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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성년후견인 심판 `세가지 쟁점`

  • 2016.03.06(일) 14:34

해외사례, 본인이 성년후견인 싫으면 '그만'
"신동주가 아버지 이용해" vs "말도 안돼"
신격호, 위임장 줬을 당시 판단능력 여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지난달 3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직접 출석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

                                   

롯데그룹 창업자이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심판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재판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 씨가 지난해 12월 서울가정법원에 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로 인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불붙게 됐습니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성인을 보호하기 위해 법원에서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입니다.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들이 재산을 빼앗기고 길거리에 나앉는 것을 막기 위해 생긴 제도라고도 볼 수 있죠.

           

국내에서는 앞서 10년 넘게 제도를 시행하며 정착시킨 독일과 일본의 법을 참고해 이 제도를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올해로 시행 4년차로 걸음마 단계에 있는 만큼, 생소하기도 하고 또 보완해야할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판과 관련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성년후견인 심판의 쟁점을 정리합니다.

              
쟁점1. 치매라고 후견인 강제 지정?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흐려지면서 깜빡깜빡하는 건망증 증세가 나타나게 되는데요. 고령으로 치매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년후견인 심판이 청구되면 법원에서 이를 무조건 받아들일까요?

 

해외에는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 아예 처음부터 정신감정을 거치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본인의 의사를 가장 존중해야 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충실해 판결을 내린 사례죠.

 

(도쿄가정재판소 2003년 9월 4일자 판례)

 

정신분열증에 걸려 치료중인 A씨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해 달라는 재판이 열렸다. 진료를 맡은 대학병원에서는 A씨의 정신분열증 진단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A씨는 보좌인이 필요없으며, 법원의 정신감정도 받지 않겠다고 한사코 거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법에 따라 자기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판단 능력에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거부에 따라 판단 능력에 대한 감정을 할 수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물론 국내에도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민법 제9조 2항)는 법조항이 있습니다. 다만 본인의 의사를 얼마나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법원의 전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입니다.

 

심판을 청구한 신정숙씨 법률대리인은 "당사자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 후견인이 필요한데도, 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원에서 후견인을 지정한 사례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쟁점2. 신동주, 아버지 '충분히' 보호하나?

 

신정숙씨 측 변호인은 당사자가 치매증상을 보이고, 그의 재산을 이용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어 후견인이 필요한 상태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심판을 청구한 이유도 "신 전 부회장이 판단력이 흐려진 아버지의 뜻을 빙자해 재산을 마음대로 유용하며 롯데그룹에 소송을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죠.

 

이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은 매일 일본신문을 챙겨볼 정도로 정신능력에 문제가 없다"며 "총괄회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번 제도의 토대가 된 독일 민법(제1896조 제2항 제2문)에 따르면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이미 충분한 보호를 받고 있다면 후견인을 지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충분한 보호를 받고 있는걸까요? 이 역시 재판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쟁점3. 신격호 위임장은 효력 있을까?

 

한가지 더 살펴보죠.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해 10월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위임장을 써줬는데요. 이번 재판에서 효력이 있을까요?

 

이 위임장에는 국내외 롯데관련 소송과 더불어 일체의 법적조치와 행위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미리 작성된 위임장이 있을 경우 성년후견인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독일(민법 제672조)에서도 본인이 무능력해질 것을 예상해 대리권을 주면, 나중에 당사자가 무능력해지더라도 대리권이 없어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판단력이 흐려질 것을 대비해 미리 대리인을 세워 놨다면, 후견인을 지정할 수 없다는 것이죠.

 

국내 법률전문가들은 위임장을 작성했을 당시 상태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이영규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위임장을 준 사람이 그 당시 정신적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들에게 위임장을 줬을 때, 판단능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어떻게 증명할지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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