 IT 산업의 트렌트를 한눈에 보여주는 'CES'의 개막과 같아 더욱 관심을 모은다. 오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최대 가전쇼 CES 2016에서 오큘러스VR은 리프트를 비롯해 가상현실 제품과 관련 기술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오큘러스VR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리프트용 가상현실 게임 소개 영상.

 

가상현실 기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오큘러스VR이 올해 1분기에 정식으로 제품을 내놓기로 하면서 올해에는 관련 산업이 무르익을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큘러스VR과 협력해 지난 2014년 12월 '기어VR'을 출시했고, 구글은 저렴한 가격의 '카드보드(Card Board)'란 기기를 선보였다.


소니는 게임에 특화된 가상현실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올 1분기에 내놓을 예정이며, 대만 HTC도 '바이브'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인 북경폭풍마경과기유한공사는 '폭풍마경'이라는 가상현실 기기를 판매하고 있는데 2만원에 불과한 가격이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 새먹거리로 VR 각광

글로벌 IT 공룡들이 움직이는 것은 최근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차세대 먹거리로 가상현실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만한 하드웨어로 시계형의 스마트워치나 밴드, 안경형의 웨어러블PC(입는 컴퓨터) 등이 나왔으나 아직 이렇다할 파급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사람의 주요 감각 기관을 장악하는 가상현실 기기는 차원이 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상현실은 컴퓨터와 헤드셋을 통해 구현한 입체적인 가상 공간을 제공한다. 사람의 시각을 완전히 장악하고 주변기기들과 결합하면 청각과 촉각도 사로잡을 수 있다. 여기에다 음성과 동작인식 센서까지 가미하면 현실감은 배가된다. 

▲ 삼성전자가 2014년 12월에 출시한 '기어VR'은 오큘러스VR과 협업해 만든 첫 가상현실 합작품이다. 삼성전자는 기어VR의 출시 초기 국내 출고가를 24만9000원으로 책정했으나 최근엔 절반인 12만9800원으로 내렸다.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지난 1960년대부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시도됐다. 하지만 기술의 한계나 높은 비용 벽에 부딪혀  대중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최근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강력한 컴퓨팅 파워, 3D 기술 등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하드웨어 비용이 크게 떨어지면서 일반인들도 몰입감 있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상현실은 인접 기술인 사물인터넷(IoT)이나 웨어러블기기(입는 컴퓨터) 등과 결합해 실생활에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을 시작으로 교육과 군사, 전시, 공연, 영화 스포츠 광고 등 모든 분야에 접목되면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떠오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단지 하드웨어 제품을 팔면서 거둬들이는 수익보다 가상공간에서 사용자들이 소비하는 시간이나 비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의 류한석 소장은 "기존 오프라인과 온라인 비즈니스모델과 수익모델 대부분을 가상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다"라며 "특히 킬러앱인 게임과 성인물, 커머스(상거래) 등을 미끼로 사람들이 가상현실에 빠져들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가 확장되는 형태로 시장이 커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비디오게임의 '강자'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4(PS4)'용 가상현실기기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올해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 제품은 PS4라는 강력한 컴퓨팅 기기와 연계해 게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를 위협할만한 경쟁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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