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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vs알파고]①막오른 인간과 기계의 두뇌싸움

  • 2016.03.09(수) 11:55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 바둑 대결
알파고, 인간 비유하자면 1천년 바둑 수련
대국 결과 따라 인공지능 평가 달라질 듯

1994년 첫 개봉됐던 영화 터미네이터.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 전략방어 네트워크가 스스로의 지능을 갖춘 뒤,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잿더미 속에 묻어버린다. 남은 인류는 인공지능 로봇의 지배를 받고 사는 가운데, 주인공이 로봇과의 전쟁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당시로선 다소 허무맹랑한 줄거리였지만,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상황은 다르다. 실제로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과 누뇌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편집자]

 

▲ 인간과 인공지능 간 바둑 대결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왼쪽)와 이세돌 9단이 악수하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 컴퓨터간 누뇌싸움이 시작됐다.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AlphaGo)간 바둑 대결이다.

 

이들 대결은 3월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제1국을 시작으로 10일, 12일, 13일, 15일까지 총 5차례 치뤄진다. 상금은 100만달러(약 12억원)로, 이세돌 9단이 패할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로 전액 기부된다.

 

인간과 인공지능 컴퓨터간 바둑 대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알파고는 작년 10월 유럽에서 활동하는 중국 바둑기사 판후이 2단과 겨뤄 5대 0 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판후이는 인간 대표라고 하기엔 실력이 떨어진다. 이세돌 9단쯤 실력이 되어야 진정한 대결이 되는 셈이다.

 

◇알파고, 넌 누구니

 

알파고(AlphaGo)는 구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업체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이다.

 

딥마인드는 지난 2010년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구글은 인공지능 산업의 미래를 보고 2014년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뒤 2015년 10월에는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을 상대로 공식 대국을 치뤄 승리했다. 이를 통해 알파고의 위력이 세상에 알려졌다.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 시스템이 바둑에서 사람을 능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췄다.

 

▲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가 알파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는 점은 의미부여가 크다.


예를들어 인공지능이 체스에서 인간을 이겼을 땐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겼다. 실제로 체스는 1997년 인간이 컴퓨터에 정복 당한 영역이다. 당시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는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다.

 

하지만 바둑은 체스와는 다른 게임이다. 바둑은 체스와 달리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고, 직관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얼핏보면 바둑판 위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놓으면서 상대편의 돌을 들어내거나 공간을 둘러싸 '집'을 만드는 방식뿐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둑에서 돌을 놓을 때 경우의 수는 10의 170 제곱에 이를 정도다. 체스와 비교할 때, 경우의 수가 10의 100 제곱 이상 많다. 때문에 바둑에서까지 인공지능이 인간대표를 이긴다면 기술진화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알파고는 이번 대국을 위해 수 주간 한번도 쉬지 않고 훈련했다. 이를 인간의 경험에 빗대면 1000년간 바둑을 수련한 격이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는 기본 데이터에 기반해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는 법을 깨닫는다"면서 "프로기사들의 대국 내용을 토대로 알파고의 신경망을 훈련시켰다"고 밝혔다. 또 "알파고는 자체 신경망끼리 수천만 번의 바둑을 두면서 시행착오를 통한 강화학습을 했다"고 덧붙였다.

 

◇인간대표 이세돌 9단

 

이세돌 9단은 조훈현, 이창호로 이어지는 한국 바둑계의 최강자 자리를 물려받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12살이던 1995년 입단했고, 2000년 32연승을 올리면서 연승가도를 달렸다. 이어 2003년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 9단을 이기고 바둑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이어 2005년 제18기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 2007년 제3회 도요타덴소배 세계바둑왕좌전 우승, 2008년 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대회 우승, 2010년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우승 등 10여년간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았다.

 

▲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 앞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그가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사례는 18번이나 된다. 30대 나이에 접어들면서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직 건재하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세돌 9단은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와의 대결에 대해 "컴퓨터에게 질 수도 있는데 바둑의 아름다움, 또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게임에서는 제가 꼭 인간의 가치를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관전 포인트는

 

이번 바둑 규칙은 한국식이 아니라 중국식이다. 알파고가 그동안 중국식 바둑규칙으로 훈련해온 것을 감안해, 이세돌 9단이 이를 수용했다. 알파고를 대신해 실제 바둑 돌을 놓을 사람은 구글 딥마인드 소속 개발자(아마추어 6단) 이다.

 

관심사는 뭐니뭐니 해도 승패 결과다. 이세돌 9단은 5전 전승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그는 "5번의 대국 중 3대 2 정도가 아니라 한 판을 지느냐 마냐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구글 딥마인드 측도 알파고의 승률을 50%로 예측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기세다. 만약 알파고가 승리를 거둔다면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았던 바둑에서 조차 인공지능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 설명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히 빅데이터를 통해 경우의 수만 읽는 것이 아니라, 가치판단과 선택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세상이 곧 도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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