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꽃보다 주가

  • 2016.01.19(화) 14:39

정부는 1만 3000원대·주가는 8000원대..이상과 현실의 벽
이 행장 유럽 IR서 해외 투자자 러브콜, 주가 띄우기 포석

우리은행 주가 8470원(18일 종가 기준). 언감생심, 어찌 감히 민영화 얘기를 꺼낼 수 있을까.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떠나서라도 이 정도 주가 수준에선 우리은행도, 정부도 민영화 추진 동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는 데에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다음달 싱가포르, 영국, 독일 등 기업설명회(IR)에 직접 나서는 이유도 결국은 해외 투자자를 유치해 주가를 올려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렸다.


◇ 주가 내리막 속에 멀어져가는 민영화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해 4월 1만 1200원(종가 기준)까지 갔지만 이후 반짝 오름세를 보였다가도 다시 내리막이다. 이 행장은 지난해 여름 무렵 민영화 의지를 내보이고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자사주 1만 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당연히 임직원의 자사주 매입으로 이어졌다.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전년도 4%에서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4.3%로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은행의 주가는 민영화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동 국부펀드 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우리은행 주가가 1만 원 밑으로 떨어질 때도 정부에선 공적자금 회수 가능 금액인 주당 1만 3000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달초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광구 행장은 기자들에게 "주가가 1만 3000원은 가야 정부가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가 가장 최근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한 가격은 지난 2014년 말의 소수지분 매각 가격인 주당 1만 1350원이다. 당시 정부의 매각 가격 하한선은 주당 1만 1050원 이었다. 최소 1만 1050원은 돼야 정부 입장에서 명분도 갖고, 협상의 여지도 생길 것이란 분석이 많다.

 


◇ 외국계는 거들떠보지 않고 국민연금마저

주가에 한창 민감할 시기 국민연금마저 우리은행 지분 일부를 팔아치웠다. 우리은행엔 생각하지도 못했던 악재다. 지난해 10월 국민연금의 우리은행 지분은 7%에서 4.9%로 낮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주가가 잠시 1만 원대를 회복하자 차익실현을 위해서 팔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에서는 좋지 못한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보통 은행법상 투자할 수 있는 범위(10%) 내에서 최대범위까지 은행주에 투자하곤 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신한금융지주 9.1%, KB금융지주 9.42%, 하나금융지주 9.36%를 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우리은행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증권사 은행 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유동 주식 수가 전체 물량의 절반도 안 되고,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적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결과적으로 투자비중을 줄인 것이 좋은 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우리은행은 정부 지분이 51%나 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성향이 짙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20% 정도 되기는 하지만 5% 이상 안정적인 지분을 들고 있는 해외 투자자는 없는 상태다. 신한지주의 경우 BNP파리바가 지분 5.35%를 갖고 있고, KB금융은 멜론은행(The Bank of New York Mellon)과 템플턴(Franklin Resources, Inc.)이 각각 8%대, 하나금융도 템플턴(Franklin Resources, Inc.)에서 8%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우리은행이 달라졌어요'..해외 투자자에 러브콜

 

전반적인 은행업황이 좋지 않고, 정부 소유 은행이라는 점에서 결정적이긴 하지만 다른 은행보다 저평가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쟁 금융지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배 안팎이지만 우리은행은 0.37배로 낮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한때 대기업 여신 등으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3분기말 1.65%, STX조선 등 조선4사를 제외하면 1.28%로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성동조선, STX조선 등의 구조조정 지원에서 빠지고 채권단에서도 아예 발을 빼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 역시 민영화를 위해서다.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지 않고, 몸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시적인 효과도 보고 있다. 지난 한해 순익이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한해의 성적표는 다음달 초순쯤 나온다. 이광구 행장이 직접 이 성적표를 들고 유럽에 간다. 어떤 보따리를 들고 돌아올지도 지켜볼 일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장 정부 지분을 인수하려는 투자자가 아니어도 해외투자자들이 우리은행 지분을 조금씩이라도 사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민영화 추진의 분위기 전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