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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SM6]②소비자 울리는 '옵션의 함정'

  • 2016.03.08(화) 15:32

SM6 옵션 패키지로 묶어..불필요 옵션도 구매해야
LE 이상에 옵션 추가해야 제대로된 SM6..3000만원 훌쩍

르노삼성은 SM6 출시를 계기로 내수시장 재건에 나섰다. 르노삼성은 그동안 추락을 거듭했다. 한때 내수 시장의 강자였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고질적인 라인업 부족과 모델 노후화, 마케팅 실패가 겹쳐지며 최근 수년간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바닥을 헤매고 있다. 르노삼성은 SM6가 그동안의 실패를 단숨에 만회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쟁업체들도 SM6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소비자들도 르노삼성의 신차가 반갑기는 하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르노삼성이 이번 기회에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편집자] 
 
대기업 부장인 이 모씨는 최근 기아차 신형 K7을 계약했다. 당초 그는 SM6를 염두에 뒀었다. 10년이 넘게 몰았던 차를 처분하고 새 차를 물색하던 중 그에게 SM6의 유려한 디자인과 가격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틈틈히 SM6 관련 기사들을 찾아봤다. 인터넷 동호회에도 가입해 SM6 관련 정보들을 얻었다. 그래도 궁금했다.

직접 매장에 가보자는 아내의 말에 동네 르노삼성 전시장을 찾았다. 직접 만나본 SM6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매장 직원에게 옵션 가격 설명을 듣는 순간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원하는 옵션은 패키지로 묶여있었다. 원하는 옵션만은 장착할 수 없었다. 이를 적용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가 K7으로 돌아선 이유다.

◇ 기본 가격부터 높다

르노삼성은 과거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량 가격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선택 사양(옵션)에 대해서는 르노삼성 동호회에서도 많이 회자되던 부분이다. 문제는 차량 기본 가격뿐만 아니라 옵션에서도 과도하다 싶을 만큼 가격을 높게 잡는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의 소위 '옵션 장사'는 르노삼성의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지적되던 부분이다. 그만큼 뿌리 깊은 관행이었다.

실제로 르노삼성의 주력 중형차 모델인 SM5의 경우 경쟁차종인 K5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SM5 2.0 가솔린 모델 중 차상위 트림인 LE 기준으로 기본 차량 가격은 2710만원이다. 여기에 풀옵션을 장착할 경우 가격은 173만원이 인상된다. 옵션에는 최근 르노삼성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패키지인 바이-제논 어댑티드 헤드램프가 포함됐다. 따라서 SM5 가솔린 2.0 LE모델의 풀옵션 가격은 2883만원이다.

반면 경쟁차종인 기아차의 K5의 경우 2.0 가솔린 모델의 최상위 트림인 노블레스를 기준으로 할 때 기본 차량 가격은 2636만원이다. SM5 동급보다 74만원 저렴하다. 여기에 풀옵션을 적용하면 차량 가격은 251만원이 올라 2887만원이다. SM5보다 신차인 K5의 같은 트림 차량 가격이 단 4만원 차이인 셈이다. 만일 르노삼성이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SM5의 가격은 K5보다 68만원 더 올라가게 된다.

▲ 르노삼성 SM5,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 2.0 가솔린 모델 기본 차량 가격 비교.(그래픽=김용민 기자)

르노삼성의 플래그십 세단인 SM7도 마찬가지다. SM7 V6 모델의 차상위 트림인 LE 기준으로 기본 차량 가격은 3142만원이다. 경쟁차종인 현대차 그랜저 2.4 모던(2933만원)에 비해 209만원 가량 비싸다. 여기에 풀옵션을 적용할 경우 가격 차이는 더 커진다.

SM7 V6 LE모델에 풀옵션을 적용할 경우 추가 비용은 245만원이다. 따라서 SM7 V6 LE의 풀옵션 가격은 3387만원인 셈이다. 동급인 그랜저 2.4의 풀옵션 적용가격은 3244만원이다. SM7 V6 LE가 그랜저 2.4 모던에 비해 143만원 더 비싸다. 전반적으로 르노삼성의 기본 차량 가격이 경쟁 차량에 비해 높게 잡혀있다. 여기에 동급 차량과 비슷한 수준의 옵션이 추가되면서 전체 가격은 더 올라가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옵션을 무엇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차량 가격은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르노삼성의 경우 과거부터 기본 차량 가격이 경쟁 모델에 비해 높게 책정된 데다 옵션 가격도 경쟁 업체들과 비슷하거나 더 고가로 책정돼 전반적으로 차량 가격이 높다"고 밝혔다.

