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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법인도 상장" 이랜드 아껴둔 카드 꺼낸 까닭

  • 2016.04.06(수) 16:10

"중국법인 2곳, 연내 기관투자자 유치"
킴스클럽 흥행 부진, 상장으로 돌파
"체질 바꾸겠다" 재무구조 개선 속도

 

이랜드가 중국 현지법인 상장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당장 상장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 상태가 아니다"라며 상장 가능성을 부인했던 이랜드가 불과 석달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킴스클럽 매각만으로는 재무개선 효과가 충분치 않다는 세간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 '매출 2兆' 中현지법인 상장추진  

이랜드그룹은 올해 안에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는 프리IPO(상장전 지분 투자 유치)를 진행한다고 6일 발표했다. 프리IPO란 기업이 상장하기 전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몇년 안에 상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금을 모은다.

이랜드는 중국 현지법인인 '이랜드 인터내셔널 패션 상하이'와 '이랜드 패션 상하이'를 통합한 뒤 홍콩이나 상하이 등에 상장할 계획이다. 현재 이랜드는 중국 현지에 3개 법인을 두고 있는데 아동복 브랜드를 보유한 '위시 패션 상하이'를 뺀 2개 법인의 상장을 약속한 것이다.

이랜드 인터내셔널 패션 상하이는 티니위니, 이랜드 등 여성복 브랜드가 속한 법인이고, 이랜드 패션 상하이는 뉴발란스, K-스위스 등 스포츠 브랜드와 남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법인이다. 이들 2개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2조원으로 이랜드 중국 현지법인 전체 매출의 약 85%를 차지한다. 중국에서 운영하는 매장만 5500개에 달한다.

이랜드 고위관계자는 "중국 사업부 중에서도 가장 경쟁력 있고 성장 가능성 높은 법인의 지분 유치인 만큼 조달 자금 규모 면에서도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킴스클럽 매각차질 대비 '사전포석' 

이랜드는 그간 중국 현지법인 상장에 미온적이었다. 박성경 부회장은 올해 1월 중국 상하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랜드리테일을 제외한 다른 법인은 상장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의 입장이 불과 3개월만에 바뀐 것은 자금조달 계획이 의도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과 관련돼있다. 현재 이랜드가 추진하는 킴스클럽 매각의 경우 롯데와 신세계 등 유력 인수후보가 빠진 상태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랜드는 강남 노른자 상권에 위치한 킴스클럽 강남점도 매각대상에 포함했으나 KKR 등 사모펀드를 제외하곤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이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인수했기 때문에 킴스클럽 강남점에 대한 매력이 크지 않았다"며 "신세계가 뛰어들지 않는 이상 롯데도 인수전에 나설 이유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인수후보가 빠지면서 킴스클럽의 매각가치는 1조원대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1조원대라는 수치는 강남점의 토지와 건물가치(장부가 기준) 약 5000억원이 포함된 가격인데 경쟁상대가 없는 사모펀드가 제값을 쳐줄지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강남점 매각이 차질을 빚는다면 이랜드의 재무구조 개선효과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더욱 강도높은 자구책을 주문하며 이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이랜드가 킴스클럽을 1조원에 매각하더라도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각각 210%, 330%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추가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 빚 늘었는데 사업성과는 주춤

한때 미국 야구단인 LA다저스 인수에 나설 정도로 사세를 키우던 이랜드가 킴스클럽을 매각하고 중국 현지법인 상장을 추진하는 등 서둘러 자금마련에 돌입한 것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사업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한신평 등 신평사들에 따르면 이랜드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성사시킨 인수합병(M&A)은 약 30건, 금액으로는 9000억원에 이른다. 이랜드는 이 기간 중 동아백화점(1123억원), 코치넬레(555억), K-스위스(2085억원), 수프라(700억원) 등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사업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컸다. 당장 빚이 빠르게 늘었다. 2010년 2조5000억원이었던 그룹의 순차입금은 5년새 4조5000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늘었다. 그룹 전체가 벌어들이는 돈(EBITDA)으로 빚(순차입금)을 갚으려면 2014년만 해도 4년 가량 걸리던 것이 지난해는 7년으로 늘었다.

 


그동안은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사업 덕에 차입금 부담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소비자들이 백화점 대신 쇼핑몰이나 아울렛,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주로 백화점에서 영업하던 이랜드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실제 이랜드 중국 현지법인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로 3년전(16%)에 비해 반토막 났다. 중국에서 4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뉴발란스는 2014년을 정점으로 매출액 증가세가 꺾였고, 티니위니도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랜드가 올해 초 중국 상하이에 '팍슨-뉴코아몰'이라는 아울렛을 오픈한 것도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를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유통업계의 관측이다.

◇ 몇년전 꺼낸 상장카드..이랜드 "이번엔 달라"

이랜드는 올해 하반기 프리IPO에 참여할 기관투자자를 확정하고 법인 통합작업 뒤 2018~2020년께 상장하는 시나리오를 짰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킴스클럽 매각(올해 상반기), 이랜드리테일 상장(내년)에 이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해외상장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도 존재한다. 회사채시장 한 관계자는 "이랜드는 과거에도 말로만 그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2008년 중국 현지법인의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했다가 금융위기로 인해 상장을 포기했고, 2012년 또다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이듬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3000억원어치 발행으로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이자 상장계획을 접었다.

이랜드 관계자는 "여성복 법인(이랜드 인터내셔널 패션 상하이)만 상장하려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성장세가 큰 스포츠 브랜드 운영법인(이랜드 패션 상하이)까지 상장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에 우리의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며 "그룹의 체질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기업공개에 나선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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