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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는 王]①"모든 것은 주주에게 달렸다"

  • 2016.03.04(금) 16:26

'주주 권익 보호하라' 목소리 높아져
삼성·SK·현대차,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주주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처럼 주식투자 후 시세차익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 결정에 따른 기업가치 변화에도 주목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경영진들도 이 같은 주주들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분주하다. 이를 통해 주주자본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내세우는 주주친화정책 의미와 내용, 보완할 점 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지난해 재계는 물론 주식시장을 떠들석하게 했던 핫이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양사의 합병 결의가 발표된 이후 초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이 주목받았지만 엘리엇이 합병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관심은 합병이 성사될 수 있는지로 이동했다.

 

주도권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이 떠안게 될 손해에 대해 설명하며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회사의 비전과 주주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하며 자사 주주들의 표심을 얻는데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은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며 합병안을 가결시켰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주식시세만을 지켜보던 입장에서 벗어나 투자한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따져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주주들은 핵심 권리인 의결권 보호와 투자에 상응한 이익을 보장 받길 원한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에 따라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삼성과 현대차, SK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주주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분주하다. 주주 친화정책을 펼침으로써 주가하락을 막고,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 한발 앞선 삼성·SK·현대차

 

삼성물산과 SK, 현대차는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 친화정책을 펴고 있다. 이들은 거버넌스(지배구조)위원회 혹은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은 한달 후인 10월 거버넌스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장을 맡은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를 포함해 이종욱 국민행복기금 이사장과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등 3명의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로 정병석 한양대 교수, 장지상 경북대 교수, 이상승 서울대 교수 등 총 6명이 참여하고 있다.

 

출범 당시 장달중 위원장은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입장에서 주주 권익보호와 가치제고를 위한 의견을 의결기구인 이사회에 적극 반영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 SK 역시 지난달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와 회사의 합병·분할, 재무관련 사항 등 주요 경영사안을 사전 심의한다.

 

SK의 경우 전체 이사회 7명(최태원 SK 회장 등기이사 선임 주총 통과 시) 중 사외이사 4명 전원이 위원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위원회 소속인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절반 이상이어서 독립적으로 활동이 가능하고 실효성이 높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 관계자는 “거버넌스위원회를 통해 주주권익 보호와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실질적 장치를 보강해 투명·주주친화 경영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는 앞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요구한 내용을 수용한데 따른 결과물이다.

 

위원회는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되며 내부에서 경영을 책임지는 사내이사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위원회 소속 사외이사 1명은 주주권익 보호를 전담한다.

 

투명경영위원회는 회사의 인수·합병(M&A)과 주요 자산취득 등 주요 경영사항이 발생하면 위원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주주 권익을 반영토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위원회 내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는 주주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하고, 이사회와 주주 간 소통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이들의 활동은 매년 현대차 지속가능보고서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주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주주자본주의 본격화하나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주친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주주 자본주의가 자리잡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주주 자본주의는 주주들이 투자한 자금을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만큼 주식가치를 높여 주주들에게 보상해 주는 것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배당확대나 자사주 매입, 주주총회 활성화 등에 소극적이었다. 주요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비슷한 시기에 몰아서 하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를 통해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제한했고, 배당성향 역시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하지만 정부가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게 배당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을 권유하기도 했고 기업들 스스로도 주주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주주 의결권이 경영권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됐다. 당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모든 것은 주주들에게 달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 지난해 7월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모든 것은 주주들에게 달렸다"고 말해 주주 의결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삼성물산 주주들의 찬성표에 힘입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에 성공했다.

 

위원회 설치 외에도 주요 기업들은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주주이익을 보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11일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배당 시기를 반기에서 분기로 바꿔 배당 횟수를 늘릴 예정이다. 삼성화재 역시 지난해 3분기 역대 최대규모의 자사주(166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주주들에게 특별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2014년 경영악화로 불가피하게 배당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종전 주당 배당금인 3200원에 특별배당금 1600원을 더해 주당 4800원을 배당하기로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경영악화로 불가피하게 배당을 하지 못했음에도 회사에 신뢰를 보여준 주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특별배당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들의 정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아직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대기업의 주주 친화정책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같은 조치가 실제로 주주권익을 위해 작용하려면 외부주주에게 주주 권익담당 사외이사 선임권 부여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고 기업의 일관된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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