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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LGU+부회장 "SK텔레콤 땅도 안짚고 헤엄치려"

  • 2016.01.17(일) 09:01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반대 입장 밝혀
미제정 통합방송법 따라 지분율 제한 가능..'정부심사 미뤄야'
용역보고서 의뢰결과, M&A시 요금인상·시장독점화 가능성 커

▲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작년말 취임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아직 통과되지 않은 통합방송법 현실 속에서 자칫 인수합병을 승인하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전국 사업자인 IPTV 사업자가 지역방송인 케이블TV를 인수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만약 기존 법이 그대로 유지되면 인수합병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현행 방송법은 전국단위 사업자인 위성방송이 지역단위 사업자인 케이블TV에 대한 소유 지분을 33%로 제한하고 있다. IPTV는 특별한 규제가 없다. 그러나 통합방송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IPTV 역시 위성방송과 같이 지분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14일 밤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첫 공식석상에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지금 인수하면 지분율은 38%이고, 향후 콜옵션까지 행사하면 50%가 넘어간다"면서 "개정될 법(통합방송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은 안을 그냥 추진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황당하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 "이번 딜, 정무적 판단 필요"

 

권 부회장은 "이와 관련 정부에서 잘 판단하겠지만, 당연히 법이 제정된 이후에 인수 허가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SK텔레콤은 법이 개정되는 것을 알고 전광석화 처럼 딜을 추진했는데, 만약 허가된다면 페어(fair·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SK텔레콤의 이 같은 전략을 두고 "땅도 안짚고 손쉽게 헤엄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이전에 담당했던 디스플레이나 베터리 사업에 비하면 통신업은 요금도 정해져 있고, 플레이어도 한정됐고, 시장점유율도 변함이 없어서 '땅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라는 말이 있는데 SK텔레콤은 이번 딜로 땅도 안짚고 손쉽게 헤엄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조선·철강 등 다른 업종은 얼마나 피 튀기는가, 통신업은 거기에 비하면 상대성이 있다"면서 "SK텔레콤이 적자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을 것인데, 그런 사업을 왜 한곳에 몰아주는가"라며 정부가 규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밝혔다. 그는 "이번 딜은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며, 통신은 규제산업이니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힌 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나중에 국민이익에도 도움된다"는 밝혔다.

 

그는 또 이번 딜이 정부의 알뜰폰 정책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알뜰폰 정책은 싼 값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딜이 허용된면 이동통신 1위가 알뜰폰 1위를 인수하게 돼 알뜰폰 정책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LG유플러스의 M&A 추진 계획에 대해 "가입자와 매물가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려할 가치는 있다"면서 "씨앤앰 처럼 비싸면 안되는 것이고, 가격대비 밸류가 있으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전략폰을 판매한 배경에 대해서도 "SK텔레콤·KT는 삼성전자로 부터 받는 전용폰이 많은데 반해 LG유플러스는 적다"면서 "우리가 불리한 상황에서 화웨이가 대안으로 나왔고, 저가폰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출고가 15만원대 저가 스마트폰은 한국 제조사의 경우 불가능하고 중국 제조사만 가능하다.

 

◇경제학자 용역보고서 "합병시 요금인상 가능성 커"

 

이와함께 LG유플러스는 최근 국내 경제학 교수진에 의뢰한 용역보고서(SKT-CJ헬로비전 기업결합의 경제적 효과분석)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유료방송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 이용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결합 시 가격인상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인 GUPPI가 이번 M&A의 경우 30.4%에 달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후 유료방송 요금을 인상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GUPPI(Gross Upward Pricing Pressure Index·가격인상압력지수)는 케이블TV 요금 인상에 따른 전환율, 케이블TV 대비 IPTV 요금비율, IPTV 마진율 등을 고려해 산정한 지수다.

 

학계에서는 GUPPI가 10% 이상이면 요금인상 요인이 높은 것으로 보며, 미국 법무부(DOJ)의 경우 GUPPI가 5% 이내인 M&A의 경우 요금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지난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력교정용 안경렌즈 1위 업체인 애실로(Essilor Anera Investment PTE.LTD)가 2위인 ㈜대명광학의 주식취득을 심사할 때, GUPPI가 20%에 달해 가격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기업결합을 불허한 바 있다.

 

▲ CJ헬로비전 케이블방송 가입자 전환의향 [자료=LG유플러스]

 

하지만 CJ헬로비전 전국 23개 서비스 권역내 1000 여명의 소비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M&A후 SK텔레콤이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다른 사업자로 변경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M&A 후 요금이 5% 인상되더라도 다른 방송상품으로 변경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가입자는 67%, 요금이 30% 올라도 타 사업자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도 47%나 됐다.

 

이는 소비자들이 유료방송 선택 시 이용요금 보다 보조금이나 경품에 더 큰 영향을 받는데다 약정 위약금 부담, 가격비교 정보부족 등의 이유로 대체상품으로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 합병 후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 변화 예측 [자료=LG유플러스]

 

또 LG유플러서는 자사 분석결과, 합병 시 3년내 SK텔레콤이 통신시장 전반을 독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통통신 시장에서 CJ헬로비전의 KT망 알뜰폰 가입자 흡수, CJ헬로비전 방송권역에서 SK텔레콤 이동전화 가입자 증가 등으로 현재 49.6%의 이동통신 점유율이 2018년 최대 54.8%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방송결합상품 시장에서도 CJ헬로비전 가입자의 결합상품 가입비중이 SK브로드밴드 수준으로 증가하게 되면 SK텔레콤의 결합상품 점유율은 2015년 44.9%에서 2018년 최대 70.3%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합병 즉시 CJ헬로비전 초고속 가입자 확보, CJ헬로비전 유료방송 가입자 중 SK 초고속 미가입자 추가 가입 유도 등을 통해 25.1%의 점유율을 2018년에는 최대 4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이번 M&A는 SK텔레콤의 시장독점화에 따른 경쟁제한성이 심각하다는 사실도 큰 문제점"이라면서 "두 기업간 결합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알뜰폰 1위 사업자간 결합임과 동시에 지역 유선방송 1위 사업자와 전국 IPTV 사업자간 합병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7조 4항의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공정거래법 제16조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결합인 경우 합병불허(당해 행위의 중지), 주식처분, 영업양도 등의 강력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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