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11번가, 터키 안착한 세가지 비결

  • 2016.03.28(월) 17:21

'누마라 온비르' 年거래액 4.8억불, 터키 1위업체 제쳐
'배송혁신·판매지원·고객만족' 한국식 노하우 접목

"후발주자였지만 스타트업 정신으로 달려왔습니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이 터키 도우쉬(Dogus)그룹과 함께 설립한 오픈마켓 '누마라 온비르'. 이 회사를 이끄는 조원용 대표는 28일 터키시장에 안착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누마라 온비르'는 터키어로 숫자를 의미하는 '누마라(numara)'와 11을 의미하는 '온비르(onbir)'를 합친 말이다. 우리말로 하면 터키의 '11번가'쯤 된다. 인터넷 주소도 'www.n11.com'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 4억8500만달러를 기록하며 터키 오픈마켓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지 3년만에 거둔 성과다. 2700만개 이상의 상품이 판매되는 누마라 온비르의 월간 순방문자는 1500만명. 약 7800만명인 터키 전체 인구의 5분의 1 가량이 누마라 온비르를 이용한 셈이다.

원래 터키에는 토종업체인 '헵시부라다(Hepsiburada)'가 오픈마켓의 왕위를 지키고 있었다. 1998년 태동한 이 회사는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몰로 입지를 굳혀왔으나 누마라 온비르에 추격을 허용했다. 헵시부라다의 월간 순방문자는 1400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 SK플래닛은 2013년 터키 도우쉬그룹과 손잡고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픈마켓명은 '누마라 온비르'. 사진은 누마라 온비르의 사무실 전경이다.

 

◇ 배송불만 없애고 판매기법 전수  

누마라 온비르는 ▲배송서비스 ▲판매자 지원 ▲고객만족 분야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예를 들어 터키는 온라인쇼핑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음에도 배송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배송비도 한국처럼 사전에 정해진 게 아니라 소비자가 상품을 받아볼 때 각자 알아서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누마라 온비르는 천차만별인 배송비를 해결하기 위해 터키 6개 물류업체와 제휴를 맺고 일정 규모의 배송물량을 보장하는 대신 배송비를 표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택배가 발달한 한국에선 당연시되는 이 같은 정책이 터키 현지에선 혁신적인 서비스로 여겨졌다고 한다.

판매자들에게 마케팅 기법을 전수하고, 사진촬영 공간을 지원하는 등 판매자 지원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호응을 얻었다. 이교택 SK플래닛 홍보팀 매니저는 "터키에 진출할 때만 해도 현지 온라인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라 판매자에 대한 지원이 전무했다"며 "판매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현지 안착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터키 오픈마켓 처음으로 24시간 고객 서비스센터를 도입하고 다양한 쿠폰과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등 한국식 고객만족 시스템이 현지에서 통한 것도 누마라 온비르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 누마라 온비르는 11번가의 운영노하우를 터키에서 구현했다. 사진은 누마라 온비르 홈페이지 화면.


◇ 글로벌 격전지로 부상한 터키

지난해 터키의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40억달러로 전년대비 12%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도 만만치않다.

미국 이베이(eBay)는 이미 2011년 한국으로 치면 옥션과 비슷한 회사인 '지티지이요르(GittiGidiyor)'를 인수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디어기업 '네스퍼스(Naspers)'는 터키 최대의 회원제 온라인쇼핑몰인 '마르카포니(Markafoni)'를 사들였다. 아마존(Amazon)도 꽃과 선물을 판매하는 온라인몰인 '치첵세페티(Ciceksepeti)'의 지분을 인수해 언제든 터키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누마라 온비르에 1위 자리를 내준 헵시부라다도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중동계 사모펀드인 아브라즈(Abraaj)그룹으로부터 약 1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물류시스템 확장에 나섰다. 누마라 온비르가 1위 자리를 고수하려면 이제는 현지 토종업체가 아닌 글로벌 기업들과 다퉈야한다는 얘기다.


조 대표는 "시장 진출 초기부터 오픈마켓 사업자, 판매자, 고객 모두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 주력했다"며 "앞으로도 중소상인들을 위한 사업모델과 지속적인 기술투자로 현지 사업자들과 동반성장해 지금의 성장세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