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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띄우려던 임종룡 도리어 마케팅 자제 '경고'

  • 2016.02.24(수) 11:16

금융권 묻지마 경품 제공에 '경고'…"방향 잘못 잡았다"
'재산늘리기' 긍정적 면만 부각…뒤늦게 불완전판매 우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띄우기에 나섰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오히려 금융권에 경쟁 자제를 요청했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아직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은 상품을 두고 경품 경쟁을 벌이는 등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ISA 준비 점검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금융위원회)


임 위원장은 24일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ISA 준비 점검회의'를 열고 "유치 고객 수나 점유율 같은 외형 경쟁에 치중하는 금융사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불완전 판매 문제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금융당국은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미스터리 쇼핑, 불시 점검 등 현장 점검을 강도 높게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ISA 준비 점검회의'는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 제도의 분위기를 띄우려는 성격이 짙었다. 15일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다음날인 16일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었는데, 국회 정무위원회 일정과 겹쳐 연기했다. 그런데 최근 은행과 증권사 간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일부 소비자 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쟁 자제'를 경고하는 자리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관련 기사 : ISA 묻지마 경쟁, 준비도 안했는데…

금융당국은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보호 우려보다는 '금융사 간 경쟁을 통한 소비자의 선택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금융사가 제안하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소비자가 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임형 ISA'를 은행에 허용해주고, 온라인 가입을 가능하게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금융사가 모델 포트폴리오를 금감원에 사전 보고 하는 정도의 장치만 언급했다. 관련 기사 : 은행 ISA도 간편하게…증권사와 진검승부

 

그러나 1인 1계좌, 3~5년의 의무 가입 등 ISA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과열 경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ISA의 긍정적인 면에 대한 홍보에만 치중해, 뒤늦게야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가 지난 15일 ISA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가, 바로 며칠 뒤 '금융사 간 계좌 갈아타기'를 허용하겠다고 추가 보완책을 내놓은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계좌 갈아타기를 허용하면, 소비자들이 수익률에 따라 금융사를 옮길 수 있으니 '고객 선점 효과'가 줄어든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ISA 판매는 의무가입기간 축소, 고객 투자 성향 제도 개선, 금융사 배상 책임 등 소비자 보호 관련 제도를 보완한 뒤 시행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준비 미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은행들의 '자사 예·적금 편입' 요구에 대해 "제도 설계가 마무리된 만큼, ISA 운영방식에 더는 논란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은행에서 ISA에 가입하려는 고객은 해당 은행의 예·적금은 ISA 계좌에 넣을 수 없다.

금융위는 "2005년 도입한 퇴직연금에 예외적으로 편입을 허용했는데, 은행들이 이를 활용해 특정 사업장이나 가입자를 차별적으로 취급하고, 원리금 보장 상품 중심의 운용과 이에 따른 수익률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ISA를 자행 예·적금 판매 실적을 올리는 우회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고, 과거와 같은 운용방식으로 ISA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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