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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美 3공장, 실현 가능성은?

  • 2013.08.22(목) 15:16

美 조지아·앨라배마 주지사 잇따라 방한
미국 수요 선제 대응 위해 검토..노조 압박카드 분석도

현대차가 해외 공장 증설 카드를 '슬쩍' 빼들었다. 현대차의 해외 공장 증설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환율 리스크와 노조 리스크를 한 번에 해소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하지만 쉽게 진행하지는 못했다. 노조의 반발이 커서다.

문제는 시점이다. 노조가 부분 파업을 마치고 향후 파업수위를 조절 중인 현시점에 왜 굳이 이 카드를 꺼냈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노조 압박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美 주지사들 방한 러시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는 현대차그룹 미국 3공장 유치를 위해 치열한 물밑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에 2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앨라배마주에 현대차 공장을, 2009년에는 조지아주에 기아차 공장을 세웠다.

네이선 딜(Nathan Deal) 미국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 20일 한국을 비공식 방문했다. 이번 방한 기간동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을 갖고 미국 3공장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는 현대차그룹 미국 3공장 유치를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2011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를 방문한 내이선 딜 조지아주 주지사와 정몽구 회장(왼쪽 사진), 같은해 정 회장의 방미때 만난 로버트 벤틀리 앨라배마주 주지사.]

로버트 벤틀리(Robert Bentley) 미국 앨라배마 주지사도 오는 10월 방한할 예정이다. 이때 정 회장과 만나 미국 3공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3공장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내년으로 예정된 중간선거 때문이다. 3공장 유치에 성공할 경우 고용 창출이 가능해진다. 이는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현재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은 6500명,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약 1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 '잘 만드는' 해외 공장

현대차의 해외 생산·판매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상반기에만 이미 전체 판매량의 61.9%를 차지했다.

해외 생산·판매가 늘어나는 이유는 해외 공장의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 때문이다. 조립라인에 100명을 투입했을 때 나타나는 효율인 편성효율이 대표적이다.

작년 기준 현대차 국내 공장 편성효율은 53.4%다. 미국 공장(91.6%), 중국 공장(86.9%), 체코공장(90.6%)에 한참 뒤쳐진다. 100명을 투입해도 53명이 일하는 효과밖에 못 본 셈이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시간(HPV)도 차이가 크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HPV는 31.3인 반면, 미국 공장은 14.6, 중국공장은 19.5다. 그만큼 국내 공장은 효율성과 생산성면에서 해외 공장에 밀리는 상황이다.

◇ 왜 미국일까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오래 전부터 해외 공장 증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수요 증가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국 시장은 완성단계다. 현대차는 중국에 총 3개 공장을 통해 연산 100만대 체제를 갖췄다. 여기에 3공장은 내년 15만대를 추가 생산키로 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라인 모습. 현대차는 중국과 함께 주요 시장인 미국 시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도 내년 초 3공장이 가동되면 중국에서만 총 3개 공장, 연산 74만대 체제를 완성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 정도 생산능력이면 중국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각각 연산 30만대 규모다. 작년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126만대였다.

나머지는 국내 생산분을 들여왔다. 현지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어서다. 여기에 최근 미국 시장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3공장을 생각하는 이유다.

◇ 노조 압박용 카드?

현대차 노사는 지난 21일 이틀간의 부분 파업을 마쳤다. 22일 사측과 교섭 이후 향후 파업수위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중요한 시점이다.

윤여철 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은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뒤이어 해외 공장 증설 이야기가 나왔다.

해외 공장 증설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노조는 매년 사측에 해외 공장 증설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었다. 따라서 노조가 파업수위를 결정하는 현 시점에서 이 카드를 빼든 것은 결국 노조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해외 공장 증설 카드가 위협용일 뿐 실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생산과 판매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생산이 매년 이렇게 노조에 발목을 잡힌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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