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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수렁 내수는 절벽…한국 경제 칼바람

  • 2016.02.02(화) 11:20

지난달 수출 6년 5개월만에 최악..소비도 다시 주춤
소비자물가 석 달 만에 0%대…디플레 우려 또 고개

새해 연초부터 한국 경제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증시와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을 흔들더니 이젠 실물경제 충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모두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의 경기부진과 국제 유가 하락이 맞물리면서 수출은 수렁에 빠졌다. 개별소비세 인하를 비롯한 정부의 부양책이 약발을 다하면서 내수도 절벽을 만났다. 소비자물가는 석 달 만에 0%대로 내려앉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주중 단기부양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재정 조기집행과 대규모 할인행사 등 지난해 정책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 수출액 이어 물량도 감소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367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5%나 줄었다. 2009년 8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감속 폭이 가장 컸다. 보통 1월엔 수출 실적이 저조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의 경기부진과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충격이 컸다. 특히 유가 하락의 여파로 석유와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단가가 각각 40%와 15%나 하락하면서 두 품목에서만 수출액이 16억 달러가 줄었다.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받는 돈이 줄면서 수출액이 줄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작년 4분기 이후 수출 물량마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수출 물량도 작년 1월보다 5.3% 감소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액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수출 물량 감소는 수출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13대 전 품목의 수출이 동시에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지난 1월에 단 1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 내수도 다시 고꾸라져

지난해 그나마 수출을 대신해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내수도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특히 개별소비세 인하를 비롯해 내수부양책의 약발이 끝나면서 소비 절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완성차 부문의 타격이 크다.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지난달 국내에서 10만 6308대를 판매했다. 작년 1월과 비교하면 4.9% 줄면서 2013년 1월 이후 가장 적었다. 국내외 총 판매량도 작년 1월보다 12.8%, 전달에 비해선 32.4% 급감했다.

소비심리도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6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에 그치면서 메르스 사태 직후인 7월(100) 이후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도 다시 0%대로 내려앉았다. 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1월보다 0.8% 오르면서 석 달 만에 다시 0%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2014년 12월 이후 11개월 연속 0%대를 지속하다가 지난해 11월과 12월엔 1%대로 올라선 바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13개월 만에 1%대로 내려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뾰족한 해법이 없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만나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아직 새해 첫 달 성적표에 불과하긴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올해 3% 성장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장담했던 수출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내수마저 고꾸라지면서 경제 상황이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기부진과 국제 유가 하락이라는 악재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으로 수출시장의 경쟁은 더 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단기부양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수-수출회복을 위한 단기부양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이 담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 조기집행 확대와 대규모 할인행사 등을 소비진작 방안 정도가 담길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유가에 따른 구매력 증대 효과가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 발굴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시장 발굴과 히트상품 개발을 통한 신규 수요 확보로 수출 경기의 변동성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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