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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종업원지주회'를 노렸다

  • 2016.02.12(금) 23:26

現경영진 흠집내고 인재발탁·증시상장 당근책 제시
짜여진 각본대로 창업주 내세워 '과거로 회귀' 지적도

/이명근 기자 qwe12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現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임시주주총회 소집이라는 카드를 띄웠다.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다투고 있는 그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그 중에서도 종업원지주회를 겨냥한 다양한 유인책을 내놨다. 종업원지주회의 도움 없이는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 전 부회장은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생(신동빈)과 쓰쿠다 사장, 고바야시 최고재무책임자 등이 경영권을 탈취했다며 현 경영진에 날을 세웠다. 이들을 해임하기 위해 주총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가깝다. 신 전 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중국사업 재검토 ▲젊은 인재 발탁 ▲롯데홀딩스 상장 등 3가지 기본경영방침은  다분히 롯데홀딩스 종업원들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

롯데홀딩스는 광윤사가 최대주주(지분 28.1%)지만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을 합쳐도 그의 우호지분은 30%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종업원지주회와 관계사, 가족, 임원지주회 등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곳이 과장급 이상 직원(임원은 가입자격 없음)들로 구성된 종업원지주회(27.8%)다.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의도대로 주총을 열더라도 종업원지주회의 표가 없으면 현 경영진을 해임하고 경영권을 되찾아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롯데홀딩스는 정관에서 이사를 교체할 때 주주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주주 과반수의 동의를 해임요건으로 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이 점을 크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 인재 발탁, 롯데홀딩스 상장은 다른 누구보다 롯데홀딩스 직원들이 반길만한 '당근'이다. 그가 이날  "지금의 경영진은 제품개발과 제조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자신은 공정한 인사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종업원지주회의 표심을 자극해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활용한 동영상 공개전략도 눈에 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창업 당시 신 총괄회장의 일화 등을 소개하는 인터뷰 동영상을 공개한데 이어 이날 미공개 영상을 추가로 내놓았다. 이번 동영상에는 "신동빈을 추방해야  한다", "쓰쿠다라는 사람은 교활하다" 등 현 경영진을 불신하는 신 총괄회장의 영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극적인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사전에 예고편을 공개하고 이날 본방송을 내보낸 것과 다름없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도 종업원지주회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실제 SDJ코퍼레이션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신동빈 회장 측이 기존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을 회유해 갑작스럽게 교체했고, 후임 종업원지주회 이사장도 위임장으로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게 했다"며 현재 경영진과 종업원지주회 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의 의도대로 롯데홀딩스의 주총이 열릴 수 있을지, 설사 열리더라도 종업원지주회가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우선 롯데홀딩스 이사들이 임시주총 요구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 전 부회장은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신 전 부회장이 승소하면 8주 이내 주총이 개최된다.

더 큰 관문은 종업원지주회다. 신 전 부회장이 이날 발표한 기본경영방침은 '과거로 회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룹의 지속성장을 위해 해외시장에 뛰어든 것인데 이를 백지화하고 창업 당시 제조업 중심 구조로 돌아가겠다는 신 전 부회장의 구상에 종업원지주회가 쉽게 수긍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3차례 열린 주총에서도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는 모두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주총을 소집하려는 목적은 혼란국면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행위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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