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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실적 정정 논란..분식은 없었나

  • 2016.03.29(화) 08:21

회계법인 요구로 실적 정정→13·14년 적자 돌변
부실 숨긴 이유·최근 수정 배경 의문..`책임` 논란
제재 수위 낮추려는 포석인 듯..`분식` 여부 관심

작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이 또 한번의 악재를 만났다. 이번에는 외부 회계 감사 법인의 부실감사 논란이다. 과거 경쟁사들이 손실을 기록할 때에도 대우조선해양만 홀로 수익을 냈던 것도 이런 부실 감사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감사를 담당했던 딜로이트안진이 지난 2013년과 2014년 실적에 대해 정정을 요구하면서 일어났다. 당초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실적에 대한 회계 감사 의견을 '적정'으로 제시했었다. 딜로이트안진이 갑자기 실적 정정을 요구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갑자기 3년 연속 적자 기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5일 작년 실적을 정정 공시했다. 당초 작년 5조5051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던 것을 2조9372억원 손실로 정정했다. 나머지 손실 부분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손실로 잡았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2013년 영업손실은 7784억원, 2014년은 7429억원으로 정정됐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의 2013년 영업이익은 4409억원, 2014년은 4711억원이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3년 연속 적자 기업으로 둔갑했다. 당초 지난 2013년과 2014년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전체 누적 손실 규모는 변화가 없다. 2013년과 2014년도 결산 당시 손실이나 실행예산으로 판단하지 않았던 부분이 작년에 대규모로 실현·반영된 것을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 딜로이트안진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를 대우조선해양이 받아들인 결과다.


외형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대우조선해양과 딜로이트안진 모두 오류를 인정하고 정정한 것이어서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사정이 간단치만은 않다. 지난 2014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경쟁업체였던 현대중공업의 경우 3조249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은 183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47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여타 경쟁업체들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경영진 교체를 염두에 두고 부실을 대거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의혹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수장이 된 정성립 사장은 “상식적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3사가 해양 쪽에서 비슷한 포션이었는데 대우조선해양만 적자요인이 없다는 점에 의문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곧바로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손실이 반영된 실적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이제서야 제대로된 실적이 나왔다'고 봤다. 대우조선해양이 대내외적인 사정으로 부실을 숨겨왔다는 의혹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 '제재 회피' 위한 출구전략?

당시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사장 교체시기에 있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실로 대규모 손실을 입을 당시에도 대우조선해양 만큼은 승승장구했던 것도 이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이었던 고재호 사장은 연임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연임이 되기 위해서는 실적이 중요했고 이 때문에 유무형의 손실을 덮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손실의 반영시점이 조선업의 특성상 업체마다 달랐을 뿐 의도적으로 손실을 숨긴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재호 사장은 연임에 실패했고 정성립 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대우조선해양은 그간의 부실을 모두 공개했다. 일종의 '빅 배스(Big Bath)'였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5조원이 넘는 손실을 실적에 반영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2013년과 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딜로이트안진이 이례적으로 자신들이 '적정'의견을 냈던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에 대해 '잘못됐으니 정정하라'고 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회계법인에게 신뢰가 생명임에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면서까지 실적 정정을 요구한 까닭이 무엇일까.

▲ 업계 등에서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실적 정정 사태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이 작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자 회계 감사를 담당했던 딜로이트안진이 금융당국의 제재 회피를 목적으로 사전에 출구전략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등에서는 금융당국이 작년 말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감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딜로이트안진이 실적을 정정토록 요구한 배경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감리 결과 만일 분식회계였음이 드러날 경우 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따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일종의 '보험' 형식으로 실적 정정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뒤늦게 잘못된 것을 알고 정정하라고 요구했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이야기다.

딜로이트안진의 요구사항이 새로운 부실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손실을 분할해 과거 시점에 다시 반영하라고 한 점도 금융당국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만일 새로운 부실이 발견됐다면 딜로이트안진은 부실 감사를 했다는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따라서 손실 총액은 유지하되 일부만 과거로 옮기는 일종의 '꼼수'를 쓴 것이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크자 회계 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도 매우 당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딜로이트안진이 뒤늦게 실적 수정에 나선 것은 조금이라도 책임을 회피해보고자 하는 목적일 뿐 대우조선해양이 제대로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 금융당국 감리 결과에 '촉각'

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은 왜 딜로이트안진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였을까. 업계 등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측은 대우조선해양의 작년 대규모 손실과 관련, 회계 감사 과정에서 2013년과 2014년 실적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2015년 재무재표에 대해 '의견 거절'을 내리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딜로이트안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딜로이트안진의 이런 요구는 결국 지난 6년간 이어져온 대우조선해양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계기가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외부 감사 회계법인의 변경을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계약기간 만료가 이유지만 속내는 이번 사태로 양측의 감정이 틀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에 딜로이트안진과 계속 함께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대우조선해양과 딜로이트안진만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일단 금융당국에서도 이번 실적 정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저질렀는 지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실적 수정은 금융당국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기간과 맞물리는 만큼 감리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업계와 시장의 시선은 이제 금융당국으로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리에 착수한 만큼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우조선해양과 딜로이트안진 등에 대한 제재 수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분식회계를 진행한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회계 감사를 담당했던 딜로이트안진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작년 대우건설 분식회계가 적발됐을 당시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검찰 고발, 20억원 과징금 등의 제재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우조선해양 건은 그보다도 제재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시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규모는 3800억원 규모였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분식회계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고있다. 딜로이트안진이 발빠르게 움직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대우건설의 감리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1년 9개월이 걸렸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의 감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기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이나 금액 등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이 결론 도출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높아서다.

아울러 지난 2013년과 2014년 흑자 실적을 토대로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최근 집단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부 투자자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딜로이트안진 등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집단 소송에 참여할 투자자 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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