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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데즈컴바인 창업자의 '세금 빼먹기'

  • 2016.04.06(수) 10:40

오너 대리점에 인테리어 공사비 지원
비용 늘려 실적 줄이기…세금 회피 '꼼수'

 
2012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한계기업으로 전락한 코데즈컴바인의 사업실패 이면에는 창업주의 '갑질 경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지난달 초 아무런 이유 없이 주가가 6배 가량 폭등해, 한국거래소가 부랴부랴 관련 대책을 내놓고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이슈로 떠올랐다. 
 
코데즈컴바인 창업주인 박상돈 전 대표는 2006년 조세포탈 적발에 따른 천억원대 추징세액을 마련하기 위해 주가 조작에 나섰다가 발각돼 올해 초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여기에 박 전 대표가 코데즈컴바인을 경영하면서 알짜 대리점에 '바지 사장'을 세워 부당 이익을 취하고, 대리점의 인테리어 비용 등은 본사에서 처리하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 추가로 확인됐다.
 
사건의 전말은 코데즈컴바인이 동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2008~2010년 사이 부과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총 19억여원을 취소해달라"며 지난해 2월2일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 소송은 이달 1일 서울행정법원이 "기각"을 선고하면서 코데즈컴바인의 패소로 일단락됐다.
 
# 바지사장 세워 알짜 대리점 운영
 
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코데즈컴바인 알짜 대리점 10곳을 실제로는 자신 또는 자신이 설립한 PJ리테일을 통해 운영하면서도, 사업자등록은 곽 모씨 등의 이름으로 해놨다.
 
이들 대리점은 전국 코데즈컴바인 대리점 총 213곳 가운데서도 압구정점, 명동점, 부평점, 부산대점 등 주요 상권에 위치해 있다. 코데즈컴바인 등급분류표 상 A+ 등급 대리점은 모두 18곳인데, 박 전 대표의 점포는 모두 여기에 속했다. 
 
코데즈컴바인의 전체 매출에서 대리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41.6%(2015년 기준)로 가장 많다. 같은 기간 백화점과 직영점의 매출 비중은 각각 32%, 26.2%에 불과했다. 박 전 대표는 본사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는 대리점 중에서도 알짜배기 위주로 사업권을 가져가 자신의 호주머니를 불린 셈이다.
 
# 대리점 인테리어 비용,  회삿돈으로 처리
 
코데즈컴바인은 박 전 대표의 대리점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공사비를 회삿돈으로 지원하는 등 특혜도 줬다. 또 매년 이 대리점들의 시설물이 낡아감에 따라 발생하는 감가상각비를 각 대리점이 아닌 본사 계정에서 처리했다. 이는 기업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벌이는 '부당행위계산' 가운데 하나로 세무당국에서 인정하지 않는 회계처리다.
 
코데즈컴바인은 오너 소유의 대리점 인테리어 공사비를 본사의 광고비로 처리한 뒤, 인테리어 시설을 본사 소유인양 처리해 본사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여온 것이다.
 
법원은 "공사비는 대리점주에 대한 접대비"라는 세무당국의 주장을 배척하고 코데즈컴바인의 "광고선전비" 주장을 인용하면서도, "시설물은 대리점주 소유로, 본사 계정에서 관련 감가상각 비용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며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일반적으로 감가상각비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는 회사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비용을 적게 잡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코데즈컴바인의 감가상각비 조작은 '세금 회피'를 위해 법률상 독립 사업자인 대리점의 비용을 본사 계정으로 끌어와, 코데즈컴바인이 쓴 돈을 늘려 잡는 식으로 이뤄졌다.
 
# "특혜아니다" 재판서 거짓 주장까지
 
코데즈컴바인은 또 이들 대리점에 대한 특혜 제공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대리점 계약상 매장 인테리어 공사비는 원칙적으로 대리점주가 부담하도록 돼 있는데, 유독 박 전 대표가 운영하는 10개 점포의 공사비만 본사가 지원비(광고선전비)를 대신 내주면서 "A+ 등급의 대리점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확인한 결과 박 전 대표가 운영하지 않는 A+ 등급 대리점 8곳에는 같은 지원이 주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코데즈컴바인은 국세청으로부터 2008년 11월과 2011년 11월 두 차례 세무조사를 받은 뒤 수십억대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이어 2012년 8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해 법인세 등 일부 세금을 취소받았으나, 취소 규모에 반발해 이같은 소송을 냈다.
 
한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의류 사업을 시작한 박 전 대표는 1995년 SPA브랜드 코데즈컴바인을 차렸다.
 
십수년 간 건실한 토종 SPA브랜드로 인기를 얻어 온 코데즈컴바인은 2010년 박 전 대표 이혼 후 전처와의 경영권 분쟁, 이후 이어진 횡령 의혹 등으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회사는 결국 지난해 3월 회생절차를 개시해 속옷전문회사 코튼클럽에 넘어갔고, 9월 본사를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박상돈의 코데즈컴바인'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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