◇ 'SM6'에도 적용된 '옵션 법칙'

르노삼성이 이같은 가격 정책은 이번 'SM6'에도 그대로 반영돼있다. 특히 이번 'SM6'의 경우에는 옵션들이 패키지화 돼 있다. 이는 곧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옵션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패키지로 묶여있는 다른 옵션까지도 구매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경쟁 모델에 비해 낮게 책정된 차량 가격을 보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SM6 옵션에는 패키지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SM6에 적용되는 옵션은 총 6개의 패키지로 나뉜다. 자동차 업체들은 흔히 옵션들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한다. 패키지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낮추고 필요한 옵션들을 묶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SM6에 적용된 옵션 패키지도 이런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다만 SM6 옵션 패키지에는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옵션들이 포함돼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SM6 옵션 패키지 중 S-Link 패키지의 경우 2가지로 나뉜다. 8.7인치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한 내부 편의사양 위주다. S-Link 패키지Ⅰ에는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 CD플레이어가 묶여있다. S-LINKⅡ에는 패키지Ⅰ에 보스 서라운드 시스템과 뒷유리 매뉴얼 선블라인드가 묶여 있다. 이들 패키지는 2.0GDe 모델의 경우 SE트림부터 최상 트림인 RE트림까지 적용된다. 최하위 트림(PE트림)은 옵션 자체가 없다. SM6는 최하위 트림인 PE부터 SE, LE, RE로 올라간다.


이는 고객 중 CD플레이어가 필요없는 고객도 8.7인치 내비게이션을 원하면 최소 LE에서 RE트림을 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원하는 옵션을 얻기 위해서는 필요없는 옵션까지 구매해야 한다. 가장 저렴한 PE트림을 원하는 고객의 경우에는 8.7인치 내비게이션은 물론 후방 카메라 등 필수 옵션을 선택할 기회조차 없다. S-Link 패키지의 가격은 88만~118만원이다.

최근 신차들에 기본적으로 탑재돼는 앞좌석 통풍시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SM6에서 앞좌석 통풍 시트를 윈하는 고객은 LE트림 이상을 구매해야한다. 그것도 옵션으로 프리미엄 시트 패키지를 추가해야 한다. 프리미엄 시트패키지는 LE트림과 최상위 RE트림만 가능하다. 가격도 79만~85만원이다. 옵션 때문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트림을 올려야 하는 구조다.

열선 스티어링 휠의 경우 SM6에서 선택하기 위해서는 LE트림에서 옵션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것도 하이패스시스템과 매직트렁크로 묶인 옵션을 선택해야만 가능하다. 신형 K5의 경우 프레시티지 모델부터 기본 적용돼있는 편의 사양이다. SM6 2.0 GDe의 LE모델 가격은 옵션을 제외하고 2744만원이다. K5 프레시티지 모델의 옵션 제외 가격은 2474만원이다.

◇ 상위트림 선택해야 '제대로 된' SM6

소비자들이 SM6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가격과 준대형급의 옵션 때문이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자랑하는 SM6의 성능과 기능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LE급 이상을 선택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옵션을 추가해야만 르노삼성이 선전하는 SM6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우선 2.0GDe LE의 가격은 2744만원, RE는 2940만원이다. 모두 개별소비세 인하를 적용한 가격이다. LE의 풀옵션 가격은 332만원, RE는 466만원이다. LE트림에 풀옵션을 적용하면 3076만원, RE의 경우 3406만원이다. 최소 3000만원 이상을 들여야 '제대로 된' SM6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르노삼성이 사전 계약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다고 밝힌 1.6TCe RE모델도 마찬가지다. 기본가격 3190만원(개소세 인하 후)에 풀옵션을 적용하면 3519만원이다. 신형 K7 3.3 GDI 가솔린 노블레스 모델(3426만원·옵션 제외)보다 비싸다. 1.6모델이 3.3모델보다 비싼 기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 소비자들은 SM6의 옵션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옵션 선택 폭이 좁은데다 주요 옵션을 장착하면 차량 가격이 3000만원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차량 기본 가격을 낮추는 대신 옵션 장사를 통해 가격을 높게 받으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의 옵션 패키지 특성상 소비자가 필요없는 옵션을 제외하고 단품으로 옵션을 추가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과도한 가격이다. 각종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도 이런 의견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르노삼성의 옵션 정책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한 네티즌은 "SM6의 옵션 선택 폭이 너무 좁고 주요 옵션을 넣다보면 차값은 3300이상"이라며 "중형이라기엔 너무 비싸고 준대형도 넘볼만한 가격이 형성된다. 르노삼성은 왜 이런 옵션장사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르노삼성이 SM6 가격을 최대한 낮게 보이게 하기 위해 옵션 비중을 높인 것 같다"면서 "이 부분은 이해가 되면서도 정말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중형차를 준대형차급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옵션밖에 손 댈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르노삼성의 고민은 이해가 가지만 실제 판매에서 이런 부분이 부각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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