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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증권사 우발채무, 넌 누구냐?

  • 2016.03.25(금) 11:00

 

요즘 증권업계 뉴스를 보다보면 증권사 우발채무가 우려된다는 얘기 자주 눈에 띄시죠. 은행 못지 않게 건전성을 자랑하는 증권사들에게 우발채무 리스크라니 다소 생소해 보이기도 하고, 아직까지 크게 우려를 살 정도는 아닌데요. 최근 이에 대한 경고음이 하나둘씩 터져나오면서 금융당국도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증권사 우발채무가 무엇이고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한번 들여다 볼까요. 


 


우발채무의 사전적 의미는 '미래에 일정한 조건이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채무'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당장 빚이 아니지만 언제든 빚으로 돌변할 수 있는 잠재적으로 숨겨진 빚입니다. 향후 채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불확정채무이기 때문에 우발채무가 많다면 그만큼 좋은 신호로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우발채무가 요즘 증권사에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요지인데요. 주식매매 등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이었던 몇년 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이제 위탁매매 수수료만 벌어들면서 살지 않습니다. 먹거리를 확 넓힌 것인데요. 신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한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 판매도 늘리고 있구요. 자기매매도 활발히 하고, 자산관리와 기업금융(IB)도 강화하며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고 습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수익원을 넓히면서 자연스럽게 우발채무 부담도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증권사들의 우발채무가 도대체 얼마나 빠르게 증가했을까요.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는 지난해 9월말 현재 24조원을 넘어섰는데요. 2011년 3월말 7조4000억원에서 3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상당히 빠른 속도죠.

 

 

그렇다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는 어디서 나올까요. 실체를 좀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먼저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는 유동성 공여와 신용 공여로 나뉩니다. 대개 아파트 등을 건설하는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들은 신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착공 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고, 추후 이를 분양대금을 받아 상환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PF 대출 보증을 서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기만해도 증권사들은 PF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같은 유동화증권의 차환발행에 대해 보증을 해주는 매입보장약정에 주로 치중했습니다. 이것이 유동성 공여에 해당합니다. 

 

 

 

그러다 건설 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보증능력을 잃게 되고 은행들마저 관련 보증을 기피하면서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보증을 직접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용공여에 해당하는데요.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더 짭짤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나름 매력적인 수익원으로 변신한 셈입니다.

 

하지만 신용공여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대행사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 보증을 선 증권사들이 물어줘야 함을 뜻합니다. 유동성공여는 기초자산의 신용도가 우수한 편이지만 신용공여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더 높고 증권사가 최종적으로 상환책임을 지는 형태입니다. 유동성 공여에 비해 리스크가 훨씬 큰 우발채무인 셈이죠.

 

 

 

특히 부동산 경기가 예전만 못하면서 우발채무가 진짜 채무로 둔갑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이 최근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급증은 유동성 공여에 해당하는 매입보장약정을 제외한 기타 채무보증이 크게 늘어난 영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각종 부동산 전망과 관련 지표가 우호적이 못한 상황에서 우발채무가 빠른 시간 안에 감소하기 힘들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최근에는 증권사의 PF 우발채무 증가 추세가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촉발시킨 PF 대출 급증에 비견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과거 저축은행 사태보다 우발채무의 질은 양호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인데요. PF 대출 급증 후 나타난 부동산 경기 불황, 저축은행의 공격적 영업, 감독체계 완화 등은 꽤 많이 닮았다고 하네요.

 

이렇다보니 우발채무 규모가 큰 증권사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자기자본보다 우발채무 규모가 더 크거나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 PF 신용공여 비중이 큰 곳이 경계대상으로 꼽힙니다. 특히 틈새사업에 치중한 중소형사뿐 아니라 일부 대형사들도 우발채무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급기야 금융당국도 이를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요.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우발채무를 미리 가늠하고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증권사들에 대한 신뢰를 크게 흔드는 폭풍으로 돌변할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가 앞으로의 관전포인트입니다.

 

 

·글: 양미영 비즈니스워치 기자/flounder@
그래픽: 김용민·유상연 기자/kym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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