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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면세점의 민낯

  • 2016.03.15(화) 10:08

국산 판매 늘린다더니 해외 명품에 걸린 명운
특혜 독점하고 싶어 규제 완화에 이중적 태도

요사이 면세점 업계의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업계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신규특허가 불과 몇 달 사이 간절하게 원치 않는 대상이 된 것인데요.

5년짜리 면세점 특허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진입장벽을 낮추는 문제로까지 퍼졌기 때문입니다. 진입장벽이 낮아져서 신규특허가 허용되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신고제로 전환될 경우, 경쟁자가 너무 많아져서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겁니다.

사실 5년짜리 면세점 특허에 불만을 제기한 쪽은 업계인데요. 결과적으로 업계의 건의가 업계 자신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업계 내에서는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업체와, 이에 반대하는 업체들로 갈라져 갈등구도까지 형성되는 양상입니다.

더 흥미로운 현상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가 그동안 예쁜 포장지로 숨겨왔던 면세점 업계의 치부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건데요.


# 수입 고가브랜드가 먹여 살린다

첫 번째는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수입 고가브랜드가 면세점 업계의 밥줄을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건 '알만한 사람은 아는' 부분이지만 업계에서는 홍보활동이나 여론전을 통해 “국산품도 판다”거나 “국산품 판매장 확장” 등을 알리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관했는데요. 이번에 신규로 특허를 따낸 면세점들이 해외 고급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면세점 업계의 고질적인 해외 브랜드 의존문제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물론 신라면세점이 참여한 HDC신라면세점도 명품판매장 확보가 지지부진하면서 개장 초기 운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곧 오픈이 예정된 두산이나 신세계DF도 사실상 명품유치 문제에 따라 면세점 사업의 성패가 달린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특허 심사 과정에서 많은 업체가 국산품 판매장을 대대적으로 넓히고 국내 중소중견 제품을 폭넓게 판매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는 매출보다는 특허를 따내기 위한 포장에 불과했던 것이 확인된 셈이죠.

이 문제는 다른 사실관계를 추가로 증명해줍니다. 면세점 사업이 업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수출산업이 아니라는 건데요. 업계는 외국 관광객들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인다며 면세산업을 수출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 매출이 수입제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물품 자체로 벌어들인 외화는 대부분 외국으로 그대로 빠져나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게다가 세금까지 면제된 걸 판매하니 소비세 부분에서 국가 세수입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엄밀히 말하면 수입도 수출도 아닌 산업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 관광산업에 기생했다

면세업계는 그동안 관광산업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점도 강조해 왔는데요. 이번에 터진 업계 내부갈등으로 비춰 볼 때 면세점은 관광산업을 이끌었다기 보다는 관광산업에 기생했다고 하는 편이 더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관광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산업이라면 관광업 부흥을 위해 면세점이 더 많이 생기도록 유도해야 하는데요. 현재 업계는 추가적인 특허에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급기야 14일 서울 모처에서는 신규특허를 반대하는 업체 대표들이 긴급히 한자리에 모이기까지 했습니다. 모인 이들은 모두 지난해 새롭게 면세점 업계에 합류한 후발 사업자들인데요. 면세점 특허가 신규로 허용될 때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는군요.

해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의 걱정은 사실 당연한 일입니다. 몇 달 전 자신들이 시장에 진입할 때만 해도 새로운 면세점 특허는 다시는 없거나 적어도 향후 몇 년간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이들의 긴급 회동은 한정된 시장을 쪼개어 먹는다는 불안감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산업을 리드하는 쪽이라면 개방에 대한 불안감은 이보다 훨씬 적었겠죠.
 
 
▲ 롯데면세점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에 맞춰 고용불안과 국가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면세사업권 박탈에 따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특혜산업이다

면세점이 특혜 산업이 아니라는 것도 업계가 강조해 왔던 부분인데요. 이것 역시 이번에 화장기 없는 본 얼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종전 면세점 제도는 상당한 기득권이 존재했습니다.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10년 단위로 자동으로 특허 기간이 갱신됐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2013년부터 5년 단위의 재심사로 바뀌었죠. 특정 업체가 독점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신규로 진입한 사업자와 탈락한 사업자가 생겼는데요. 현재 양쪽이 갈등을 겪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쪽은 이제 막 자신들이 시장에 새로 진입했으니 당분간은 다른 추가 진입자는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구요. 다른 한쪽은 탈락 자체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사업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얼핏 쟁점이 달라 보이지만 결론은 한쪽으로 귀결됩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특혜를 지키겠다는 겁니다. 한쪽은 신규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구요, 다른 한쪽은 이번에 한 번 정도는 예외적으로 재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더구나 양쪽은 모두 특허의 자동갱신은 찬성하고 있습니다. 신고제로 진입장벽을 완전히 허무는 것은 반대한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특정 업체에 면세품을 팔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특혜 제도를 놓고 자신에 유리한 부분은 수용하고 불리한 부분은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다시 한번 '우리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성벽을 높이 쌓아서 특혜를 누려보겠다는 의도입니다. 

면세점 제도 개선안은 이달 안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합니다. 워낙 말이 많은 산업이라 바뀐 제도가 제대로 시행도 되기 전에 또 바꾸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건데요. 

이번에 업계의 이중적인 태도를 수용하다 보면 조만간 또 제도를 바꿔야 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모쪼록 애초 5년짜리 특허제도가 특정 대기업의 특혜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도입됐다는 점을 감안해서 현명한 결론을 도출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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