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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는 왜 세금에 뿔났을까

  • 2016.03.21(월) 09:30

[세무사님 궁금해요] 황순우 순우리 세무회계 대표세무사

작년에 남편의 상속이 개시되어 현재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김화난 여사는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냐며 다짜고짜 화부터 냈다.

 

사정은 그럴 만 했다. 국세청 세무조사관들이 남편의 금융거래 내역을 살펴보던 중 남편의 통장에서 묘령의 여인에게 뭉칫돈이 지속적으로 움직인 사실이 포착됐고, 확인결과 그 여인은 다름아닌 남편의 내연녀였다.

 

술집 마담이었던 그녀에게 지난 5년 동안 생활비 보조, 오피스텔 전세보증금, 차량구입 등의 명목으로 작게는 200~300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씩 무려 5억원이란 돈이 흘러간 것이다.
 


자신이 몰랐던 남편의 외도만으로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정작 불난 집에 기름은 그때부터 부어졌다. 세무조사관은 일단 김여사가 만져보지도 못한 돈 5억원이 상속세 대상자산에 포함되어 상속세가 2억5000만원 정도 추가된다고 말했다. 상속인이 아니라고 해도 상속개시전 5년내에 증여된 금액은 사전증여재산으로 상속재산에 합산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5년간 증여세를 신고 납부하지 않은 그 여인에게서 1억원 이상의 증여세를 과세할 것이고, 일정부분은 상속세 납부세액 계산시 기납부세액으로 빼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김여사는 당장이라도 그 내연녀를 찾아가 머리끄덩이를 부여잡고 남편의 돈을 내놓을 때까지 결딴을 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남편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그 여인은 현재 신용불량자였다.

 

그녀의 통장잔고는 바닥난지 오래고 남편이 해준 오피스텔 전세보증금과 자동차 따윈 눈 씻고 찾아봐도 행방이 묘연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조차 두절되어 화풀이할 기회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그 여인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증여세까지 김여사와 자녀들이 부담해야 된다는 점이다. 원래 증여세는 증여를 받은 사람이 내야 하지만 수증자가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세금을 낼 수 없는 경우, 대표적으로 지금처럼 이미 신불자가 되어버린 경우라면 증여자에게 증여세 연대납세의무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여를 한 사람인 남편이 이미 세상에 없으니, 납세 의무는 자연스럽게 상속인들에게 옮겨가게 된다. 따라서 김여사는 남편의 외도로 인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원수 같은 여자의 증여세까지 물어줘야 할 판이다. 김여사 입장에서는 화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다.
 
한참 동안 화를 쏟아낸 김여사는 자신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중소기업 사장이었던 남편은 평생 사업에만 미쳐 바깥으로 돌아다녔고 자신은 그런 남편를 내조하며 두 자녀를 키워왔다. 온갖 고생을 다 했지만 그래도 남부럽지 않은 재산에 자녀들도 잘 자라주어 결혼까지 시켰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할 즈음 환갑을 갓 넘긴 남편이 훌쩍 세상을 떠나 버렸다.

 

아내에게 살가운 남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능력있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었기에 여태까지 큰 불만은 없었다. 그랬는데, 그렇게 살아왔는데, 남편이 죽고 나서 밝혀진 이 모든 과거들이 김여사에게는 너무나 수치스럽고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당하는 납세자 입장에서야 사전증여분에 대한 상속세 재정산과 증여자 연대납세의무가 불합리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만약 이러한 과세제도가 없다면 거액의 상속세를 걱정하는 자산가들은 특정인과 짜고 사전증여를 통하여 상속세를 탈루할 공산이 크다. 이때 작정하고 빼돌린 재산을 국세청이 회수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조금은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이렇듯 상속세가 무서운 이유는 상속인들이 전혀 알지 못했던 피상속인의 과거에 대한 납세의무가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연대납세의무가 걸려있어 상속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책임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배우자 몰래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말을 남기고 싶다. 당신들의 행위가 국세청에 의해 언젠가 드러날 수 있고 그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 충격과 고통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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