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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의 망신살이냐 분양절벽의 전조냐

  • 2016.01.26(화) 18:31

동탄2신도시 분양 취소 단지 첫 등장

인기 택지지구인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청약까지 받고도 사업을 접은 단지가 나왔다.

 

지난 14일 경기도 화성시로부터 입주자모집승인 취소처분을 받은 신안종합건설의 '인스빌 리베라 3·4차'다. 수도권에서 분양 취소 단지가 나온 것은 지난 2011년 인천 송도 '웰카운티 5단지' 이후 5년만이다.

관련기사☞ <동탄2 신안인스빌3·4차 '분양 취소'> 2016-01-26 11:21

 

건설업계는 이번 일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분양 취소는 건설사가 이미 투입한 분양 판촉 비용에 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단계에서 선택하는 고육책이다.

 

특히 최근 분양시장은 신규 아파트 과잉공급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분양이 속출하고, 미국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시행 등으로 분양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다. 자칫 이번 일을 계기로 분양시장에 어두운 그늘이 더 짙고 넓게 드리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신안종합건설 분양 실패 이유는

 

▲ 인스빌 리베라 3·4차 사업지 위치도(자료: 신안종합건설)

 

지난해 11월말 동탄2신도시 A99·100블록에 선보였던 '인스빌 리베라 3·4차'는 각각 470가구·510가구로 구성된 단지다. 두 단지 모두 전용면적 84~96㎡의 중대형 단지로 분양가는 공급면적 기준 3.3㎡ 당 평균 1030만원선이었다.

 

그러나 12월 초 이뤄진 1순위 97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는 겨우 106명이 신청했고, 2순위에서도 청약인원은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 이후 당첨자 중 계약까지 한 사람은 2명에 그쳤다. 수요가 많지 않은 중대형 비중이 높은 데다가 입지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도 청약시장에서 외면받은 이유로 꼽힌다.

 

동탄2신도시에서 수 차례 분양 경험이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 단지는 남동탄 끝에 붙어 있는 데도 분양가격은 인기가 높은 북동탄이나 KTX역 인근 시범단지 수준으로 책정했다"며 "3.3㎡ 당 분양가가 100만원은 낮았어야 했는데 분양시장의 호황이 건설사의 지나친 자신감으로 연결된 듯하다"고 말했다.

 

시기 선택도 패착이었다는 지적이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강화된 대출규제 시행을 앞둔 연말에 분양을 감행한 것이 청약 미달 사태로 이어졌고, 계약 시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이 나온 것도 당첨자들의 계약 포기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 중개업소 "건설사 과욕이 낳은 망신"

 

▲ 동탄2신도시 중개업소.

 

동탄2신도시 현지에서는 "동탄2신도시라고 다 같은 건 아닌데 건설사가 과욕을 부렸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도시내 슈퍼삼성공인 관계자는 "신도시 중심에서 멀어 택지를 비싸게 분양 받은 것도 아닐텐데 분양가가 너무 높게 나왔다"며 "애초 중개업소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인스빌 3차 부지인 A99블록의 택지가격은 604억원, 4차 부지인 A100블록은 626억원이었다. 이는 리베라컨트리클럽 북쪽 북동탄 지역의 비슷한 규모의 공동주택용지에 비해 10~15% 저렴한 수준이지만 아파트 분양가는 비슷했다.

 

동탄e부동산 관계자는 "수요층이 두터운 소형 아파트도 전혀 없고 위치도 신도시 맨 아래쪽에 붙어 있어 인근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수요도 붙지 않은 것이 분양 실패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유진공인 관계자는 "신안은 과거 1차 분양 때도 청약경쟁률이 높지 않자 정상 계약전에 계약금을 10%에 5%로 낮추고, 중도금도 무이자로 주는 등 혜택을 늘렸었다"며 "이번에는 그렇게 해도 만회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 아예 분양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칫 냉각 기류가 흐르고 있는 동탄2신도시 주택경기에 찬물이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신도시 내 현부동산 관계자는 "작년 12월 들어서며 분양권 거래도 소강상태인데 이번 분양 취소로 자칫 신도시 분양권이나 입주 아파트 거래 시장이 더 위축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분양 양극화 심해질 것"

 

▲ 동탄2신도시 전경. /유태영 기자 argos@

 

시장 전문가들은 동탄2신도시에서 발생한 분양 취소 사례를 전체 분양시장의 급랭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라며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물량이 올해도 이어진다면 결국 분양경기는 꺾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작년 말 "시장 침체를 맞게 되면 입지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열위지역, 열위상품'부터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며 건설사들에게 "사업장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은 바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동탄은 이미 6만여가구가 분양됐고 앞으로도 4만~5만가구의 공급이 계속 이어질 곳"이라며 "청약자들이 조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번처럼 입지나 가격에 따른 분양 성적 차별화가 더욱 극심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인기 택지지구라고 해서 수요자들이 무턱대고 청약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일"이라며 "앞으로 입지에 따른 생활 편의성과 향후 시세상승 전망 등에 비춰 분양가가 적당한지를 따져 신중하게 청약통장을 사용하는 흐름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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