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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1조 베팅' 논란, 꺼도꺼도 되살아날판

  • 2016.04.01(금) 11:57

[현대증권 품은 KB]④
증권가, 현대증권 인수 시너지효과엔 긍정 일색
시세의 3배…"웃돈 너무 챙겨줬다" 줄잇는 지적

그야말로 이변이다. 증권업계의 마지막 '대어(大魚)'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가 품에 안게 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 양측이 만나는 건 꽤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오랫동안 미완으로 남아 있던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할 수 있는 밑그림을 마련한 KB금융과 다른 인수후보들에 비해 거부감이 덜한 주인을 맞게 된 현대증권의 궁합은 오히려 '천생연분'이다. 


이변은 딴 데, KB금융의 1조원이 넘는 베팅에 있다.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고, 현 시세의 3배가까이 되는 터라 뒤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박수' 일색이지만 가격에 관한 한 거두절미하고 '비싸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KB금융으로서도 이제 더 이상 증권사 인수 도전 삼수 만에 현대증권을 품에 안게 된 것 자체 만으로 '기쁨'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상당한 '웃돈'을 주고 산 값어치에 얼마나 부응하느냐다.

 

◇ 너도나도 시너지 효과 '끄덕'

 

현대증권을 삼키는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 6227억원(지난해말 기준)에서 3조9246억원으로 뛰며 업계 3위로 급부상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7조8373억원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NH투자증권(4조5505억원)에 이어 4조원을 넘보고 삼성증권(3조5238억원)과 한국투자증권(3조3704억원)을가볍게 제친다.

 

합산순익 변동은 더 볼 만하다. 지난해 연간 순익을 비교해 보면 미래와 대우가 4735억원으로 압도적이지만, 현대와 KB의 조합은 3276억원으로 삼성증권(2948억원)과 한국투자증권(2796억원), NH투자증권(2142억원)을 모두 제치고 2위로 뛰어오른다.

 

특히 업계에서는 채권 영업에 강점이 있는 KB투자증권과 브로커리지 강자인 현대증권 결합의 시너지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쪽 모두 최근 기업금융(IB) 쪽에 솔찮은 공을 들여온 터라 막강한 IB 강자로 부상할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의 규모가 작아 구조조정 부담도 거의 없다. 피인수되는 현대증권 임직원들의 거부감도 덜하다는 평가다. KB에 인수된 KB손해보험의 경우 오히려 직원들의 연봉이 오르는 등 연봉 감액 리스크도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지원과 합병 시너지를 통한 질적 성장으로 증권산업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 인수가격 1조엔 '갸웃'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고가매입 논란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일단 은행과의 연계 시너지를 감안할 때 긍정적인 효과를 더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또한 KB금융지주가 추가로 지분을 늘리면서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평가가 이르다는 판단이 많다.

 

KTB증권은 "대형 증권사 인수 기회가 언제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KB금융 규모에 맞는 증권 자회사를 확보한 결과가 중요하다"며 "인수 후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자본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단순히 보면 장부가 대비 28% 또는 그 이상의 프리미임어 붙어 1조500억원에 인수했을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 1.41배에 달해 상당히 고가에 매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시 실질매입 단기는 PBR 1.1배로 낮아져 대우증권이 PBR 1.3배에 매각된 것을 감안하면 고가매입 논란이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도 "기업을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싸게 살수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측면이 있고 표면적으로 시장가격과의 괴리를 감안하면 비싸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다만 투자자가 아닌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수지분이 일단 적고 향후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지분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셈법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 거두절미 "비싸긴 비싸다" 

 

이처럼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가매입을 현 시점에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업계에서 프리미엄을 너무 챙겨줬다는 인식을 지우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증권의 PBR 수준이 0.49배에 그치며 업계 평균에 한참 못미쳤던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됐고 이는 향후 성장성이 그만큼 낮은 것으로 평가됐던 셈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PBR이 0.5배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1.5배를 줬다면 프리미엄을 상당히 과도하게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부에서는 KB금융의 목표가가 낮아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9500억원에 매입했는데 현대증권을 1조원을 넘게 주고 산 것을 비교해 보면 표면적으로 비싸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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