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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현대상선..용선료 협상이 열쇠

  • 2016.03.29(화) 17:51

채권단, 조건부 자율협약 의결..3개월간 채무유예
용선료 인하·사채권자 채무조정에 전력투구 해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건부 자율협약을 의결하면서 향후 3개월간 채권의 원금과 이자가 유예됐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3개월간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을 맞춰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 3개월의 시간 벌었다

업계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29일 여의도 본점에서 우리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으로 구성된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현대상선이 신청한 자율협약 안건을 100% 동의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이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약 1조2000억원에 대한 채무 상환이 3개월간 유예된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3개월 내에 현대상선은 현재 진행 중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또 사채권자들의 채무조정도 이뤄져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자율협약이 종료될 경우 현대상선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 KDB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건부 자율협약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대해 3개월간 채무를 유예해주기로 했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동의한 것은 현대상선이 무너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상선이 무너질 경우 채권단은 물론 현대상선에게 선박을 빌려준 선주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큰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현대상선에게 3개월간의 시간을 벌어주는 대신, 조건을 걸어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단의 이번 결정은 현재 최우선 선결 과제인 선주사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용선료 인하 협상에 긍정적

현재 현대상선은 선주사들과 용선료를 종전 대비 20~30%가량 인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현대상선은 선주사들에게 고액의 용선료를 지불해왔다. 과거 해운업 호황기 시절 선주사들과 맺은 고가의 장기 용선 계약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해운업황 침체에도 불구 현대상선은 당시의 계약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고액의 용선료를 지급해왔고 이는 결국 현대상선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됐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은 다분히 선주사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는 선주사들의 경우 만일 현대상선이 파산할 경우 또 다른 용선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채권단이 직접 현대상선 구하기에 나선 만큼 선주사들도 이에 동참해달라는 무언의 압박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 업계에서는 채권단의 이번 자율협약 의결이 현재 현대상선이 진행하고 있는 선주사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주사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과 별도로 현대상선은 공·사모 회사채 등을 보유하고 있는 사채권자들의 채무조정도 이끌어내야 한다. 현대상선의 총 채무 4조8000억원 중 3조6000억원은 사채권자들로부터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사채권자들도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고통분담에 나서달라는 것이 채권단의 메시지인 셈이다.

사채권자들의 입장에서도 현대상선이 무너지게 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인 만큼 이자 경감과 만기 연장 등의 조치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상선이 최근 일부 사채권자들과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12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채 만기 연장 합의에 실패한 사례가 있어 아직 결과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 분위기 반전 가능할까

채권단은 일단 현대상선에 대한 실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채권단은 신규 자금 지원보다는 출자전환으로 부채를 줄여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현정은 회장의 현대상선 지배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밖에는 없다고 봤다. 현대상선의 목숨줄을 쥔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현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한 회생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따라서 이번 자율협약 의결은 현대상선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채권단은 현재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만일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사채권자 채무조정도 비교적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나 사채권자 채무조정 모두 결과를 쉽게 낙관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문제도 있다. 만일 예상과 달리 선주사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나 사채권자들과의 채무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율협약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된다. 이렇게되면 현대상선은 막바지로 몰린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의결한 것은 최소한 파산은 막아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상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조건을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채권단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용선료 인하 협상이다. 이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면 사채권자 채무조정도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으로서는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며 "하지만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은 여전히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든 만큼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하나라도 틀어진다면 현대상선의 회생은 불가능해지는 만큼 현대상선으로서는 3개월 동안 전력투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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