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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이라도 더 빨리’…고해성사 백태

  • 2013.04.25(목) 17:37

2009년 금융자동화기기 담합조사로 촉발…LG엔시스 최대 수혜

담합‘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고해성사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인센티브지만, 주도(主導) 여부를 불문한 ‘선착순’ 원칙은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로인해 기업들은 1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다. 현장 조사 첫날부터 감면신청이 쇄도한다. 적발 가능성이 있는 또다른 담합행위에 대해서도 줄줄이 실토한다.


◇과징금 150억 면죄부


2009년 3월말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자동화기기 담합 의혹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하자 해당 기업들이 보여준 백태는 ‘리니언시’제도가 산업계에 가져온 기업들의 배신의 진풍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1년 3월 공정위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ㆍ현금자동출금기(CD)의 판매가격 및 판매물량을 담합한 4개사에 대해 총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노틸러스효성 170억원을 비롯, LG엔시스 119억원, 청호컴넷 33억원, 에프케이엠 15억원이다. 하지만 담합 업체들이 최종적으로 낸 과징금은 91억원이다. 리니언시를 통해 감면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현장조사에 착수하자 LG엔시스는 맨 먼저 손을 들었다. 조사 시작 당일 오후 담합 사실을 시인한 것은 물론 가담 업체간 교환자료, 내부 보고자료, ATM협의회 사장단모임 및 실무자모임 자료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로인해 LG엔시스는 과장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에도 농협이 발주한 금융단말기 구매입찰에서 LG엔시스와 케이씨티가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각각 31억원, 21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당시에도 과징금을 낸 것은 케이씨티 뿐이다. LG엔시스는 공정위 조사 두 달 뒤인 5월 25일 케이씨티보다 먼저 필요한 담합증거물을 들고 자진신고함에 따라 과징금을 전액 감면받았다.


◇제2, 제3의 담합 고해성사


한 발 늦은 다른 업체들도 아쉬움(?)을 뒤로한채 발빠르게 움직였다. 노틸러스효성은 당초 4개사의 금융자동화기기 담합 건에 대해 LG엔시스와 같은 날 고해성사를 했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LG엔시스를 따라잡지 못한 탓에 감면혜택 50%가 주어지는 2순위에 머물렀다.


노틀러스효성은 더 나아갔다. 자신이 가담했던 또다른 담합행위를 1순위로 신고했다. 이를 통해 20%를 추가로 감경받아 최종과징금 51억원만 물었다. 아울러 2007년 4월~2008년 4월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우리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이 발주한 공과금수납기 구매입찰 담합건에 대해서는 과징금 3500만원을 전액 감면받았다.


케이씨티도 노틸러스효성과 유사하게 대응했다. 농협 금융단말기 구매입찰 공동행위건의 2순위 신고자였다. LG엔시스보다 20여일 늦게 실토했던 것. 하지만 또다른 담합행위에 대해서도 손을 들었다. 이를 통해 70%의 감면율을 적용받아 20억원이던 과징금을 6억원으로 줄였다.


공정위는 2003년 3월~2008년 5월 기업은행, 국민은행, 대구은행이 발주한 금융단말기 구매입찰 11건에서 케이씨티와 인젠트 등 2개사가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사실을 적발하고 올 2월 두 기업에 각각 2억8000만원, 1억4800만원을 부과한 적이 있다. 케이씨티는 기존에 갖고 있던 1순위 신고 지위를 통해 과징금 전액을 감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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