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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해지 후 다시 가입하세요?

  • 2016.04.05(화) 11:17

일부 은행, ISA 계좌 해지 후 재가입 '실적 부풀리기'
은행들은 방관…금감원, 해지 계좌수 별도 집계 검토

K은행의 강모연 씨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실적을 올리느라 골치가 아프다. 본사 차원에서 계좌 유치 캠페인이 걸리면서 가족과 친구는 물론 주변 지인들에게 ISA 계좌를 만들도록 부탁했지만, 실적은 여전히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

초조했던 강 씨는 결국 꼼수를 쓰기로 했다. 가족과 친한 지인들에게 기존 계좌를 해지하고 다시 가입하라고 요청했다. 어차피 투자보다는 강 씨의 사정을 봐주느라 ISA에 가입했던 가족과 지인들은 이 부탁에 순순히 응했다. 그러면서 강 씨는 손쉽게 계좌 수를 늘릴 수 있었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기존 ISA 가입자의 계좌를 해지시켰다가 재가입시키는 방법으로 신규 계좌 수를 부풀리고 있다. ISA 계좌 유치 캠페인에 내몰린 은행원들이 해지 계좌는 따로 관리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은행들은 본사 차원에서 계좌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만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그러면서 신규 계좌 유치 경쟁을 의식해 일선 영업현장의 꼼수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해지 계좌 관리 안 하는 은행들

실제로 신한과 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주요 은행 지점에선 ISA 해지 계좌 수를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전산시스템 상 해지 계좌가 자동으로 빠지는 만큼 별도로 집계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 보니 당장 계좌 유치 실적이 급한 일부 영업현장에선 꼼수 영업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존 ISA 계좌를 해지시킨 후 재가입시키는 방법으로 신규 계좌 유치 실적을 부풀리는 식이다. 해지 계좌는 따로 관리되지 않다 보니 특별히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본사 차원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본사에서 계좌를 통합 관리하고 있고, 은행 직원들이 꼼수까지 동원하면서 실적을 올릴 유인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ISA는 아예 경영성과 평가 항목에 없다"면서 "실적을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 금감원, 해지계좌 수 별도 집계 고려

반면 영업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실제로 대다수 은행은 직간접으로 ISA 계좌 유치를 독려하고 있다. 암묵적으로 개개인당 100계좌 이상 할당량을 내린 경우도 많다. 최근 은행권에서 성과주의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보니 실적 부담은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ISA 초기 가입자의 대부분은 은행원의 가족이나 지인들이다. 수익보다는 친분때문에 어쩔 수없이 ISA에 가입한 사람이 많은 만큼 또 다른 꼼수가 통한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WM본부장은 "현재는 은행권 ISA 계좌는 일 단위로 파악하고 있어 해지 계좌 수가 일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 월 단위로 집계하면 그런 문제가 상당부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SA 해지 후 재가입을 조직적으로 행한 사례가 있다면 살펴볼 것"이라며 "ISA 비교 공시시스템에 은행별 해지계좌 수를 올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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