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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너무해]2-① 부가가치세가 답일까

  • 2013.08.22(목) 09:50

유럽發 세율 인상 릴레이…세수부족 우려 증폭
중장기 조세정책 포함…복지재원 확충 대안 '급부상'

196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부가가치세 도입 열풍이 불었다. 소비자가 물품을 구입할 때 가격의 일부를 세금으로 걷어가는 방식은 정부 입장에선 손쉽게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반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높은 세부담을 지는 '역진성'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초부터 부가세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고, 1977년 전격 도입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였고, 일본보다는 12년 빨랐다. 당시 부가세 도입으로 인한 조세 저항은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항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부가세율은 36년째 줄곧 10%를 유지하고 있다.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정부로선 세율 인상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유럽 국가들이 일제히 부가세율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에도 세율을 올리자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 세수 기여도 '넘버원'

 

부가세가 국가 재정에 기여하는 비중은 전체 세목 가운데 가장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겪은 1998년 급격한 경기 침체로 소득세가 부가세보다 1조5000억원 가량 더 걷힌 적이 있지만, 이후에는 항상 세목 중 최고 세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세청과 관세청이 걷은 부가세는 총 55조7000억원으로 총국세의 27.4%를 차지했다. 국세 비중 22.6% 수준의 소득세와 법인세보다 훨씬 기여도가 높았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매년 세수 증가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1992년 10조원이었던 부가세 수입은 10년 사이 3배 넘게 늘었고, 20년 만에 6배를 향해 치닫고 있다.

 

경제활동인구는 2002년 2292만명에서 지난해 2550만명으로 10년 사이 11%(258만명) 늘었는데, 이를 감안한 1인당 부가세 부담은 138만원에서 218만원으로 58%(80만원) 증가했다.

 

◇ 원래 부가세율은 13%

 

1977년부터 현재까지 물건을 살때 붙는 부가세는 10% 세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첫 시행 당시 기본세율은 13%였다.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기본세율에 3%포인트를 가감한 범위 내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었는데, 부가세 도입 반대 여론을 감안해 10% 세율을 매겨온 것이다.

 

이후 1988년 법 개정을 통해 탄력세율을 폐지하고 10% 실행세율을 적용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세율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애초부터 세율 인상 여부를 염두에 뒀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령을 바꿔 부가세율을 16%까지 올릴 수도 있었다.

 

주요 선진국도 가장 효율적 재원마련 수단인 부가세에 대한 고민이 깊다. 복지 수준이 높은 유럽 국가들은 부가세율이 높은 편이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각각 25%, 핀란드는 23%의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재정이 열악해진 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부가세율을 높이고 있다.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상당수 국가들이 금융위기 이후 부가세율 인상을 단행했다. 점점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고육책이다.

 

비유럽 국가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부가세가 없고, 일본은 5% 수준이다. 그나마 일본의 경우 내년 4월부터 8%로 세율을 올린 후 2015년 10월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10% 세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 세율인상 논의 수면 위로

 

국내에도 미래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가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선거 주자들이 복지 공약을 실현하려면 부가세율을 12%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현 홍익대 교수)도 "복지재정 증가추세와 인구고령화 급진전에 따라 소득과세의 세원 분포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부가세율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가세율을 높이고 복지지출을 늘리면 소득재분배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세법개정안 발표 직후 "복지재원 확보의 현실적 대안이 부가세 인상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1970년대 서강대 교수 시절 정부의 부가세 도입에 대해 직접 자문한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는 135조원에 달하는 복지 공약을 내놨지만, 세율 인상과 같은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소득세와 부가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되는 등 실질적 증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도 부가세와 같은 소비세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세연구원은 지난 달 말 중장기 조세정책 공청회에서 "소득세와 부가세 수입을 늘려야 한다"며 "소비과세는 면세 범위를 단계척으로 축소하는 등 세입기반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근 경기 부진으로 올해 사상 최악의 세수부족 사태가 예견되는 만큼, 향후 재원 확충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중장기 계획으로 남겨놓은 부가세율 인상 카드도 서서히 고개를 들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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