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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눈독 ‘짤방’, 아슬아슬 저작권 줄타기

  • 2016.01.19(화) 15:26

네이버·카카오, 경쟁적으로 즐길거리 육성
저작권 안전장치 갖췄으나 논란소지 품어

주요 검색포털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 등을 재가공해 만든 이른바 '짤방'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다. 연예나 스포츠 같이 주로 가볍고 흥미로운 분야를 대상으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즐길거리를 생산해내고 있다. 다만 짤방이라는 콘텐츠가 기존 저작물을 허락없이 가져다 쓴다거나 출처가 불명확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재가공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카카오, 대학생 모집해 콘텐츠 생산


19일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20대 젊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1boon 콘텐츠 에디터'를 모집했다. 기수로는 3기째다. 선발된 에디터는 올 1월부터 6월까지 뷰티와 공감, 꿀팁 등 다양한 분야의 체험 콘텐츠를 제작한다. 카카오는 이들에게 활동비 등을 지급한다.

 

1boon은 카카오가 작년 7월부터 선보인 모바일 콘텐츠다. 이름 그대로 '1분 안에 볼 수 있는' 말랑말랑한 내용의 읽을거리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콘텐츠부터 사회 이슈나 정치, 예술, 문화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카드 형식으로 한장씩 넘겨가며 읽을 수 있다.

▲ 카카오는 작년 12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콘텐츠 '1boon'을 정식으로 선보였다.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테스트 기간 동안 일평균 800만 조회수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는 작년 12월부터 1boon을 정식으로 서비스하고, 현재 다음 모바일 페이지 첫화면 등에 내걸고 있다. 1boon 콘텐츠는 외부 언론사와의 제휴를 통하거나 대학생 에디터를 뽑아 생산하고 있다. 에디터는 카카오에 출근하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해 카카오에 넘긴다. 카카오는 이렇게 받은 콘텐츠를 검수 및 재가공해 사이트에 올리는 식이다. 

 

네이버도 짤방에 주목하고 관련 플랫폼을 손질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움직이는 사진, 이른바 '움짤'이라 불리는 이미지를 이용자들이 쉽게 생산 및 유통할 수 있도록 사진 SNS '폴라' 이용자들이 움직이는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적용했다. 9월에는 이를 활용한 경연대회인 '폴라 짤 페스티벌'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네이버 웹툰을 활용, 이용자들이 웹툰의 특정 장면을 재가공할 수 있는 '겟!짤' 이라는 코너를 열기도 했다. 이용자들이 웹툰을 단순히 감상만 하지 말고 재치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즐기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 웹툰을 더 알리는 홍보 효과도 노렸다.

▲ 네이버는 네이버 웹툰의 특정 장면을 이용자들이 '짤방'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인 '겟!짤'을 최근 오픈했다.

 

◇큐레이션 콘텐츠, 저작권서 자유롭지 못해

 

짤방은 원래 '짤림(잘림) 방지'를 줄여 부르는 말이었다. 사진이나 동영상 게시판에 글만 올릴 경우 게시물이 삭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글의 내용과 아무 관련 없는 이미지 등을 올리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은 기존 콘텐츠를 재가공해 페이스북 등 인맥구축서비스(SNS)에 유통하기 편하게 만든 읽을거리 등을 의미한다.

 

짤방은 최근 한 네티즌이 트로트 가수 이애란 씨가 '전해라'라며 열창하는 사진에 재치있는 문구를 담아 게시판에 올리면서 더욱 부각됐다. 이애란 씨는 이 짤방의 폭발적인 인기를 계기로 25년의 무명 가수에서 한순간에 유명인이 됐다.

 

짤방의 위력은 이미 해외에서 발휘됐다. 미국에서는 버즈피드(BuzzFeed)라는 매체가 인터넷에 떠도는 뉴스나 사진을 재가공해 SNS에 유통하면서 기존 미디어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4년 내부 보고서를 통해 가장 강력한 경쟁 매체로 버즈피드를 지목하기도 했다. 버즈피드는 올해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피키캐스트가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만 짤방은 기존 저작물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즉 남의 노력을 쉽게 가져다 쓴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기존 콘텐츠를 큐레이션(수집해 편집)하는 과정에서 원저작자의 허락을 얻지 않고 이른바 '불펌'하는 등 저작권법을 어길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사진을 비롯해 음악, 소설, 시 등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저작물을 권리자 허락없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저작권법 침해다. 하지만 저작물이라도 보도나 비평, 교육, 연구 목적으로 정당한 범위 안에서 가져다 쓸 수 있다. 저작권법 28조에 나와있는 이른바 '인용 범위 규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저작물의 출처를 반드시 표시해 줘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규정을 지키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 작가들로부터 허락을 얻어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경우에 한해 이용자들이 마음껏 2차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해놨다. 카카오는 제휴된 언론사 및 TV 방송사에 사전 양해를 얻는다거나, 저작물 이용 허가를 받은 이미지(CCL)를 사용한다는 등의 원칙을 세워놨다. 퍼온 사진에 대해선 하단에 출처를 밝히는 등 '안전 장치'를 했다.

 

하지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사례가 적지않다. 특히 카카오 1boon의 경우 카카오와 제휴를 맺었다고 보기 어려운 해외 언론사나 사이트의 사진이 출처만 밝힌 채 사용되고 있다. 사진의 출처를 따라가도 원저작물이 아닌 TV 화면에서 따온 이미지거나 역시 다른 곳에서 인용한 콘텐츠를 재인용한 사례가 많다. 이는 카카오 직원이 아닌 저작권법에 다소 둔감한 외부인에게 콘텐츠 제작을 맡기는 지금의 에디터 제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피키캐스트도 10~20대 젊은층으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국내 모바일 스낵컬처의 대표 주자로 단기간에 급부상했으나 남의 콘텐츠를 무단 수집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라며 "포털이 이용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 짤방을 키우려면 우선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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