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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짓기만 하면 세입자들 모일까요?

  • 2016.04.05(화) 11:23

[리얼 리얼티]김희선 센추리21코리아 전무

세상은 온통 부동산(Realty)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내 집 마련부터 재테크, 은퇴 준비까지 평생 동안 피해갈 수 없는 진짜 부동산에 대한 고민들을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부동산 임대사업자는 세상 고민이 없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앉아만 있어도 월세가 따박따박 들어올 텐데 무슨 걱정이 있겠냐는 식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이들은 '임차인(세입자)을 어떻게 모을까?'가 가장 걱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임대업에 뛰어드는 이들은 임차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을 짓기 위해 공을 들인다. 특색 있는 외관으로 설계하고 인테리어도 좋은 내장재로 고급스럽게 갖추는 데 비용을 투입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엔 좋은 방으로 임대료를 더 받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하지만 꼭 임대사업에서 예쁘고 좋은 집이 높은 수익률로 이어질까?

 

A씨는 서울 중랑구에 부모님이 물려주신 노후주택을 헐고 원룸형 다세대를 새로지어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독특한 외관 설계, 방마다 개성을 갖춘 인테리어, 최고급 빌트인 시스템 등으로 차별화했다.

 

이 지역 원룸주택 임대 시세는 월 50만~6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A씨는 본인의 원룸 다세대가 지하철역까지 5분 거리인 역세권인데다 주변에서 보기 드문 고급 원룸이기 때문에 '월 임대료로 70만~90만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집을 다 지어놓은 A씨는 물건을 중개업소에 내놓은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도 하면서 임차인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나섰다.

 

SNS에는 '집이 참 예쁘다' '살고 싶다'는 댓글도 많이 달리고, 집을 보러온 사람들도 한결같이 '집이 참 좋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정작 들어와 살겠다며 계약에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짓기만 하면 세입자가 들어찰 줄 알았지만 빈 방으로 몇달이 지났다.

 

속앓이를 하던 A씨는 주변 시세 수준으로 월세를 낮춰서야 임차인을 채웠다. 시내권이나 강남 등 중심상업지역과는 다소 떨어진 서울 외곽 원룸에 A씨 기대만큼 높은 월세를 내줄 사람은 없었다.

 

결국 고급스러운 원룸을 제공해 높은 월세를 받으려던 A씨의 계획은 무리수였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지역의 구매력을 고려하지 않은 상품을 제공한 것이 패착이었던 것이다.

 

 

원룸 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예쁜 집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쁘기만 한 집은 원치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수요자들은 예쁜 집, 깨끗한 집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고려사항은 직주근접성과 이와 연계한 경제성이다. 여기에 임대사업자들의 세입자 모으기 고민을 풀 열쇠가 있다.

 

1인 가구 입장에서 원룸을 고를 때 첫번째 고려사항은 직주근접성이다. 직장과의 거리는 곧바로 경제성으로 연결된다. 교통비, 출퇴근 시간이 바로 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료가 높아도 방이 쉽게 나가는 곳은 급여수준이 높은 전문직 사무실이나 대기업군이 다수 포진해있는 곳 주변이다. 서울에서 보면 강남권, 4대문 주변 시내권 등이 될 수 있다.

 

반면 서울 외곽 등 상대적으로 고용안정성이나 급여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판매서비스직 등의 출퇴근 수요가 많은 지역은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임대료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A씨의 경우는 임대사업을 준비하면서 수요자들의 직주근접성과 이에 따른 경제성을 구체적으로 점검하지 못한 셈이다. 이 탓에 과잉 투자로 인한 수익률 하락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만약 A씨가 수요조사와 경쟁상품 조사 적정 투자비용 등을 좀 더 고려했더라면 과잉 투자를 줄이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임대용 부동산은 유지관리를 못하면 상품가치도 하락한다. 새집일 때는 지역임대료 상위군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지만 몇 년 후에는 중위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는 시설 특화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시설을 갖추는 정도로 투자를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히려 이 초기투자 비용을 덜어 유지보수비용 예산을 확보하고 정기적인 개보수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낫다. 인테리어나 시설물은 몇년만 지나도 유행에 뒤쳐질 수 있다.

 

정기적 외관 관리와 건물의 청결,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도배·장판 보수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면 세입자들도 거주기간 만족도가 높아진다. 세입자가 빠져도 금방 다른 세입자가 들어와 공실(空室)을 내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다.

 

부동산 임대업도 사업이다. 역지사지로 수요자들 입장에서 사업환경을 분석하고, 이들이 비싸지 않다고 느낄 정도의 임대료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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