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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경제팀]④중국 시리주허(習李組合)

  • 2013.08.26(월) 14:08

라이벌에서 협력자로…시진핑-리커창

1인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식 대통령제와 중국은 많이 다르다. 당이 모든 것을 장악했지만 상하이방, 태자당, 공청단(중국공산주의청년단) 등 각 파벌이 지도부를 구성하는 사실상의 집단지도체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 '투톱' 체제인 현 지도부 역시 상하이방 장쩌민(江澤民), 공청단의 후진타오(胡錦濤) 두 전직 주석이 서로 조율, 합의해 출범했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 1기 경제팀들의 공과를 살펴본데 이어 주변국, 특히 우리 경제와 밀접한 중국과 일본의 경제팀은 어떤 행보를 해 나가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편집자]   

 

[지난 3월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막을 올린 중국 최고 권력 기구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시리주허'를 공식 승인했다.]


 

◇ 정적에서 '정·경 협력자'로

 

'리코노믹스'(Likonomics)라는 말로 대변되는 중국 경제 사령탑 리커창 총리는 시 주석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베이징대 박사, 공청단 출신인 리 총리는 줄곧 엘리트의 길을 걸었다. 반면 중앙보다는 지방에서 탄탄한 행정 경험을 쌓은 시 주석은 넓은 인맥과 서민적 풍모를 가장 큰 장점으로 가진다.

 

사실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던 공산당 내부의 차기 권력투쟁에서 리 총리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강력한 지원 아래 그 후임에 가장 근접했었다. 후 전 주석의 공청단 후계자이면서 고향도 같은(안후이성·安徽省) 리 총리는 그의 후원으로 권력 핵심부에 도달했다. 별명도 '리틀 후진타오'. 그러나 장쩌민 전 주석의 견제로 태자당 출신 시 주석에게 막판 대역전을 당했다.

 

당의 명령, 결정에 리커창은 이를 숙명으로 받아 들였고, 이후 시 주석-리 총리 조합은 과거 정치적 라이벌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의 길을 가고 있다.

 

시-리 조합이 공식 출범한 지난 3월 시 주석이 첫 해외방문지로 러시아를 찾아 외교 행보에 나서는 기간, 리 총리는 이 기간 소형 버스로 상하이와 장쑤 지역의 민생현장을 돌면서 경제를 살폈다. 시 주석은 정치, 외교, 사회 통합 등을 챙기고, 리 총리는 확실한 정권의 2인자로서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이다.  라이벌에서 협력자가 된 시와 리의 조합 시리주허(習李組合)의 성패는 물론 경제에 달렸다. 

 

[3월 15일 중국 전인대에서 총리로 선출된 리커창(李克强·왼쪽)과 전날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시진핑(習近平)이 악수를 하고 있다.]


 

◇ '거품'…리코노믹스의 시작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자바오 총리는 무려 4조위안(약 730조원)을 풀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했다. 이런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 풀기에 중국은 일단 위기를 넘겼지만,그 후유증은 심각했다.

 

뿐만 아니라 앞선 베이징올림픽(2008년), 뒤이은 상하이엑스포(2010년) 등으로 경제에 거품은 커져만갔다. 기업과 가계 부채가 급증했고, 부동산 시장은 과열됐다. 사회주의 국가, 공산당 1당 독재 국가인 중국 특유의 간섭, 규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 지점이 바로 리커창의 경제, 리코노믹스의 시작이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리코노믹스의 핵심을 인위적인 경기부양책 자제, 대출 억제, 경제 구조조정으로 꼽았다. 한마디로 성장을 위한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다.

 

후진타오 집권 10년 동안 중국은 연평균 10.7%라는 초 고성장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일본을 넘어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올라, 명실상부 확고한 G2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올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5%. 계속 떨어지는 추세인데 3,4 분기 이후에는 더 주저 앉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온다. 세계 최대 태양광업체인 선텍은 이미 도산했고, 중국의 최대 민영 조선업체인 룽셩도 언제 문을 닫을 지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중소규모의 은행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질 거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 성장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개혁!

 

그럼에도 리 총리의 경제 체질 개선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돈을 풀지 않겠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더 이상 인위적인 부양은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중국 경제에 낀 거품을 제거하고 건전한 체질로 변화시켜야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에서다. 1인당 GDP가 중진국 수준인 4000∼1만 달러 수준에서 장기간 정체돼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상, 이른바 '중진국 함정'을 경계했다.

 

리 총리는 구체적으로 구조조정, 금리자유화, 상하이(上海)자유무역지대 설립, 부패와의 전쟁 등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얼마전 첫 구조조정의 '강풍'이 날아들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과잉생산 설비업종인 철강과 조선업이 그 대상이었다. 7월 말 중국 정부는 24개 제강사(700만톤)와 9개 선철사(300만톤)의 설비를 연말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 대상 철강사를 특정하고 설비 폐쇄 규모를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 나아가 19개 산업, 1400여개 기업에 대해 올 연말까지 유휴설비를 폐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개혁을 가로막는 '철밥통 세력'의 반발도 힘으로 눌렀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서 금융 서비스 부문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개방하겠다는 리 총리의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리 총리는 호통과 설득으로 이를 관철시켰다.

 

시진핑 주석도 "산업 과잉생산을 줄이는 것은 경제구조 조정의 핵심"이라면서 리커노믹스를 강력 지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8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리커창 중국 총리와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초미의 관심…경착륙, 연착륙?

 

이런 리코노믹스의 진행 상황을 세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연 시-리 커플의 이런 경제개혁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중국 경제가 '경착륙' 혹은 '연착륙'할 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리코노믹스에 비관적인 이들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세계 경제에 미칠 '쓰나미'를 우려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성장엔진'이 급격히 둔화되면 중국발 경제위기가 전 세계 곳곳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IMF는 연례 중국보고서에서 "중국이 즉각적 개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성장률이 2018년 이후 4%대로 가파르게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바클레이즈는 "중국이 앞으로 분기성장률이 3%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3년간 일시적인 경착륙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중국 경제의 구조개혁 실패에 따른 경착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반면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리코노믹스가 '적정 성장'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재정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고 정부 부채 규모도 GDP 대비 23%로 크게 낮다. 또 중국인민은행의 기준 금리는 6%대로, 위기 시 금리 인하를 통해 돈을 풀 여지가 충분하다. 외환보유액 역시 3조5000억 달러로 위기에 대처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상하이경제특구와 내륙 개발이 성공을 거두고, 동시에 기업구조조정, 금융시스템 정비가 이뤄지면 성장과 개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셈이다. 리 총리는 최근 여러 차례 "7% 성장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하며 '바오치(保七)'를 자신의 사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주석과 총리 임기는 5년이지만 헌법에는 재선을 인정하고 있어 '시리조합'은 2023년까지 10년 간 이어질 전망이다. 2020년에 중국 경제규모가 2010년의 2배 규모를 달성하는 '샤오캉(小康)사회(모두가 여유로운 사회)'를 이룩할 지는 '시리조합', 리코노믹스에 달렸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라는 초대형 항공기의  경착륙, 연착륙 여부는 주조종사인 리커창의 몫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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