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휴대폰 보조금 세금전쟁, KT-SKT 희비갈린 이유

  • 2016.01.28(목) 17:40

수천억원이 걸린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부가가치세 소송전에서 통신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최대 통신사인 SK텔레콤은 단말기 보조금에 부과된 2944억원의 부가가치세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28일 1심에서 패소했다. 경쟁사인 KT가 불과 한 달 전 대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얻어낸 것과는 대비된다.<관련기사 : KT, 휴대폰 보조금 부가가치세 1100억 돌려받는다, SKT, 2900억원 세금환급 소송 패소>

 

 

# 에누리냐 판매장려금이냐

 

큰 틀에서의 쟁점은 두 회사 모두 동일하다. 일정 기간을 약정으로 자사 이동통신서비스를 가입한 고객들에게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이것이 ‘에누리’인지 ‘판매장려금’인지를 가리는 문제다.

 

부가가치세법에서는 매출 할인액인 에누리를 세금부과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원가보다 할인해서 판매했고 매출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세금을 그만큼 덜 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판매장려금은 다르다. 판매장려금은 판매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판촉비, 홍보비로 용역의 대가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된다.

 

문제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환경이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통신사와 소비자 사이에 대리점이라는 중간 단계가 존재하고, 이동통신사마다 단말기를 공급하는 방식도 다르다. 통신사가 대리점을 통해서 단말기 보조금을 주고, 중간에 단말기 공급자까지 끼어들면서 이것이 판촉비인지 에누리인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구조다. 통신사들은 단말기 보조금을 에누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세관청인 국세청은 판매장려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단말기도 공급한 KT, 서비스만 공급한 SKT

 

가장 큰 차이는 단말기 공급방식에서 나타났다. 대리점을 통한 유통방식은 이동통신시장의 공통적인 사항이지만 단말기를 직접 공급하느냐 아니냐는 각 사별로 사정이 달랐다. 대법원에서 단말기 보조금에 대해 에누리라는 해석을 내 놨음에도 1심 법원이 또 다시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린 이유다.

 

KT는 2009년 KTF와 합병하기 이전까지 단말기를 직접 제조사로부터 사와서 대리점에 공급했다. 이는 또 다른 경쟁사인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서비스만 공급했고, 단말기 공급은 SK네트웍스에서 전담했다. 대리점이 단말기를 SK네트웍스에서 공급받았고, 대리점은 그 할부채권을 SK텔레콤에 넘기는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졌다. 단말기 보조금을 SK텔레콤이 직접 지급했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다. 단말기 값은 SK텔레콤의 매출이 아니라 SK네트웍스의 매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SK텔레콤이 보조금을 에누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목상 단말기 보조금이 아닌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한 보조금이라는 점이 인정돼야 했다. SK텔레콤도 법원에서 단말기 보조금이 아닌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보조금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SK텔레콤이 보조금을 사실상 단말기 보조금으로 운영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SK텔레콤의 보조금이 에누리액으로 인정받으려면 이동통신 서비스의 공급거래와 관련이 있고,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이나 수량, 인도 및 공급대가 등 공급조건에 따라 보조금이 정해지고 직접 공제된 금액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법원은 “SK텔레콤의 보조금은 이동통신 서비스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직접 공제되는 금액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이 단말기 대가를 결제하는 것으로 보조금의 용도를 제한했고, 요금청구서에서 가입조건에 따른 요금할인과 할인요금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표시했다는 점도 법원의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약정기간에 따라 차등해서 보조금이 지급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단말기값의 공제로만 보조금이 활용됐기 때문에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보조금이라는 SK텔레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은 것이다. 반면, KT는 단말기를 직접 공급했기 때문에 단말기 보조금도 KT매출에 대한 에누리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 2009년 이후의 보조금은 LG유플러스만 인정되나

 

그러나 대법원에서 에누리 인정을 받은 KT도 2009년 이후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에누리 인정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KT가 대법원에서 에누리 판정을 받은 보조금은 2006년부터 2009년 사이에 지급된 것이다. KT는 KTF와 합병한 2009년부터 KT M&S라는 자회사를 통해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2014년 4월부터 자회사인 피에스앤마케팅이 SK네트웍스의 단말기 유통사업을 인수했지만 직접 공급이 아닌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는 LG유플러스만 본사에서 단말기를 직접 공급한다.

 

이번 1심 판결을 기준으로 보면 2009년 이후의 단말기 보조금에 대해서는 에누리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자는 LG유플러스뿐이다. LG유플러스는 현재 단말기 보조금과 관련해 400억원대의 부가가치세 환급소송을 진행중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가 각각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법원의 법리해석도 다를 수 있다"며 "KT의 경우에도 대법원의 파기환송심까지 봐야 확실한 결론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