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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너무해]2-③ 죄악세 인상의 딜레마

  • 2013.08.23(금) 18:05

국제적 세율인상 추세…국민건강·세수확보 효과
높은 세금부담에 조세저항 극심…증세 시도 불발

지난 6월 스페인 정부는 술과 담배에 대한 소비세를 올렸다. 호주와 러시아도 최근 술·담배 세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죄악세(Sin-tax) 부담을 늘리는 추세가 유행이다.


 

각국 정부가 술과 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해치는 음주와 흡연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한편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간접세 형태이기 때문에 별다른 조세저항 없이 손쉽게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세율 인상으로 술·담배 소비를 억제하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고, 반대로 소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재정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도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 속에 술·담배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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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맥주 세율 113%…담배는 63%가 세금


 

소주나 맥주, 위스키에 붙는 주세는 각각 제조원가의 72%씩 붙는다. 전체 국세와 지방세목 가운데 가장 세율이 높다. 주세의 30%는 교육세를 내고, 10%의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하면 실제 세율은 113%까지 올라간다.


 

제조원가가 100원이라면 주세 72원, 교육세 21.6원, 부가가치세 19.36원을 포함해 출고가격만 212.96원이 된다. 소주 출고가격이 960~970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약 510원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세금부담 수준은 유류세(휘발유 가격의 47%)보다도 높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과 부담금도 상당히 높게 책정돼 있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641원과 지방교육세 321원(담배세의 50%), 부가가치세 227원이 들어있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과 연초안정화부담금 15원, 폐기물부담금 7원까지 총 1564원의 세금과 부담금을 낸다.


 

세금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국가 재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걷은 주세는 3조원으로 전년보다 5000억원 늘었고, 지방세인 담배소비세도 2011년 2조7850억원에서 지난해 2조8812억원으로 증가했다. 담배 관련 세수는 전체 지방세 수입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 세율인상 시도하면…'서민 증세' 저항


 

정부는 2005년 세제개편안에서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72%에서 90%로 높이는 법안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늘린다는 이유로 극심한 조세 저항이 일어났고, 정치권은 정부의 주세율 인상안을 철회했다.


 

이후에도 정부 당국자와 조세연구원은 술·담배 세금을 올려야한다는 의견을 수시로 제기했지만, 제대로 추진된 적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도 2009년 세율 인상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가 '서민 증세'의 역풍을 맞으며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정치권이 먼저 나섰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지난해 7월 담배소비세율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법안을 냈고,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 3월 담배소비세를 1갑당 641원에서 1169원으로 올리는 등 담배 가격을 2000원 인상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은 지난 4월 알코올 도수 30도 이상의 주류에 대해 과세표준의 10%를 주류부담금으로 내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주류 관련 세금과 부담금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세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정부로서는 술·담배 세금을 늘리면 재원 확충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미 "세율 인상과 같은 직접적 증세가 없다"고 선을 그어놨고, 이달 초에는 서민과 중산층의 소득세 부담을 늘리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가 민심의 역풍을 경험했다.


 

정부가 직접 술·담배의 세율 인상 카드를 꺼내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현 상황에서 세율을 높였다간 국민 건강을 위한다기보다는 단지 세수를 쥐어짜내기 위한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죄악세 논의에 앞서 정부가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더 시급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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