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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료 인상, 과잉진료 탓만 있나요?

  • 2016.03.25(금) 10:00

[Inside Story]일부 병원 과잉 진료로 손해율 급증
보장범위 비롯한 설계 탓도…보험료 인상 악순환

'보험사들 실손의료보험 줄줄이 인상'

올해 들어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에 고삐가 풀린 듯한 인상입니다. 아니, 실제 고삐가 풀렸습니다. 정부가 보험 상품 자율화라는 명목으로 보험료 책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영향입니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보장성 보험 등 온갖 보험료가 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실손의료보험입니다. 이 보험은 단순히 보험사와 소비자와의 관계를 넘어서, 우리나라 의료 생활을 크게 왜곡합니다. 실손보험이 과잉 진료를 부추기고, 과잉 진료는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식입니다.

 


보험사와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실손의료보험의 과잉진료 문제와 보험료 인상 등 부작용을 놓고 서로 네 탓 공방을 해왔습니다. 보통 이해관계자들의 논쟁을 잘 살펴보면 그 문제의 본질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의료계 과잉진료가 보험료 인상 초래"

먼저 보험사들의 주장입니다. 실손의료보험이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 등을 보험사가 보장해주는 상품입니다. 이 보험에 가입하면,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으로 대부분 병원비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구조입니다.

과잉진료는 보험사가 보장해주는 비급여 항목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비급여는 MRI와 CT 등이 대표적으로, 척추질환과 하지정맥류, 유방 관련 질환 등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잉진료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의료기관에 따라 의료비가 천차만별입니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종합병원에선 본인 부담액이 357만 원인데, 일반 병원에선 846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같은 증상이라도 한 병원 내에서 치료비를 다르게 부과하는 때도 있습니다. 실손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서 말이죠.

보험사들은 여기에 주목합니다. 실손보험에 든 고객이라면 어차피 보험사가 돈을 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부 병원들이 환자에게 과잉진료를 권하고 소비자들도 이에 응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과잉진료로 인해 보험사들의 손해율, 즉 소비자들이 내는 보험료에 비해 과다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최근 실손 보험료 인상도 이런 잘못된 관행 탓이라는 견해입니다.

◇ "도덕적 해이 초래하는 상품 설계 탓"

반면 의료계의 주장은 다릅니다. 의료계에선 실손의료보험의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이 상품이 과도한 보장을 해주기 때문에 병원과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신용 채무자의 빚을 깎아주는 국민행복기금을 보죠. 이런 정책은 그 취지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낳습니다. 채무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지만, 충분히 빚을 갚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무작정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품 구조 자체가 문제인 겁니다.

실손의료보험 역시 소비자가 내야 하는 진료비를 대부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양심을 속이는 병원이 문제이긴 하지만, 양심을 속일 수 있는 상품 구조를 만든 보험사도 책임소재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의사나 환자 개개인의 양심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 떳떳하지만은 않은 겁니다.

보험사의 '손해율'이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험사들이 말하는 손해율은, 쉽게 말해 TV 광고 등의 사업 금을 제외한 뒤 계산한 비율입니다.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 총액에서 일부를 뺀 뒤, 소비자들에게 준 돈이 그보다 많으면 '손해가 났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물론 기업으로선 사업비를 빼고 손익을 계산하는 게 당연한 듯 보이지만, 사업비를 얼마나 뺐는지 등 구체적인 항목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은 석연치 않습니다.

◇ 개선안 두고 첨예한 대립…결국 소비자만 손해

최근 이런 비급여 과잉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병원들이 비급여 치료에 대해 마음대로 비용을 책정했던 관행을, '표준화'를 통해 바꿔보자는 움직임입니다. 이런 정책이 실현되면 과잉 진료가 어느 정도 제어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지금까지처럼 제도 개선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보험사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품 구조가 아직 그대로인데, 보험사들은 '손해가 크다'며 보험료를 계속 올릴 기세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결국, 일반 소비자들은 점점 올라가는 보험료를 내야만 하는 구조가 됩니다. 보험사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상품을 팔고, 일부 비양심적인 의사와 환자가 이를 악용해 과잉 진료를 하고, 결국 손해율이 오르면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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