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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꽃샘추위' 넘어야 봄날 온다

  • 2016.02.29(월) 14:37

3월 첫주 14곳 분양..올해 시장 '가늠자'
'금리상승·공급과잉·선별청약' 극복 관건

한파 속에 몸을 움츠렸던 분양시장이 봄마중에 나섰다.

 

29일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아파트 청약사이트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3월 첫 주 청약을 받는 민간건설사 분양 아파트는 전국 14개 단지, 6200가구 규모다. 부동산114는 3월에 예정된 분양 물량만 4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아직 신통치 않다. 날씨가 풀리며 건설사들이 신규 공급 물량을 쏟아내고 있지만 분양시장 주위를 둘러싼 여건은 아직 냉랭하다. ①높아지고 있는 중도금 대출금리 ②여전한 공급과잉 우려 ③높아진 수요자들의 눈높이 등은 봄 분양시장의 활기를 가로막는 3대 장애물로 꼽힌다.

 

 

◇ 중도금 대출금리 연 4%까지↑

 

일단 중도금 대출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건설사들의 분양사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1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집단대출금리는 연 2.98%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작년 하반기 2% 후반에 머물렀던 집단대출 평균 금리가 올해 3%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집단대출은 분양 중도금, 잔금, 재건축 이주비 등 개인을 대상으로 한 융자금이지만 주택 등을 분양하는 건설사가 신용을 제공해 집단적으로 내주는 대출이다. 정부가 작년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놓은 뒤 은행들은 자체적 리스크관리 강화 차원에서 금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업계가 파악하는 집단대출 금리 상승폭은 더 크다. 대형 주택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작년 10월 대출규제가 발표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집단대출 금리 상승폭이 0.5~1%포인트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미 연 4% 안팎까지 높아진 현장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회원사가 집단대출을 거부당하거나 금리 인상 등의 조건을 붙여 중도금 대출 승인을 받은 사례가 작년 10월 1만3000가구에서 지난달 말 3만3970가구까지 늘었다"며 "제2 금융권 이용 등으로 커진 이자 부담이 고스란히 수요자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재고 부담' 미분양 6만가구

 

▲ 1월 미분양 현황(자료: 국토교통부)

 

연말 이후 더욱 커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봄 분양시장을 주춤하게 만드는 장애요인이다. 아직은 일부 지역에 그치지만 점점 재고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새 상품을 내놓기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한해 건축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총 76만5328가구다. 재작년보다 48.5% 늘어난 것으로 통계를 시작한 1977년 이후 38년만에 최대치다. 작년 분양 승인을 받은 아파트는 재작년보다 52.4%나 늘어난 52만5467가구였다.

 

이렇게 공급이 쏟아지는 과정에서 전국 미분양은 작년말 6만1512가구로 2개월새 90.9% 급증했다. 1월에는 전월에 비해 1.5%(906가구) 줄긴 했지만 이는 겨울철 비수기에 새로 분양을 시작한 아파트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내달부터 신규 분양 아파트가 다시 쏟아지면 미분양 규모도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건설업계의 우려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미분양 급증지역을 선별해 이들 지역의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분양보증심사를 지사와 본사에서 각각 1차례씩 거치게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HUG 입장에서는 보증사고를 줄이기 위한 리스크관리 조치라고 하지만 건설사들은 제때 사업을 못하게 된다며 울상을 보이고 있다.

 

◇ 수요자들의 높아진 눈높이

 

▲ 지난 26일 문을 연 수도권 각지 모델하우스 모습. (위부터) 시티건설의 '안성 아양 시티 프라디움',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미사', 삼성물산의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 (사진: 각 사)

 

관건은 이 같은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얼어붙은 수요자들의 청약 심리가 얼마나 풀리느냐인데 이 역시 간단지 않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데 조급해할 이유가 줄어든 수요자들은 불투명한 시장 상황에 맞춰 눈높이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돈이 될 곳에만 청약통장을 쓰는 '선별청약' 흐름이 더 짙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 분양시장의 열기가 현저하게 떨어진 만큼 가격이나 입지, 브랜드 등을 더 신중하게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문을 연 아파트 모델하우스 가운데 일부지역 중소건설사 현장의 경우 예상보다 방문객이 들지 않아 속을 태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서울 시내 정비사업이나 수도권 택지지구, 지방 가운데서도 그동안 공급물량이 적었던 곳은 수요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 물량이 많았던 지역에서 공급하는 중소업체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봄 분양 성수기가 시작되는 3월에 청약 미달 사례가 다수 나타날 경우 올해 전반적인 분양시장 활기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연초부터 미분양 현장이 생기면 다음 사업을 이어가기도 어려워져 한해 분양 스케줄 전체가 꼬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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