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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시장' 회계법인 新성장동력으로 부상

  • 2016.01.13(수) 14:26

회계법인 매출 중 세무부문 매출 고속성장 중
감사시장 정체에 따른 세무시장 공략 강화효과

 

회계법인의 세무부문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 매출처인 감사부문의 매출이 여러 가지 시장상황과 제도적 한계에 부딪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회계사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업무영역인 세무부문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관련기사 : 회계사의 존재이유 ‘외부감사’..계륵 되나>

 

# 세무시장 매출, 10년만에 3배로 초고속 성장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등록된 회계법인 141곳(2015년 8월기준)의 세무부문 매출은 2014년(FY)에 5936억원으로 회계법인의 전체 매출에서 26.5%를 차지했다. 이는 10년 전인 2005년 2036억원의 2.9배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률로 따지면 191%에 달한다. 같은 기간 회계법인 주 수입원인 감사업무 매출이 73% 성장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다.

 

이는 회계시장을 이끌고 있는 4대 회계법인의 매출에서도 확인되는데, 특히 안진회계법인의 고속 성장이 눈에 띈다. 안진회계법인은 2005년 235억원의 세무매출을 기록했지만 2014년에는 742억원으로 무려 215% 성장률을 보였다. 안진의 세무부문 성장세는 회계법인 전체의 세무매출 성장세를 훌쩍 뛰어 넘는 속도다. 법인규모가 가장 큰 삼일회계법인의 경우에도 세무부문 매출은 2005년 481억원에서 2014년 1123억원으로 13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삼정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 역시 각각 176%, 201%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한영회계법인은 전체 매출에서는 4대 회계법인 중 4위에 해당되지만 세무매출에서는 2014년부터 삼정회계법인을 누르고 3위로 올라섰다.

 

 

# 세정강화의 반사효과..먹거리가 늘었다

 

회계법인의 세무매출 증가는 세무행정 강화, 세무부분 쟁점 증가 등 환경변화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2012년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국가 세수입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과세당국의 세무행정의 강도도 훨씬 세졌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추징액은 2009년 2조735억원에서 2010년 3조원을 돌파한 후 2012년에는 5조원에 육박했으며 2013년에는 6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기업들은 세무조사에도 대응하면서 동시에 거액의 추징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세금과 관련된 모든 재무활동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회계법인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실제로 회계법인은 로펌과 같이 법적인 분쟁에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지만, 소송 이전단계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다. 기업회계를 세무회계로 바꾸는 세무조정에서부터 인수합병시 발생하는 세무문제, 해외 자회사와의 거래시 발생하는 세무문제 등 각종 세무분야의 자문을 전담한다. 또 국세청으로부터 추징금이 발생할 경우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 단계에서 이를 무마시키거나 추징금을 최소화하는 일도 맡는다.

 

특히 심판원단계에서 인용(납세자 승)을 받게 되면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세금을 돌려받는 등으로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 소송보다 더 선호도가 높은 방식이다. 조세심판원에 매년 신규로 접수되는 과세불복 건수는 2008년 5244건에서 2011년 6313건으로 6000건을 돌파했고, 2014년에는 8474건으로 8000건을 넘어섰다. 회계법인이 할 일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국제조세분야 세무쟁점도 크게 늘고 있다.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쟁점이 불거지면서 이른바 구글세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고, 자산가들의 해외재산에 대한 우리 정부차원의 과세강화 방안도 강력하게 추진중이다. 지난해말부터는 해외보유재산에 대한 자발적 신고납부시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한시적인 고해성사 기간도 진행중이다.<관련기사 : 15년전 탈세도 봐줘...해외재산 '고해성사' 왜 꺼냈나>

 

# 세무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회계법인들은 이러한 세무분야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했다. 감사보수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먹거리가 늘고 있는 세무부문에 더 많은 투자를 한 것이다. 관련조직을 키우고 전문인력을 대거 확충했다.

 

회계법인의 조직을 살펴보면 세무부문의 내부적 위상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세무부문 고성장중인 안진회계법인의 경우 2006년 3월 조직도에는 회계감사본부, 경영자문본부, 재무자문본부, 세무자문본부 순으로 세무영역이 직제상 후순위에 위치했지만 2009년부터는 회계감사본부 다음으로 세무자문본부가 위치해 있다.

 

삼정회계법인 역시 2006년에는 세무사업본부를 지역본부 직전인 최말단의 사업부로 배치했지만 2013년부터는 감사본부 바로 옆으로 이동시켰다. 한영회계법인은 2006년 세무1, 2부로 단순했던 세무본부 조직을 9개 세무서비스부로 세분화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 조세심판원 등의 관료 출신들을 회계법인에서 무더기로 영입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계법인의 전직 관료 영입은 대외적으로 비공개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최근 한영회계법인은 지방국세청장 출신의 고위직 인사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언론에 홍보하는 등 대외에 공식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회계법인의 고객들에게도 이러한 인사 영입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안진회계법인의 이정희 세무본부 대표는 “감사부문이 현재 여러 가지로 성장이 어려운 구조다보니 택스(Tax)를 중심으로 다른 컨설팅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또 국가적으로 재정적자가 반복되면서 국세청 세무조사 등 세정이 강화되는 측면 때문에 세무시장 자체가 커진 측면도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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