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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식 거친 금융개혁은 거친 관치

  • 2016.01.25(월) 11:19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 이어 영화표 강매 논란
그동안 강조해온 금융개혁 근간 허문다 지적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건 거친 금융개혁이 새해부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임 위원장은 작년 말 “지금까지 개혁은 착한 개혁이었다. 앞으로는 거친 개혁도 마다치 않겠다”면서 금융개혁을 위한 신년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연초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대놓고 압박한 데 이어 영화표 강매 논란마저 불거지면서 임 위원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금융개혁의 근간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

임 위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금리와 수수료 등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밝혀왔다. 올해 초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선 “금리와 수수료, 배당 불개입 선언을 포함한 금융개혁 추진 과정에서 발표한 방안들은 엄중한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 위원장의 엄중한 약속은 금세 깨졌다. 신용카드사들이 연초 일반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자 총선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들썩였고, 금융위는 곧바로 카드업계 임원들을 소집해 시장 개입에 나섰다.

관치 논란이 불거졌지만, 금융위는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중소·영세가맹점 수수료를 내릴 당시 임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카드 수수료 인하는 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강조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실제로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영세·중소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은 금융위원회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영화표 강매 논란까지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오빠생각' 시사회에 참석해 금융권 CEO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엔 영화표 강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금융위의 요청으로 영화 ‘오빠생각’의 예매권을 적게는 3000장, 많게는 1만 7000장씩 대량으로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금융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영화표 구매를 강매·할당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오빠생각’의 주연인 임시완 씨가 핀테크 홍보대사로서 아무런 대가 없이 적극적으로 활동해준 데 대해 금융권 내에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오빠생각’을 응원해주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단순한 공감대만으로 금융회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영화표를 수천 장씩 산 것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긴 어렵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조직적인 대량 예매가 영화의 사전 예매율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흥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영화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융개혁 근간 허물어

물론 가맹점 수수료 인하나 영화표 예매 과정에서 금융위의 직접적인 압박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간접 압박이 더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금융위의 진의와 관계없이 금융권은 간접 압박도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엔 수수료 담당 임원들을 소집한 것 자체가 수수료 인하 압박이 될 수 있다. 임 위원장이 ‘오빠생각’의 VIP시사회에서 “임 씨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가 ‘오빠생각’의 홍보대사가 되려고 한다”면서 건넨 덕담도 압박이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간접 압박은 흔적이 남지 않아 문제가 된 경우 책임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가능성도 크다”면서 “임 위원장이 금융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은 ‘보이지 않는 손’을 스스로 동원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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