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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조' 날린 조선 빅3, 수주절벽 버텨낼까

  • 2016.03.14(월) 16:33

해양부문 5.8조원 손실..부실 지속
유가 반등은 긍정적..버티는 힘 필요

작년 한 해동안 조선 빅3가 기록한 손실액이 8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주범은 역시 해양플랜트다. 지난 2014년부터 지속된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이 작년까지 영향을 주면서 조선 빅3들은 2년 연속 조단위 적자를 냈다.

 

문제는 올해도 역시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양 부문은 유가 하락 지속으로 발주 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상선 부문도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수요가 부진하다. 조선 빅3가 적자구간에서 탈출하기에는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최근 유가가 반등하는 등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대할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 넓고 깊은 해양의 그늘

조선 빅3의 작년 영업손실 규모는 총 8조5472억원이었다. 가장 많은 손실을 입은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작년 영업손실액은 총 5조5052억원에 달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지난 2014년부터 해양 부문 손실에 대비했던 것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작년에서야 손실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일찍 손실을 실적에 반영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적자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손실 규모의 차이일뿐 조선 빅3 모두 적자의 늪에서 허덕였다. 업황 부진이 지속된 데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각종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 점도 영향을 줬다.

 

 

조선 빅3의 실적이 여전히 부진한 것은 3~4년전에 수주했던 대형 해양플랜트 물량 탓이 크다. 당시 블루오션으로 각광 받았던 해양 플랜트 물량들은 이제 적자의 주범이 됐다. 경험과 기술 부족에도 불구하고 도크를 채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수주에 나섰던 것이 패착이었다.

 
해양플랜트 부실의 그늘은 넓고도 짙었다. 해양플랜트 부실이 처음으로 부각된 지난 2014년에는 공사 진행상에서 발생한 각종 비용 등이 문제가 됐다면 작년에는 수주 취소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선박을 발주했던 오일메이저 등이 이미 발주했던 해양플랜트에 대해 계약 취소를 통보하면서 손실이 커졌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계약 취소로 작년 3분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은 2791억원으로 3분기 대비 적자폭이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은 전기대비 흑자전환한 29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 작년 해양 손실 5.8조원..올해는?
 
하지만 여전히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올해 조선 빅3를 둘러싼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저유가다. 유가는 해양 부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유가가 높을 경우 오일 메이저들은 해양 개발을 통해 석유 개발에 나선다. 하지만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해양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 최근 해양 부문 발주 물량이 사라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조선 빅3의 손실액 중 해양 부문이 차지하는 부분은 약 5조8000억원 정도였다. 현대중공업이 1조3000억원, 삼성중공업이 1조5019억원,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 가량이 해양 부문에서의 손실이었다. 저유가 기조 지속에 따른 발주처의 계약 취소와 기술 부족 등으로 공기가 지연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해양플랜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물량을 쥐고 있는 오일 메이저들이 발주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어서다. 해양물량 가뭄은 조선 빅3에게는 큰 타격이다. 해양 물량이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조선 빅3가 소화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물량 가뭄은 이런 일거리 마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조선 빅3의 손실액은 8조5000억원 규모였다. 이 중 해양 부문에서 입은 손실액은 5조8000억원 규모로 전체 손실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만큼 해양 부문은 국내 조선 빅3에게 큰 짐이었다.
 
상선 부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올들어 지난 2월까지 국내 조선 빅 3중 선박을 수주한 곳은 현대중공업 뿐이다. 그나마도 3척에 불과하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수주량이 전무한 상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조선 빅3가 향후 1년 안에 도크가 비는 이른바 '수주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선 수주 물량이 줄어든 것은 그만큼 발주가 되지 않아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선박금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발주처들은 선박을 발주하고 싶어도 돈줄이 막혀있는 상태다. 자금을 조달할 수 없으면 선박 발주는 요원하다. 선박금융의 경색이 결국 상선 발주를 막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발주되는 물량도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이미 조선업에서 한국을 앞선 상태다. 물론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는 기술력에서 앞서는 조선 빅3가 우위에 있지만 현재 발주되는 상선 물량들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치 않은 선종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까지 맹추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황이 만만치 않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일본에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유가 오른다"..긍정적 시그널

그럼에도 불구 최근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가장 유의미하게 보는 지표는 유가다. 그동안 급락하던 유가가 최근들어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유가가 바닥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면서 조선 빅3의 주가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국제 유가는 최근 한달을 기준으로 40% 이상 올랐다. 지난 2월 11일 배럴당 26.21달러였던 WTI는 지난 3월11일 38.5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두바이유도 같은 기간 26.09달러에서 34.98달러로, 브랜트유는 30.06달러에서 40.39달러로 상승했다.

물론 지난 2013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을 때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2년여간 국제 유가가 계속 하락추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유가 상승 분위기는 분명 긍정적인 조짐이라는 것이 조선업계의 생각이다. 유가 상승으로 해양 부문의 발주를 기대해볼 수 있어서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유가는 30달러선에서 거의 바닥을 쳤다고 본다"며 "대부분의 오일 및 가스업체들은 올해 유가를 50~70달러대 사이 박스권으로 예상하고 있다. 50~60달러 정도의 유가가 형성 되면 해양쪽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선도 기다려볼 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상선 업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경기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다만 여전히 낮은 수준의 선가가 얼마나 올라갈지에 따라 조선 빅3의 수익성 확보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쯤이면 조금씩 선가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업황 호황기가 올 때까지 누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조선업의 특성상 싸이클이 천천히 움직이는 만큼 최대한 많은 수주를 통해 도크를 채워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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