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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탈출 위해서라면'..백화점 경영스타일 제각각

  • 2016.03.31(목) 06:00

롯데·현대·신세계, 출장판매·출점전략서 온도차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불황돌파 전략에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영업전략만 해도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희생하면서까지 매출확대에 주력하는데 비해, 3위인 신세계백화점은 매출보다 자존심을 앞세우고 있다. 또 출점전략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적극적이다. 롯데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 똑같이 맞은 불황 한파지만,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대응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 출장판매, 엇갈린 시각


롯데백화점은 내달 초 두차례에 걸쳐 인천광역시 송도컨벤시아에서 대규모 출장판매행사인 '롯데 블랙슈퍼쇼'를 연다. 총 7600m²(2300평) 규모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300여개 브랜드가 250억원어치의 물량을 쏟아낸다. 해외 명품부터 스포츠·아웃도어용품, 가전, 가구, 식품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중소형 백화점 수준의 상품구성을 갖췄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할인율이다. 한정수량으로 판매되는 에트로·멀버리·지고트 등 패션잡화의 할인율은 최대 70%에 이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도 이 같은 출장판매를 통해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데 가격 할인 만한 무기가 없다고 본 셈이다. 이완신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대형 대관행사는 경기불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신세계는 출장판매에 소극적이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외부 전시관 등을 빌려 4번에 걸친 출장판매에 나서고, 현대백화점도 축구장 넓이의 코엑스 전시관을 빌려 대형 할인행사를 진행할 때 신세계는 백화점 안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출장판매가)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백화점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며 "작년에도 안했고, 올해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진행한 '롯데 블랙 슈퍼쇼'에서 고객들이 잔뜩 쌓여있는 신발을 고르고 있다.


◇ 롯데, 1등이지만 틈새 노린다

 

출점전략도 백화점 3사간 차이가 엿보인다. 특히 롯데는 틈새시장 발굴에 적극적이다. 최근 서울 홍대 부근에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패션전문점 '엘큐브'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엘큐브는 캐릭터 제품과 화장품, 디저트 등 젊은층이 좋아하는 상품을 특화해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영업면적은 630㎡(190평)로 인근 신촌 현대백화점의 100분의 1 크기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앞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의 이세탄백화점은 2012년부터 이 같은 전문점 사업을 시작해 연간 '3000억원 매출'이라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에 착안한 롯데백화점은 덩치 큰 백화점이 들어서기 어려운 핵심상권에 엘큐브와 같은 미니점포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생산한지 2년 이상 지난 옷이나 신발, 생활용품을 주로 취급하는 '팩토리 아울렛'도 롯데가 공들이는 분야다. 팩토리 아울렛의 평균 할인율은 40~70%로 일반 아울렛(30~50%)보다 높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5월 인천 항동에 첫선을 보였고, 올해 1월엔 서울 금천구, 올해 상반기에는 의정부에도 문을 열 예정이다. 틈새시장 공략은 보통 후발주자가 선발주자가 놓친 빈 틈을 노릴 때 사용하지만 롯데는 업계 1위면서도 경쟁사 백화점과 아울렛이 놓친 틈새를 노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 롯데백화점이 지난 25일 서울 홍대부근에 문을 연 패션전문점 '엘큐브'.


◇ 신세계 역발상 '불황일 때 투자를…'

신세계는 덩치를 키우는 역발상으로 불황을 극복하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신세계는 지난달 말 강남점을 서울지역 최대의 영업면적을 가진 백화점으로 재탄생시킨데 이어 이달 초에는 부산 센텀시티 옆에 면세점·일렉트로마트·더라이프 등이 들어선 센텀시티몰을 추가로 열었다.

 

특히 신세계는 오는 9월 경기도 하남에 총 1조원을 투자한 '스타필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스타필드는 연면적 45만9498㎡(13만8900평), 부지면적 11만7990㎡(3만6000평)로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이다.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며 복합쇼핑몰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정용진 부회장이 내놓는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스타필드라는 이름을 정 부회장이 직접 지었다.

 

그룹 최고경영진의 지원아래 신세계는 올해 그룹차원에서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창사 이래 최대규모다. 경기불황의 한파를 맞아 롯데가 몸을 웅크려 체온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면, 신세계는 추위 속에서도 몸을 낮추지 않고 강행군을 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 신세계그룹이 오는 9월 경기도 하남에 선보이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조감도.

 

◇ 현대百, 취사선택은 나의 힘  

현대백화점은 롯데와 신세계의 장단점을 취사선택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롯데처럼 출장판매 행사를 열었지만 1회에 그쳤다. 매출을 늘리고 재고처분의 기회를 잡되 백화점의 고급스러움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행사를 마무리 한 것이다.

신규 출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해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 판교점을 오픈한데 이어 이달 초에는 동대문시티아울렛(3월)을 열었다. 내달에는 인천 송도에 프리미엄 아울렛(4월)을 열고 8월에는 가든파이브에 도심형 아울렛 오픈을 앞두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면세점사업에 대한 문호확대도 주장하고 있다. 이달 들어 벌써 2차례에 걸쳐 서울지역에 시내면세점을 추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유통업계는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되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은 피하는 현대백화점의 특징이 드러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재 롯데와 신세계는 계열사를 통해 면세점사업을 하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은 아직 면세점 사업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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