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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의 성과주의 내리꽂기 "은행장들 모여라"

  • 2016.02.02(화) 16:45

3일 금융당국-은행장 간담회 후 4일 연합회서 머리 맞댄다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데 뻔한 노조 반발…은행장들 골머리

은행권이 다급해졌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개혁의 이름으로 강력한 성과주의 도입을 천명하면서다.

 

금융 공공기관에 이어 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인 데다 당장 은행장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성과주의 도입은 노사합의 사안이고 직원들의 반발도 커 당장에 뾰족한 수를 찾기도 어렵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금융 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은행장들 머리 맞대보지만…

 

은행장들은 내일(3일) 예정된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권 간담회에 불려나간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9개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 이어 이 자리에서도 성과주의 도입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날인 4일 오후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은행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여는 것이지만 역시 성과주의 도입 논의가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방침에 호응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통상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앞두고 금융노조와 사측 대표 일부가 참석해 상견례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행장들이 모두 참석해 사용자협의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은행 한 관계자도 "임단협 전에 은행장들이 모두 모여서 사전에 논의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성과주의와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정확한 안건은 알지 못하지만, 임단협 방향과 성과주의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뾰족한 수 없는데…

 

당국의 압박 강도가 거세지면서 은행들도 성과주의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어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산업노조는 지난 1일 금융위의 '금융 공공기관 성과주의 문화 확산 방향' 발표 이후 즉각 성명서를 냈고, 오늘 금융위 앞 집회를 열어 "성과주의는 근로조건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끝까지 반대투쟁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각각 설립목적과 성격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더욱이 이를 민간 은행에까지 강제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은행 직원들도 일률적인 성과주의 도입이 자칫 단기 실적주의 등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정도로는 안 되겠니? "안 된다니까"

 

물론 은행 한 고위 임원은 "성과급의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기존의 틀만 고집하다가는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인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름의 성과주의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과주의 도입을 독려하면서다.

KEB하나은행은 처음으로 행원급 직원을 특별승진 대상에 포함했다. 우리은행은 본부 부서장의 연령대를 4~5년가량 낮췄다. 다른 은행의 팀장급인 71년생을 부서장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신한은행도 지점장과 부지점장의 승진 연한을 대폭 단축하고, 40대 젊은 지점장을 대거 발탁했다.

씨티은행도 최근 본점 부서장 53명 가운데 업적이 뛰어나고 전문직군에 해당하는 13명에 대해 전문계약직 전환 기회를 부여했다. 씨티은행 측은 "희망직원에게만 전환 기회가 부여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노조는 구조조정 수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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