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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의 '꼴찌' 르노삼성 구하기

  • 2016.03.16(수) 10:58

박동훈 대표 선임으로 판매 확대 노려
중형차 경쟁 치열..단일 모델 의존 벗어나야

르노삼성이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박동훈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해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내수 판매 꼴찌인 르노삼성에게 이번 결정은 일종의 반전을 노리는 카드다. 그는 업계에서 대표적인 영업·마케팅통으로 꼽힌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판매 확대다.

하지만 박 부사장 앞에 놓인 현실은 만만치 않다. QM3의 성공만으로는 바닥으로 떨어진 르노삼성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SM6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는 있지만 얼마나 성공할지 미지수다. 만일 SM6의 초반 돌풍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친다면 그는 물론 르노삼성이 입을 타격은 크다.

◇ 수입차 전도사에서 르노삼성 구원투수로

박 부사장의 대표 선임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수입차 업계에서 승승장구 했던 그가 돌연 르노삼성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부터 차기 대표 자리를 염두에 둔 이동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동안 박 부사장이 르노삼성에서 보여줬던 행보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박 부사장은 국내 수입차 1세대다. 그는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외조카다. 한진 유럽지점장을 지내다가 1989년 한진건설 볼보 사업부장으로 옮기면서 국내 수입차 업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당시만해도 국내 수입차 시장은 제대로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 시기였다.

 

하지만 박 부사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특유의 영업 수완을 발휘했고, 지난 2001년 아우디폭스바겐의 딜러사인 고진모터임포트의 부사장으로 옮기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고진모터임포트에서도 매년 평균 2배 이상의 판매 신장을 일궈내는 등 수입차 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을 역임하면서 수입차 대중화에 앞장섰다. 그는 국내 수입차 1세대로 폭스바겐 코리아를 업계 3위로 도약시켰고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을 지내는 등 수입차 업계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13년 돌연 르노삼성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업계에서는 차기 CEO자리를 보장 받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박 부사장은 이후 폭스바겐이 지난 2005년 한국법인을 설립하면서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박동훈 사장 체제 하에서 폭스바겐 코리아는 승승장구했다. 지난 2012년까지 그가 사장으로 근무했던 8년간 폭스바겐 코리아의 판매 증가율은 1125%에 달할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골프를 국내 시장에서 성공시킨 것도 그였다.

폭스바겐 코리아를 국내 수입차 업체 3위로 도약시킨 그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을 맡는 등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13년 돌연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업계에서는 폭스바겐 본사와의 불화설이 돌았다. 폭스바겐 코리아를 떠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르노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업계에서는 그가 르노삼성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 차기 대표직을 보장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또 그가 합류했을 당시 르노삼성은 심각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던 만큼 그의 영업력과 마케팅력을 이용해 판매 확대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당시 업계의 분석은 이번 박 부사장의 대표 선임으로 모두 맞아떨어졌다.

◇ 5년만에 반토막 난 내수 판매

수입차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르노삼성의 수장에까지 오른 그에게 르노삼성이 기대하는 바는 크다. 르노 본사에서도 그동안 박 부사장이 보여준 사업 수완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르노삼성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라인업 부족을 QM3 도입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했다. 여전히 내수 시장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나마 QM3 판매 확대를 통해 2년 연속 내수 8만대를 지켜낸 것도 그의 공이라는 분석이다.

르노 본사에서는 박 부사장이 이번 대표 취임과 동시에 SM6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르노삼성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곧 궁극적으로 르노가 직접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인만큼 그의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박 부사장도 르노삼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르노의 색깔을 가져가야한다는 입장이어서 그의 성공은 르노에게도, 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르노삼성과 박 부사장의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르노삼성이 최근 QM3의 성공과 SM6 론칭으로 좋은 분위기를 가져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경쟁업체들과의 전면전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M5 성공 이후 후속 라인업을 지원하지 못했던 르노삼성은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모델 노후화와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오랜기간 르노삼성을 괴롭혀 온 악재였다.
▲ 박 부사장이 강력히 도입을 추진한 QM3는 무너진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를 조금이나마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소형 SUV 시장에서는 이렇다할 경쟁자가 없었고 때마침 레저붐이 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선보인 SM6는 QM3와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중형차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기존 경쟁 메이커들의 텃밭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SM6가 르노삼성이 예상하는 것과 같은 큰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이 르노삼성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런 분위기는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한때 연간 판매 15만대를 넘어섰던 르노삼성의 내수판매는 최근 거의 반토막이 난 8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마저도 지난 2014년과 작년 QM3 덕분에 겨우 회복한 수치다. 지난 2013년에는 5만대 수준까지 추락했다.
 
박 부사장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가 SM6를 내놓으면서 '내수 시장 3위 탈환', 'SM6 연간 5만대 판매' 등 공격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SM6를 통해 내수 시장을 단숨에 탈환하겠다는 박 부사장과 르노삼성의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다. QM3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강도가 치열하지 않은 소형 SUV였지만 SM6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형차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르노삼성이 아직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SM6 한 모델로 내수시장을 탈환하겠다는 계획은 무리라는 반응도 나온다. 가장 인기있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 중형차 시장은 이미 기존 업체들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SM6가 이를 뚫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비록 현재 중형차 시장이 많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쏘나타와 K5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서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 한 모델에만 올인..외줄타기 전략의 한계

르노삼성은 올해 SM6의 판매목표를 5만대로 잡았다. 산술적으로 이달부터 월 5000대씩을 판매해야 달성이 가능한 수치다. 통상적으로 신차가 출시됐을 경우 약 3개월간 신차효과가 지속된다고 봤을 때 오는 5월까지 판매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 생산과의 수급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없을 때라는 가정하에서다.

작년 현대차 쏘나타의 경우 총 10만8438대를 판매했다. 기아차 K5는 5만8619대였다. 월 평균으로 쏘나타는 9036대, K5는 4884대를 판매한 셈이다. 즉 SM6가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매월 K5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르노삼성은 SM6에 이어 올해 하반기 SUV QM5의 후속 모델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SM6 디젤 모델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부족했던 라인업을 보강해 전방위적으로 판매를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만일 SM6가 성공해준다면 QM5 후속과 SM6 디젤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르노 본사와 신차 투입도 논의중이다. 이 모든 계획의 첫 단추는 SM6의 성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M6가 기존 시장 판도를 뒤엎을 만큼 파괴력을 지녔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한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무형의 것들이 최적화돼야 가능하다. SM6는 일단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지만 그밖의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아직 한참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제기되고 있는 옵션 문제와 출고 지연 등의 문제는 르노삼성에게 큰 부담이다.
 
 
르노삼성이 그동안 하나의 히트작에만 기대왔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플랜A가 무너질 경우 이를 대체할 플랜B가 없다는 이야기다. 르노삼성이 내수에서 큰 성과를 냈을 때를 돌이켜 보면 여러 모델이 성공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SM5 때도, QM3 때도 모두 한가지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였다. 실제로 지난 2002년부터 작년까지 르노삼성 내수 판매량 중 SM5 판매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55.8%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판매 확대보다 무너진 르노삼성의 내실을 세우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나의 모델에 '올인'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르노삼성의 판매 확대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무너진 것은 경영진의 안일함이 가장 컸다"며 "트렌드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임기응변식 
대처에 급급했던 것이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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